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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성서에 나오는 남성과 여성을 중심으로 한 동화 - 이삭

기사승인 2022.01.20  20:37:02

류호정 hjgh12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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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호정 목사의 동화 "성서에 나오는 남성과 여성을 중심으로 한 동화"를 연재합니다. 성서의 남성 12인과 여성 12인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매주 1편씩 24주간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성서에 나오는 남성을 중심으로 한 동화


1. 이삭 (창24:61-67) 
2. 롯 (창13:1-18, 창14:1-16, 창19:1-38)
3. 아론 (출1:15-22, 출4:27-31, 출5:1-12:51, 출17:8-16, 출32:1-35, 레10:1-7, 민12:1-16, 민16:1-17:11, 민20:22-29) 
4. 에훗 (삿3:12-30) 
5. 엘가나 (삼상1:1-28)
6. 요나단 (삼상13:1-3, 삼상14:1-52, 삼상18:1-4, 삼상19:1-7, 삼상20:17-22, 30, 41-42, 삼상23:17-18)
7. 시므온 (눅2:25-35)
8. 가룟 유다 (요6:7, 요6:64-70, 마10:4, 요12:6, 13:29, 마10:1, 요12:4, 요13:18-30, 마 26:47-50, 마 27:3-5, 행1:8-9)
9. 삭개오 (눅19:1-10)   
10. 바나바 (행4:36-37, 행9:26-27, 행11:20-26, 행13:1-3, 행13:4-14:21, 행14:27, 행15:1-39)    
11. 디모데 (행16:1-3, 딤전4:14, 딤후1:5, 3:15, 롬16:21, 고전4:17, 고후1:1, 딤전1:2, 딤후1:2, 히13:23, 딤전1:3)
12. 오네시모  (몬1:1-25)

 


이삭
(창24:61-67)

 

