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노래
한 가슴에 난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다면
난 헛되이 산 것이 아니리다.
한 인생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다면
한 고통을 위로할 수 있다면
기운을 잃은 한 마리의 깨똥지바뀌를
동지에 데려다 줄 수 있다면
나는 헛되이 산 것이 아니리라.-에밀리 디킨슨-
인류에 오랫동안 넓게 회자되는
"인생은 짧고 예술을 길다" 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에 동감하지 않는다. 아마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나오기전에 나온 말일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상대적이다.
하루는 아인슈타인를 숭배하는 한 펜이
연설을 끝낸 아인슈나인에게 다가가 " 영원한 시간이
무었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이
" 여기에서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요. 내가 영원한 시간에
직접 다녀와서 그 체험을 말씀해드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고 한다.
비록 농담 같이 들리는 에피소드이지만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들이나 할 수 있는 솔직한 고백이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그러나 영원은 진리다' 그리고 그 영원은 자기 자신이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책이나 글, 남의 입을 통해서 빌려온 진리에 대한 지식들은
한낱 헛소리에 불과하다.
사랑도 진리다. 사랑에 대해 온갖 이성적 이론을 전개할 수가
있다. 또 기독교 문화에 영향을 받은 미국인들처럼 입만 벌리면 '사랑한다' 는 말이
저절로 입에서 굴러나올 수도 있다.
당장 이혼을 하는 순간에도 " 사랑한다" 는 말을 얼굴하나
붉히지 않고 스스럼 없이 하는 사람들이 내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미국인들이다.
몇해전 일월 일일 날 아침 일찍 옆집에 살고 있는 Chad 부부가
아들 세 명을 대동하고 새해 인사차 우리집을 방문했다.
지난 일년동안 이웃으로 사랑해 주어서 고맙다며 초코렛
선물까지 내 손에 건냈다.
Chad 부부는 가끔 이웃들과 벌이는 파티에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참석하는 금슬좋은 부부로 주위에 알려져 있다.
그리고나서 몇달후 우리집을 오고가며 거의 매일
마주치는 부인과 아이들의 모습이 한참동안 눈에 뜨지
않았다. 어느날 오후 앞 정원일을 하고 있는 Chad를 보고
차를 세우고 찾아가
"네 부인과 애들이 요즘 보이질 않는데 혹씨 여행이라도
떠났느냐?" 고 물었다. 그에 대한 Chad 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얼마전에 이혼을 하고 다른 집을 얻어서 나갔어.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었지만 영원히 함께 살려고 한 결혼은
아니었다. 지금도 서로 사랑하고 있다
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결혼도 서로 사랑해서 하고 이혼도 서로 사랑해서 하는
만능의 도깨비 방망이가 미국인들에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일 것이다.
몇해전에 한국의 독설가 도올 김용욱의 저서 '사랄하지 말자' 를
아주 제미있게 읽었던 적이 있다. 사랑이라는 말의 범람때문에
한국사회가 사랑의 위선으로 병들어가고 있다는 역설적인 내용으로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사실이 그렇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들수록
이혼율이 높다. 세계에서 이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미국이고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들이 인도나 파키스탄, 중국, 중동.... 등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들이다. 이혼율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횟수와 정비례한다(?)
한국사회만 해도 그렇다. 우리 조상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아예 몰랐었다. 그러나 그런시대의 이혼율을 1-2 % 를 넘지
않았을 것이다(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내 추측).
이혼율이 본격적으로 증가한 것은 소설이나, 영화, 미디어의
영향으로 사랑이라는 말에 대중들이 눈을 뜨기시작한 후부터였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전통적인 한국인들의 가족윤리를 파괴한 한 원융이다(?)
도올의 '사랑하지 말자' 는 주장도 사랑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한데서 나온 무식한 헛소리이긴 마찬가지다.
사랑은 의지적으로할 수 있는 것도, 하지 말자고 해서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 전혀 아니다.
스스로 일어나서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사랑이다.
한 줄기 산들바람처럼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여여한 한 상태가 사랑이다.
따라서 사랑을 이해하려면 자신이 사랑의 상태로
직접 존재하는 수 밖에 없다.
요즘 내 주위에 뒤늦은 나이에 불교서적이나 노장자 사상들에
접하고 무, 공, 제상무상을 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 관념들도 '사랑에 대한 관념' 처럼
얼마든지 타인으로 빌려온 지식들로 머리를 가득 채울 수가
있다. 특히 오느날과 같이 편리한 인터넷 시대에는
사이버공간에 흘러넘치고 있는 그런 지식들이다.
그런 지식들을 모으고 편집해서 한순간에 그 분야 대가도
될 수 있고 여러개의 박사학위를 딸 수 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자신이 직접 공이되고, 무가되고,
제상무상이 되고, 물로 직접 존재해보지 않고는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도 그런 진리에 대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흔이들 인간들이 "하느님을 사랑한다", "인류을 사랑한다." ,
"자연을 사랑한다", "조국을 사랑한다" 는 말들을 껍씹듯 쉽게
내뱉곤 한다. 비난할만한 말은 아니다. 비록 영혼이
담겨있지 않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그런말들이라도
적극 장려하고 싶다.
케토릭의 성녀로 알려진 머터 테레사 수녀는
"인간은 한 순간에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는
믿음으로 수 많은 병자들을 간호했다.
사랑을 체험해본 영혼에서나온 하나님의 몰소리다.
이천 여년 전 예수도 그와 비슷한 말을 했었다.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 고.
풀잎에 맺힌 이슬 한 방울에 바다가 담겨 있고
우주가 담겨 있는 것이 신의 우주창조 섭리다.
사랑의 원리다.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 짧고
남의 눈치를 보며 인정을 받으려고 연기를 하고,
쏘를 벌리기엔
인생이고, 예술이고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눈덮힌 숲속에 기운 잃고 헤매일
산새 한 마리를 생각하며
박평일 BPARK7@COX.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