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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함, 우리가 가야할 그 길

기사승인 2021.03.05  22:41:39

민학기 목사(U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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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함, 우리가 가야할 그 길

<영성에의 길>, 헨리 나우웬 저, 김명희 역, IVP출판사

우리는 해마다 주어지지만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사십일의 여정 중에 있다. 기독교 전통에 따른 이 절기는 죄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여정 동안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자 어떤 이들은 금식을 하기도 하며, 다른 때보다 기도와 말씀묵상에 시간을 할애하며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갖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일상 속 아주 짧은 순간에도 수많은 생각부터 걱정, 염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까지 내 마음을 지키지 않으면 어두운 마음에 쉬이 잠식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매순간 우리가 어디로부터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상기하며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그 분 앞에 내어놓는다. 우리가 지금 가고 있으며 가야할 길, 신앙의 그 길은 평생의 여정이다. 이 여정 속에 있는 우리는 일상의 분주함에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은혜를 때때로 잊어버리기도 한다. 나 또한 받은 은혜를 종종 망각하는 어리석은 한 영혼으로서 이번 사순절 기간엔 어느 해보다도 절실히 내 신앙의 여정을 예수님의 삶에 비추어 점검하고 싶었다. 

복음주의자들부터 자유주의자들까지 거의 모든 진영에서 사랑받는 목회자를 꼽으라면 헨리 나우웬일 것이다. 그의 책 “영성에의 길”에서 내 마음을 동하게 한 단어는 “연약함”이었다. 매주 교회에서 듣는 얘기지만, 성경의 가르침은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다르다.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는 힘과 권력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모든 이들이 절대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무수한 싸움과 전투를 치렀듯이, 사람들은 권력을 갖기를 열망한다. 그 힘은 누군가를 지배할 수도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을 아주 쉽게 해결할 수도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상은 우리에게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되어야한다고, 권력을 쟁취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나보다 앞서 가는 사람을 끌어 내려야한다고 우리를 끊임없이 세뇌시키며 불안감을 원동력 삼아 계속해서 몰아붙인다. 세상에는 다양한 권력들이 존재하는데 경제적, 정치적 권력과 더불어 종교적 권력도 있다. 종교가 사랑하는 일이 아닌 권력을 택할 때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고, 가나안 성도의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세상과는 정반대의 길, 연약함의 길을 통해 사랑과 은혜를 우리에게 부어주셨다. 완전하신 하나님께서는 아기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 누가복음에 따르면 마리아가 해산하는 날에도 그녀와 그의 남편은 여관에 들어갈 방을 구하지 못해서 갓 태어난 아기를 말의 밥그릇인 구유에 눕혀 두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해야하는 아기 예수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그의 부모 또한 얼마나 무력하고, 연약한 존재인가. 

헨리 나우웬은 “말구유에서의 무력함이 십자가에서의 무력함이 되었다”(p30)라고 말한다. 제자들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발가벗겨진 상태에서 사람들의 비웃음과 채찍질 그리고 배고픔과 목마름을 느끼며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예수는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예수의 연약한 삶을 통해 연약한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과 은혜를 부어주신다고 헨리 나우웬은 말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가난하고, 온유하고, 슬퍼하고, 의에 주리고 목마르며, 긍휼히 여기며, 마음이 깨끗하며, 평화를 이루며, 적대적인 세상에 의해 항상 핍박받는 자들이다. 그러나 유약하거나 학대받아도 가만히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하나님 나라가 우리의 것이며, 이 땅은 우리의 기업이다. 우리는 위로를 받으며, 배부를 것이고, 자비함을 입으며, 하나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고…그리고 하나님을 볼 것이다. 이것이 능력, 진정한 능력, 위로부터 오는 능력이다”(p37).

하나님은 가장 미련하고 연약한 자를 택하시고 그 안에서 일 하신다. 세상 속의 갈등과 분쟁, 미움과 폭력을 막는 일, 곧 마음이 가난한 자, 온유한 자, 슬퍼하는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자비한 자, 마음이 깨끗한 자, 평화를 이루는 자, 핍박받는 자들은 예수의 자화상이자,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세상의 권력과 반대되는 예수님의 삶 속의 연약함에 귀 기울여 보니, 어릴 적 읽었던 해와 바람이야기가 떠오른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겉옷을 벗긴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닌 따듯한 해였다. 우리 신앙의 여정의 한 부분인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던 예수의 삶에 대한 깊은 묵상을 통해 내 안의 연약함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안아줄 수 있는, 나와 당신이 되길 기도해본다.

민학기(윌로우리버연합감리교회)

민학기 목사(U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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