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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기사승인 2019.09.18  01: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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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길지 않은 연휴였지만 가족들과 함께 얼굴을 마주하며 정을 나누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명절이 있어서 가족들이 모일 수 있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삶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비슷한 삶’이라는 질그릇 속에 어떤 가치를 품고 있느냐가 그 사람을 빛나게 만들기도 하고 어둡게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부디 우리 마음 안에 그리스도의 사랑의 불빛이 밝게 빛나서 어떤 어둠의 순간에도 서로의 등불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추석 연휴에 저는 남편과 함께 아이들 돌보기를 열심히 했습니다. 9월 첫 주에 큰언니네 조카가 폐렴에 걸려 입원을 했고 추석을 삼일 앞두고 작은언니네 막내 조카도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으로 입원을 했습니다. 그렇게 명절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저의 두 언니는 12세 미만의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병동에서 두 아이를 돌보고 있었고, 입원하지 않은 다른 조카 두 명(작은언니의 자녀)은 친정어머니의 돌봄을 받고 있던 터였습니다.

   저희 가족은 원래는 연휴가 시작되는 목요일 아침에 대구로 내려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명절 연휴 시작 일에 입원하지 않은 조카들 두 명이 서너 시간을 어른 없이 지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고, 친정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 조카가 “작은 이모가 오늘 저녁에 올 수도 있는데…….”라며 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예정보다 서둘러 출발한 것입니다.

   연휴 첫날에는 큰형부가 큰조카 간병을 위해 병원에 간 덕에 큰언니는 병원에서 나와 명절 준비를 할 수 있었고 저희 가족과 조카들의 식사 준비도 해 주었습니다. 저와 남편은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던 야시장에도 가고 명절 당일 오후에는 아이스링크에도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지 않은 아이스링크 앞에서 사진을 찍고 놀다가 오후 한시에 아이스링크가 문을 열자마자 뛰어 들어가 아이들은 신나게 스케이트를 탔습니다. 명절에 아이스링크를 올 생각을 한 사람이 많지 않아서였는지 아이스링크는 내내 한산했습니다. 덕분에 스케이트가 익숙하지 않은 미취학 조카도 마음 놓고 가장자리를 돌며 스케이트를 탈 수 있었습니다. 스케이트 타기를 마치고 아이스링크장 앞 놀이공원에서 파는 커다란 솜사탕을 하나씩 들려주니 아이들은 입이 함박만 해졌습니다. 비록 엄마와 떨어져 지내고 있고, 예정했던 시골 방문도 못 했지만 조카들은 즐겁게 명절을 보냈습니다.

   아이들과 아이스링크를 다녀오니 친정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부산 큰집에 다녀오셔서 가족들의 저녁 식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아이스링크에서 얼었던 몸이 따듯한 소고기국으로 녹아내렸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가족이 있어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보았습니다.

   병원에서 어린 조카를 돌보는 작은언니는 전화 통화만 하고 끝내 얼굴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아이스링크에 가 있는 동안 부모님을 모시고 부산에 다녀온 남동생 내외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두 집 아이들의 입원으로 이번 명절은 서로 ‘상황이 되는 대로’ 움직이고 도왔습니다. 이제는 다리가 아파서 아침이면 잘 걷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있다는 친정어머니의 호소를 듣고 있자니 속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자라는 동안 어머니는 늙으셨고, 저희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저도 나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걸었던 길을 저도 걷고 있습니다. 성경의 수많은 인물들처럼 우리는 태어나고 장성하고 죽음을 향해 간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자만할 수도 없고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최선을 다 해 사랑하고 나누고 누리다가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 날 홀홀히 갈 수 있는 믿음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연로한 부모와 아픈 아이들을 걱정해야 하는 가정마다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아픔이 있는 사람들과 기꺼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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