 “내 주인이시여! 제발 소첩의 소원을 들어 주세요.”
 “허-어! 글쎄 아무리 졸라도 안 된다니까.”
 “왜 안 되다고만 하세요. 제가 지금껏 당신의 아들을 낳을 수 없었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더 늦기 전에 한 번만 눈 딱 감고 제 말을 들어 주세요. 네-옛~”
 “그래도 내 어찌 당신이 아닌 다른 여인과 동침할 수 있단 말이오. 난 절대로 그럴 마음이 없소.”
 “흑흑흑! 그러면 소첩보고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제가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어야 속이 후련하시렵니까? 왜 소첩의 마음을 이리도 몰라 주십니까? 저라고 누가 주인님의 품에 나 아닌 다른 여자를 품게 하고 싶겠습니까? 하오나 방법이 없잖습니까?”
 “……”
 “하오니 소첩의 생각대로 오늘 밤에 하갈의 침소로 들어가옵소서.”
 “허-어! 참, 당신의 고집도 대단하구료.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내가 그리하리다.”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에 거주한 지 십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자식이 없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았다. 조카 롯을 상속자로 삼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카 롯이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목초지 때문에 목자들끼리 다투자 요단 지역을 보고 그만 소돔으로 장막을 옮겨갔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랫동안 집에서 ‘길린 자’였던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을 상속자로 삼으려고 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엘리에셀은 네 상속자가 아니라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상속자가 되리라”고 하셨다. 그리고 아브라함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보라.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고 하셨다. 그때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어느덧 자신의 나이가 팔십 오세가 되었지만 아직 아내 사라는 임신하지 못했다. 그러자 사라는 자신보다 더 초초한 듯 조바심에 자신의 몸종인 애굽 여인 하갈과 동침하라고 날마다 졸랐다. 그래서 결국 아브라함은 사라의 말대로 하갈과 동침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갈이 임신했고, 아들을 낳았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 아브라함의 나이가 어느새 구십구 세가 되었다. 그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셨다. 
 “아브라함아!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사이에 두어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리라.”
 그러자 아브라함은 얼른 엎드렸다. 그때 하나님께서 다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보라 내 언약이 너와 함께 있으니 너는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리라. 내가 너를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하리라.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및 네 대대 후손 사이에 세워서 영원한 언약을 삼고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 그런즉 너는 내 언약을 지키고 네 후손도 대대로 지키라. 그 언약은 너희의 대대로 모든 남자는 집에서 난 자나 또는 너희 자손이 아니라 이방 사람에게서 돈으로 산 자를 막론하고 난 지 팔 일 만에 할례를 받을 것이라. 만에 하나 할례를 받지 아니한 남자는 백성 중에서 끊어질 것인데, 이는 언약을 배반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너의 아내 사라에게 복을 주어 그를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되게 하리라.”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을 가만히 듣고 있던 아브라함이 갑자기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아이쿠! 하나님께서 망령이 드셨나? 아니 백 세된 사람이 어떻게 자식을 낳을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사라의 나이가 구십 세인데, 어찌 임신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아브라함은 하나님께 정중하게 사양하며 말했다.
 “하나님! 저는 이스마엘이면 족해요. 그냥 이스마엘이 하나님과 함께 살기를 원합니다.”
 “아브라함아! 아니다. 네 아내 사라가 네게 아들을 낳으리니 너는 그 이름을 이삭이라고 하라. 그리고 내가 이삭과 언약을 세우리니 그의 후손에게 영원한 언약이 되리라.”
 “하지만 하나님! 사라가 아직 임신도 하지 않았잖아요. 더군다나 아들일지 딸일지 모르는데 벌써 아들이라고 하면서 이름을 이삭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하나님?”
 “……”
 하나님께서는 모든 말씀을 마치시고 순식간에 아브라함에게서 사라지셨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일단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말씀하신 대로 자신의 집에서 살고 있는 모든 남자들에게 할례를 거행했다. 그때 아브라함의 나이는 구십구 세였고, 이스마엘의 나이는 십삼 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브라함이 햇볕이 쨍쨍 뜨거워 마므레에 있는 상수리나무들의 그늘에 앉아 있을 때였다. 그런데 이 뜨거운 날씨에 어디선가 나타났는지 모르게 세 사람이 맞은편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아브라함은 벌떡 일어나 달려가서 그들을 영접하며 몸을 땅에 굽히며 말했다.
 “내 주시여! 제가 주께 은혜를 입었사오면 원하건대 종을 떠나 지나가지 마옵소서. 제가 물을 조금 가져오리니 당신들의 발을 씻으시고 나무 아래 쉬소서. 그러면 그동안 제가 떡을 조금 가져오리니 드시고 당신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신 후에 갈 길을 가옵소서.”
 그러자 세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네 말대로 그리하라.”
 “감사합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서둘러 장막으로 가서 사라에게 말했다. 
 “사라? 어디에 있소?”
 “주인님! 여기에 있어요.”
 “빨리 고운 가루 세 스아를 가져다가 반죽하여 떡을 만드시오.”
 그리고 아브라함은 곧장 가축 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기름지고 좋은 송아지를 잡아 하인에게 주며 말했다.
 “고급스럽게 요리하거라.”
 “예-옛! 주인님!”
 아브라함은 모든 요리가 준비되자 직접 엉긴 젖과 우유와 요리한 송아지를 들고 세 사람 앞에 차려 놓고, 서서 시중을 들었다. 
 “나름대로 정성껏 준비했으니 편히 드시죠.”
 “고맙소.”
 세 사람은 아브라함이 차린 음식을 천천히 먹었다. 그런데 세 사람이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네 아내 사라가 어디에 있느냐?”
 “장막에 있나이다.”
 “내년 이맘때 내가 반드시 네게로 돌아오리니 네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그러자 마침 장막 문 뒤에서 이 소리를 듣게 된 사라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웃겨. 우리 주인님이 늙었고, 더군다나 나는 생리가 끊긴 지가 언젠데, 정말 웃기고 있어. 이제 나에겐 어떤 즐거움도 없는데, 누굴 약올리고 있는 거야.”
 그런데 그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아브라함아! 사라가 왜 웃으며 ‘내가 늙었거늘 어떻게 아들을 낳으리요’ 하느냐? 하나님께서 능치 못할 일이 있겠느냐? 기한이 이르러 분명히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
 순간 사라는 두려워서 부인했다.
 “내가 웃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니라 네가 웃었느니라.”
 
