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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마음들을 찾아서

기사승인 2018.07.14  00: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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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나안 신도’나 ‘가나안 성도’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은 교회를 잘 다니다가 어떤 이유로든 교회 나가는 일을 중단한 교인들을 일컫는 말로 ‘안 나가’를 거꾸로 사용한 다소 희화적인 표현이다. 물론 이 표현은 교회의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 교인들이 격의 없는 자리에서 농담 삼아 사용하는 말로 공식적이거나 격식을 갖춘 자리에서는 주로 ‘낙심자’(落心者)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낙심자에 들어있는 한자어 落心은 글자그대로 마음이 떨어져버렸다는 표현이다. 이렇게 마음이 떨어져버린 이유, 교회 나가기를 중단한 이유는 실로 다양하다. 그것은 때로 신앙과 무관하기도 하고 때로는 신앙과 직결되기도 한다. 신앙과 무관한 가장 큰 이유로는 아마도 인간관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격과 신앙이 미처 성숙하지 못 한 교인들은 교회에서 맺게 되는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경험하면 쉽게 교회 나가기를 중단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신앙과 무관하기에 오히려 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인격이 자라거나 갈등이 해결되면 다시 쉽게 교회에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사건이 문제지 ‘교회에 나오는 일 자체’는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경우다.

이에 반해 신앙 자체가, 교회 자체가 이유가 되는 경우는 보다 치명적이다. 어쩌면 지금 한국교회가 심각하고 겪고 있는 낙심자의 문제는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등록교인과 출석교인의 차이가 단지 한 주 한 주에 따른 개인적 사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인구의 사분의 일, 천 만 그리스도인을 말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우리는 암묵적으로 잘 알고 있다. 교회의 교인명부에 기입되어 있었던 교인들 중 꽤 상당수가 이미 마음이 떨어져버려 교회를 떠났다. 문제는 이 사태가 개교회 각각의 목회자들의 태도에 기인했다기보다 한국 교회 전체의 태도와 성향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절망적이다.

‘냉담자’(冷淡者). 개신교와 달리 가톨릭에서는 교회 다니기를 중단한 사람들을 냉담자 또는 냉담 교우라고 부른다. 冷淡이라는 말이 지닌 쌀쌀함과 차가움은 교회에 대한 적극적인 반감이 들어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낙심자가 수동적이고 피해자 같은 느낌인 반면 냉담자는 보다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톨릭교회는 냉담자라는 표현을 다소 순화된 ‘쉬는 교우’등으로 바꾸어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냉담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쩌면 이 말이야말로 현재 한국교회 낙심자들의 상황, 즉 교회가 한 번 품었으나 잃어버리고 만 마음들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교회에 대한 마음을.

하지만 희망이라면 희망일까? 한국교회의 냉담자들은 신앙 자체를 중단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교회 나가기를 중단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신앙을 버린 것이 아니라 교회를 버린 사람들이기에 이들은 교회에는 나오지 않지만 방송이나 매체를 통하여 설교를 듣기도 하고 개인적인 영역에서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마치 자신을 올바로 돌봐줄 목자를 찾지 못 한 양들처럼 이리저리 유리하면서. 어쩌면 이 냉담자들은 한국교회의 본모습을 드러내주는 거울 같은 존재들이다. 이 잃어버린 마음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이유에 대해 더 고민하며 성찰하는 일이야말로 교회가 더 이상의 참사를 막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이방 사람의 길로도 가지 말고 또 사마리아 사람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말아라. 오히려 이스라엘 집의 길 잃은 양 떼에게로 가거라.” (마 10:5-6)

이진경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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