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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 탄생한 6.25 푸드-흥남밀면

기사승인 2020.07.08  00: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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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목사에게 전화가 왔다. 밥을 한번 살 테니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만난 음식점은 이천에 있는 ‘흥남밀면’집이다. 냉면이나 콩국수는 많이 먹었지만 사실 밀면은 처음 접해 보는 음식이었다. 후배도 오고가다 알게 된 집인데 육수와 면이 정말 독특하고 맛있다면서 음식칼럼을 쓰시니 한번 먹어보고 글을 써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물냉면같이 나오는 시원한 육수밀면을 시켰다. 밀면이 나오기 전에 겨자소스에 찍어먹는 일명 마약김밥과 기름에 튀긴 고기만두가 먼저 나왔다. 미리 해 놓은 것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김밥을 싸서 주니 아주 신선하고 맛이 있었다. 속이 꽉 찬 고기만두의 맛도 훌륭했다. 음료수로 제공된 감칠맛 나는 온육수도 에어컨 바람으로 냉해진 속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식당의 주위를 둘러보니 흥남철수작전 때의 피난 사진을 배경으로 밀면의 유래를 적어놓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흥남철수작전으로 1.4후퇴 때를 시작으로 함경도 출신 피난민들이 흥남부두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도착을 했고 즐겨먹던 냉면의 주재료인 전분을 구하기 힘들어 미군 구호 물품인 밀가루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음식입니다”라고 적혀있다.

드디어 밀면이 나왔다. 비주얼은 물냉면과 비슷한데 육수의 맛은 전혀 달랐다. 냉면보다는 덜 자극적인데 굉장히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다. 아마도 한우 뼈와 소양지 등을 넣어 오랫동안 끓인 듯한 느낌이다. 사장님의 비법솜씨로 정성껏 만들어진 육수임을 알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면발이다. 일반적인 밀가루 국수의 면보다 훨씬 작은 약 1.2미리 굵기의 얇은 면발의 쫄깃함이 감탄할 만 하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밀가루에 식초와 전분을 약간 섞어서 쫄깃하게 반죽한다고 한다. 밀면 위에 오른 양념장도 훌륭하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밀면의 맛에 반해버렸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나만 혼자 먹을 수는 없어서 다음날 아내와 딸을 데리고 다시 한 번 찾아갔다. 역시나 두 여인들도 맛있다고 감탄한다. 때마침 손님이 많지 않아서 사장님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어떻게 30대 후반의 젊은 사장님께서 수많은 메뉴 중에 밀면장사를 하게 되었는가? 하고 물으니 사장님은 과거에 8년 동안 줄서서 먹는 경주의 유명한 밀면집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너무 힘이 들어 그만 두고 난 뒤 과거에 일했던 그 식당에 지금의 아내를 데리고 가서 밀면을 먹었는데 아내분이 너무 맛있다고 하면서 한번 해보자고 하여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번은 밀면의 본거지인 부산에서 사는 손님이 와서 먹어보더니 부산보다 맛이 있다고 평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니 제대로 된 맛을 위해 고춧가루와 마늘을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고 국산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하게 생긴 젊은 사장님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음식의 맛에 대한 분명한 자부심과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밀면은 한국 전쟁시 부산에서 만들어진 6.25푸드이다. 함경남도 흥남시에서 냉면집 ‘동춘면옥’을 운영하던 이영섭 할머니와 며느리 정한금씨가 부산으로 피난 내려와 우암동에서 ‘내호냉면’이라는 음식점을 하게 되면서 밀면이 시작되었다. 전쟁에서 메밀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달동네 성자로 알려진 동항성당 하안토니오 신부가 나눠준 배급 밀가루에 고구마전분을 조금 섞어 밀면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 후 내호냉면의 밀면은 이영섭-정한금-이춘복 등 며느리들에게 전수되어 내려왔고 내호냉면에는 밀면 기술을 배우려고 찾아온 사람들로 주방이 항상 만원이었다고 한다. 값싸고 맛있어 가난하고 마음이 고달픈 피란민들이 냉면 대신 많이 찾아서 당시엔 ‘경상도냉면’이라 불렀다고 한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흥남부두 피난에 대한 가사가 나오는 현인선생의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노래를 찾아들어본다. 흥남 철수작전때 피난민을 태웠던 빅토리아호의 모습이 첫장면에 나오는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도 다시 한 번 찾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내일 다시 한번 밀면을 먹으러 가야겠다.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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