 드디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라가 임신하였고, 아들을 낳았다. 신바람이 난 아브라함은 아들의 이름을 이삭(웃음)이라고 짓고, 팔일 만에 할례를 행하였다. 이삭이 태어날 때 아브라함의 나이는 백 세였고, 사라는 자신이 아들을 낳을 줄 몰랐기 때문에 그저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하나님께서 나를 웃게 하시네. 내 웃음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다 나와 함께 웃는구나. 누가 ‘사라가 자식을 낳아 젖먹이며, 노령의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안겨줄 거야’라고 생각했겠어. 호호호! 내가 아들을 낳았다니, 이게 정말 꿈이냐 생시냐?”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아들을 낳게 해주셔서 너무나 기뻤고, 사라는 날마다 이삭을 안고 젖을 먹이며 마냥 행복했다.
 “사라! 정말 고맙소. 이 나이에 내 아들을 안아 보다니,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소.”
 “주인님! 무슨 소리예요. 죽긴 당신이 왜 죽어요. 우리 이삭이 장성하여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것을 보셔야죠.”
 “하하하! 말인즉 그렇다는 거요.”
 “호호호! 그렇지만 농담이라도 그런 소린 하지 마세요.” 
 
 사라는 이삭을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키웠고, 아브라함과 사라는 이삭이 재롱을 떠는 모습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까꿍!”
 “까르르!”
 세월은 금방 지나갔다. 어느 덧 이삭이 젖을 떼는 날이 되었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큰 잔치를 베풀었다. 그때 하갈의 아들 이스마엘이 이삭을 못 살게 굴었다. 
 “에-잇! 이삭, 네 놈이 미워!”
 “으-앙!”
 어린 이삭은 그만 울음이 터졌다. 그러나 이스마엘은 본체만체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사라가 보았다. 
 “저런 못된 놈이 있나? 내가 당장 저 놈의 모가지를 비틀어버려야지. 감히 누구를 건드려.”
 사라는 부글부글 끓은 심정으로 이스마엘을 호통치려고 했다. 하지만 순간 멈칫하며 말했다.
 “아냐. 지금 나서지 말고 주인님께 말씀드려 이참에 아예 하갈과 저 놈을 이 집에서 내쫓아버려야겠어. 저것들이 이 집안에 있는 한 이삭이 마음껏 기지개를 펼 수가 없을 거야.”
 그래서 사라는 아브라함에게 달려가 방금 있었던 일을 소상하게 말했다. 그리고 울먹이며 말했다.
 “흑흑흑! 주인이시여! 하갈과 이스마엘을 쫓아내 주세요. 어찌 하갈의 아들과 내 아들 이삭이 함께 유산을 나눠 갖게 할 수 있겠습니까? 제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저들을 쫓아내십시오.”
 그러자 아브라함은 무척 고민이 되어 혼잣말로 내뱉었다.  
 “후-유!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스마엘도 내 아들인데, 어떻게 쫓아낼 수 있겠는고.”
 아브라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주춤거렸다. 그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브라함아! 그 아이와 하갈의 문제로 걱정하지 마라. 사라가 네게 말한 대로 들어 주거라. 네 후손은 이삭을 통해 이어질 것이고, 하갈의 아들에 관해서는 안심해도 좋다. 이스마엘도 네 아들이니 내가 그도 큰 민족이 되게 해 주겠다.”
 “예! 하나님! 그리하면 하나님의 말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이리하여 아브라함은 아침 일찍 일어나 떡과 물 한 가죽부대를 가져다가 하갈의 어깨에 메워 주고 이스마엘을 데리고 나가게 하였다. 한편 이 모습을 장막 문 안에서 지켜보던 사라는 이삭의 손을 꼬옥 잡고 말했다.  
 “이젠 되었어. 우리 이삭이 주인님의 유일한 상속자가 된 거야.” 

