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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방 일곱동무

기사승인 2018.12.09  23: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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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럽게 시작된 한파로 몸이 움츠러드는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바깥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추위를 피해 집 안에서만 놀고 견사에서 홀로 추위를 견디는 행복이의 물그릇은 아침저녁으로 얼어 있습니다. 남편은 지난주 이틀간 아랫마을 교회 사택의 겨울나기 장작패기를 도우러 다녀왔습니다. 아랫마을 목사님은 장작패기 경력 10년이 넘어 도끼질 한번이면 둥근 나무 기둥이 쩍쩍 갈라진다고 했습니다. 저희 교회는 심야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도끼질을 할 필요가 없지만 화목난로를 사용하는 경우 겨울을 나기 위한 나무를 준비를 잘 해 두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필독도서 중 ‘아씨방 일곱 동무’라는 책이 있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무척 재미있게 읽던 책입니다. 제목만 들어도 그 내용이 무엇일지 대충 짐작이 가고 큰아이가 자주 이야기를 해서 아가씨의 방에 있는 바느질 용품들의 이야기라는 것 정도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주로 “엄마, 아씨방 일곱 동무가 누군지 알죠?”하고 물어보고는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 일곱 가지를 모두 맞출 때까지 묻고 또 묻곤 했습니다. 사실 저는 짐작만 할 뿐 동화책을 다 읽어보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오후에 거실에 책상 옆자리에 꽂혀 있는 ‘아씨방 일곱 동무’를 보고는 꺼내서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몰랐던 ‘아씨방 일곱 동무’의 정확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에 빨간 두건을 쓰고 바느질을 즐겨하는 부인(아씨)이 있었습니다. 그 부인에게는 손끝을 떠나지 않는 일곱 동무가 있습니다. 바로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가 그들입니다. 하루는 부인이 낮잠이 들었는데 그 사이 일곱 동무가 서로 자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합니다. 자는 자신이 없으면 옷감의 길이나 너비를 잴 수 없다고, 가위는 자신이 없으면 재단을 할 수 없다고, 바늘은 자신이 없으면 바느질을 할 수 없다고, 실은 자신이 없으면 바늘이 혼자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골무는 아씨의 손부리를 보호하는 역할은 자신이 하고 있다고, 인두는 바느질 후 모양을 잡아준다고, 다리미는 자신이 구겨지거나 접힌 곳을 말끔히 펴준다고, 각자의 중요성을 피력했습니다.

   아씨방 일곱 동무 중 누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이쯤 되면 우리는 아씨방 일곱 동무가 어리석거나 욕심이 많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혹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서로 자신이 더 중요하다고 다투는 모습을 보고 웃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이야기는 반전이 있습니다. 일곱 동무가 시끄럽게 다투는 통에 잠들었던 부인이 깨어나 화를 내며  “듣자하니 모두들 제 잘난 줄만 아는구나. 너희가 아무리 잘 해낸들 내 손 없이 무슨 소용이 있어? 이 몸이 제일이지, 어째서 너희가 제일이야!”라고 말하고는 일곱 동무를 반짇고리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다시 잠이든 것입니다.

    반짇고리 안에 쑤셔 박힌 일곱 동무는 자신들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아씨에게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니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잠든 부인은 어땠을까요? 부인도 꿈속에서 바느질을 하려고 하는데 일곱 동무가 모두 사라지고 없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울며 잠에서 깬 부인은 일곱 동무에게 사과했습니다. “얘들아, 내가 잘못했구나. 내가 나쁘게 말을 했어. 너희들 하나하나 모두가 소중하다는 걸 모르고 있었구나. 우리들 중에서 누구 하나라도 없으면 일은 안 되고말고.” 이후 아씨와 일곱 동무는 더욱 신이 나서 일을 했답니다.

    아씨방 일곱 동무는 마치 성경 속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제자들 모습 같기도 하고 공동체 안에서 서로 더 많은 헌신을 하고 있다고 다투는 우리들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알고 보면 다 각자 자기 역할이 있을 뿐 누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또 자신이 없으면 일곱 동무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면박을 준 아씨의 모습에서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직분이 높은 이들의 중요성은 센 힘으로 힘이 약한 이들을 누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공동체에 속한 모든 이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하나라도 없어져서 좋은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가 함께 해야 더욱 신이 나는 법입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저희 교회에서도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회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섬기고 배려하려 애쓰는 교우들의 모습에서 저도 많이 배웁니다. 오늘 하루, 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주장하고 싶은 어리석음을 버리고 함께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말해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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