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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 (A Monster Calls, 2016)

기사승인 2020.07.07  00: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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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몬스터 콜》 (A Monster Calls, 2016)

 

‘말 못할 아픔’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은 아프지만 어떤 사정으로 말을 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아니면 말로는 다 그려낼 수 없을 만큼 고통이 큰 경우에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면 이 말과 아픔이라는 표현 속에서 다른 제 삼의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즉, 아파서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해 아픈 경우. 영화 《몬스터 콜》은 바로 이 경우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손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의 평이한 문체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정확하고 신랄하게 비판한 장 지글러는 그의 책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인들이 사회에서 겪는 심리적 압박감을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하는 사람의 수가 25명이라는 한국의 현실이 OECD 중 최고로 높은 자살률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책에서 그의 다음의 문장을 읽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10만 명당 10명을 넘어서게 되면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이를 ‘전염병’이라고 진단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자살이라는 전염병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은 이제 더 이상 낯설거나 먼 병명이 아니다. 사람들이 누구나 자기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상식인 세계 속에서 한국인들은 어쩌면 가장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민족인지도 모른다.

영화 《몬스터 콜》은 중병에 걸린 엄마와 홀로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이 주인공이다. 주인공 코너의 삶은 탈출구 없는 고통으로 겹겹이 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을 것이라고 자기를 안심시키고 있지만 엄마는 죽어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버지는 나를 책임지고 돌보려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내게 된 외할머니와는 갈등을 겪는다. 학교에서는 왕따다.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차 보이는 이 심리적 압박 속에서 갑자기 나무 괴물이 코너에게 나타난다. 그리고 나무 괴물은 앞으로 네게 세 가지 얘기를 들려줄 테니 네 번째로는 네가 나에게 너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구한다.

《몬스터 콜》은 말이 지니고 있는 힘을 보여주는 영화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거의 모든 마음의 병은 말과 깊은 관계가 있다. 마음속에 갇힌 말은 영혼을 짓누르고 육체를 망가뜨린다. 만일 누군가가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말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면 그는 그만큼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셈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 속의 말을 밖으로 풀어내는 방법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몸 밖으로 말을 내보내는 단순한 행동은 상상도 못할 해방의 힘을 발휘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환상의 괴물을 통해 슬프고도 단단하게 보여준다.

말이 얼마나 굉장한지에 대하여 요한복음은 이렇게 우리에게 선언한다. “태초에 말이 있었다.” 잘 알려진 대로 ‘말’에 해당하는 그리스어는 ‘로고스’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이 말, 즉 로고스를 우주를 지탱하는 원리라고까지 찬양했다. 과연 요한복음도 그렇게 말한다. 만물이 말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며 지은 것이 하나도 말 없이 된 것이 없었다고. 그리고는 마침내 이 말이 하나님이고 이 말이 육체가 되었다고 선언한다.

말은 이처럼 엄청난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도 말을 사용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밖으로 나가지 못해 고이고 썩은 말이 영혼을 더럽히고 육체의 숨통을 막아버리기 전에 우리는 말을 내보내야 한다. 그 말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우리를 해방시키는 힘을 발휘하도록 내보내야 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소년이 꺼내 놓은 최후의 말이 마침내 그를 해방시켰던 것처럼.

 

   
 

이진경 jinkyung.lee@yahoo.co.kr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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