 아브라함과 사라는 이삭의 재롱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하하하! 이삭이 나를 보고 ‘아빠’ 라고 하네. 어-휴! 귀여워!” 
 “호호호! 이삭이 누굴 닮았는지 엄청나게 똘망똘망해요.”      
 “그러게 말이오. 내가 요즈음 이삭 때문에 살 맛이 난다오.”
 “저도 그래요.”
 “하하하! 사라? 고맙소. 늙은 나이에 이렇게 즐거움을 주다니 내 평생 잊지 않겠소.”
 “뭘요. 제가 뭘 한 게 있다고 그러세요. 다 주인님께서 강건하시기 때문이지요.” 
 “어-험! 그게 그런가? 하하하!”
 아브라함과 사라의 장막에서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이삭이 대략 열 살 무렵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려고 부르셨다. 
 “아브라함아?”
 “예-옛! 제가 여기 있습니다.”
 “너는 네가 아끼는 아들, 네가 사랑하는 아들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거라. 거기서 내가 네게 지시할 산에서 이삭을 번제물로 바쳐라.”
 “……”
 아브라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저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나귀에 안장을 얹고 두 종을 대기시킨 후 이삭을 깨웠다.
 “이삭? 얼른 일어나라.”
 “아-함! 졸려. 아버지? 아직 밤하늘이 깜깜하잖아요. 더 잘래요.”
 “아니다. 이삭! 지금 일어나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어서 일어나거라.”
 “어딜 가시는데 이렇게 서두르세요?”
 “응, 넌 알 것 없단다.”
 “그럼. 엄마한테 인사하고 올께요.”
 “아-니, 아니다. 엄마한테 인사할 필요가 없다. 이 아비가 엄마한테 다 말해 두었단다.”
 아브라함은 번제에 쓸 장작을 쪼갠 뒤에 두 종과 이삭을 데리고 하나님께서 지시한 곳으로 서둘러 출발했다. 사흘째 되는 날에 드디어 하나님께서 지시한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두 종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나귀와 함께 머물러 있어라. 나는 이삭과 함께 저곳으로 가서 예배를 드리고 올 터이니,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거라.” 
 “예-옛!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이리하여 아브라함은 번제에 쓸 장작을 이삭에게 짊어지게 하고, 자신은 부싯돌과 칼을 챙겨 들고 다시 길을 떠났다. 그런데 한참 걷고 있던 이삭이 뭔가 궁금한 듯 아브라함에게 물었다.
 “아빠?”
 “그래. 내 아들아!”
 “부싯돌과 장작은 있는데, 번제에 쓸 양은 어디에 있나요?”
 “이삭아! 번제에 쓸 양은 하나님께서 마련해 주실 것이다.” 
 “아-하! 하나님께서 준비해 주시는구나. 난 괜히 걱정했네.” 
 “……”
 아브라함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묵묵히 산으로 올라갈 뿐이었다. 그러나 이삭은 자신이 제물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방지축 뛰어다녔다. 그리고 드디어 하나님께서 지시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제단을 쌓고, 그 위에 장작을 벌여 놓았다. 그런 다음 잽싸게 이삭을 묶었다. 
 “어, 아빠? 왜 이러세요?”
 “……”
 아브라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삭을 번쩍 들고 장작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칼을 쥐고 이삭을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에 하나님의 천사가 다급하게 아브라함을 불렀다.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순간 아브라함은 멈칫했다.  
 “이삭에게 손을 대지 마라! 그 아이를 건드리지 마라! 네가 나를 위하여 내 아들, 내 사랑하는 아들을 제단에 바치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니, 네가 하나님을 얼마나 경외하는지 이제 내가 알겠노라.”
 그러자 아브라함은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땅에 풀썩하고 주저앉았다. 한편 이삭은 놀래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앙-! 아빠! 미워!”
 “이삭아! 아빠가 미안하구나. 이젠 다 되었으니, 그만 울어라.”
 이삭이 대성통곡하자 정신을 차린 아브라함은 이삭을 안고 달래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좌우를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덤불에 뿔이 걸린 숫양 한 마리가 보였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그 양을 잡아서 이삭을 대신하여 번제물로 드렸다. 아브라함은 그때서야 이삭에게 말했다.   
 “이삭아?” 
 “예, 아빠!”
 “오늘 일은 엄마한테 비밀이다. 알았지.”
 “응, 알았어요. 아빠랑 번제놀이를 했다고 할께요.”
 “아니, 번제 이야기는 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놀았다고 해라.”
 “피-익! 알았다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돌아가시면 안 돼요. 저는 어떻게 살라고 그러세요.”
 “이삭아! 콜록콜록! 이 애미가 널 끝까지 보살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어머니! 그런 소리하지 마시고 어서 일어나세요. 제가 장가가서 며느리도 보고 손자도 보셔야죠.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세요.”
 “그래. 그래. 내가 벌떡 일어나서 우리 이삭 색시도 보고, 손자도 봐야 할텐데…, 후-유!”
 사라의 나이가 백이십칠 세가 되던 해, 사라는 아브라함과 이삭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가나안 땅 헤브론에서 죽었다.
 “어머니-!”
 “여보-!”
 그런데 이삭은 사라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는지 장례식 때 어떤 행동이나 말도 하지 않았다. 답답한 아브라함은 우선 사라에 대한 슬픔을 접고 사라의 장례를 위해 헷 족속 에브론에게 마므레 앞 막벨라 밭 굴을 은 사백 세겔에 구입했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멍청해진 이삭을 대신하여 사라를 막벨라 굴에 장사하였다. 그러나 이삭은 무덤덤했다. 
 “이삭아! 제발 정신을 차려라. 니 엄마가 무덤에 묻히는데 어찌 가만히 있느냐?”
 “……”
 이삭은 먼 하늘만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습을 지켜보는 아브라함의 속은 시꺼멓게 타들어갔다.
 “어-휴! 큰일 났네.”

 이삭은 어느덧 마흔 살이 되었다. 그러나 이삭은 여전히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조용히 사라의 장막 안에서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브라함이 집안의 모든 일을 관리하는 엘리에셀을 불렀다. 
 “엘레에셀아? 어디에 있느냐?”
 “예,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여기에 있습니다.”
 “오냐. 이리 오거라. 너는 네 손을 내 허벅지 밑에 넣고 하늘의 하나님, 땅의 하나님이신 하나님께 맹세하여라.”
 “예, 주인님! 맹세합니다.”
 “너는 이곳 가나안의 젊은 여자들 가운데서 이삭의 아내 될 사람을 찾지 말고 내가 태어난 고향으로 가서 내 아들 이삭의 아내를 찾아 오너라.”
 “주인님! 알겠습니다. 하오나 며느리 될 그 여인이 집을 떠나 저와 함께 오지 않겠다고 하면 어찌합니까? 그러면 제가 도련님을 주인님의 고향으로 모시고 가야 합니까?”
 “아니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자네도 알다시피 사라가 죽은 후 벌써 몇 십년째 저렇게 두문불출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삭을 데리고 갈 수 있겠는가? 그렇게는 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나를 내 아버지 집과 내 고향 땅에서 이끌어 내시고 ‘내가 이 땅을 네 후손에게 주겠다’라고 내게 엄숙히 약속하셨다. 그러니 그 하나님께서 천사를 너보다 앞서 보내셔서 내 아들의 아내 될 사람을 찾게 하실 것이다. 그 여인이 오지 않겠다고 하면, 너는 내게 한 맹세에서 풀려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내 아들을 그곳으로 데려가서는 안 되느니라.” 
 “예, 주인님! 주인님의 말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그리하여 엘리에셀은 아브라함의 허벅지 밑에 손을 넣고 엄숙히 맹세한 후 길을 떠났다. 
 한편 이삭은 오랜 세월동안 폐인이 되다시피 사라의 장막에만 쳐박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엘리에셀을 불러 자신의 아내 될 사람을 찾으러 보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자 이삭은 왠지 궁금해졌다.
 “누굴까? 어머니처럼 예쁠까? 마음씨가 고울까?”
 이삭은 자신도 모르게 들녘에 나가 묵상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데 그 날도 이삭은 저물 때, 들에서 묵상하고 있었다가 나귀 떼가 오는 것을 발견하고 어슬렁거리며 다가갔다. 그때 리브가가 엘리에셀을 불렀다.
 “엘리에셀?”
 “예, 작은 아씨! 부르셨습니까?”
 “저기 있는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 오는데, 혹시 누군지 아세요?”
 “아-하! 저 분이요? 저 분은 바로 제 주인이십니다.”
 “어머나! 난 뉘신지도 몰라 뵙고 빤히 쳐다 보았는데, 이를 어쩌지.”
 리브가는 얼른 너울을 꺼내어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엘리에셀은 웃으며 이삭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며,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상세하게 아뢰었고, 이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으-음! 엘리에셀? 잘 알겠네. 그렇다면 자네가 설명한 여인이 바로 이 여인이겠군.”
 “예, 그렇습니다.”
 이삭은 넌지시 리브가의 모습을 흩어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리브가에게 친절하게 말했다.  
 “그대의 이름이 리브가라고 했소?”
 “예, 그러하옵니다.”
 “그렇다면 서둘러 아버지를 뵙고 혼례를 치룹시다.” 
 “……”

 이리하여 이삭은 리브가를 아내로 맞이하였고, 어머니 사라를 장례한 후에 겪었던 심리적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래서 이삭은 리브가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리브가! 정말 고맙소.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완전히 폐인이 될 뻔 했소.” 
 “주인님! 제가 뭘 한 게 있다고 그러세요. 이게 다 주인님께서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신 덕분이죠.” 
 “하하하! 그런가? 어쨌든 당신은 내 어머니와 거의 비슷해서 나한테 무척 힘이 되오.”
 “주인님!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리브가! 사랑하오.”
 “저도 주인님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이삭과 리브가가 아무리 사랑해도 이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자녀가 없었다. 그래서 리브가는 속이 타들어갔다. 그러나 이삭은 조바심하는 리브가를 안심시켰다. 
 “리브가! 태의 열매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라고 했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주인님! 아닙니다. 결혼한 지 20년이 흘렀는데도 주인님을 닮은 아들을 낳지 못했으니, 제가 어찌 편히 있겠습니까?”
 “허-어! 난 그대만 있으면 괜찮다고 했잖소.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어련히 아들을 주시지 않겠소. 그러니 제발 마음을 푹 놓고 기다립시다.”
 “흑흑흑! 당신은 여자의 마음을 너무 몰라요.” 
 리브가는 울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이삭은 멀뚱멀뚱 리브가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후-유! 하나님! 제발 리브가가 아기를 가질 수 있도록 태를 열어 주옵소서. 설마 어머니처럼 구십에 아기를 주실 것은 아니죠. 이제 제 나이 육십이예요. 더 늦기 전에 아들을 주옵소서.”
 이삭은 날마다 리브가를 위하여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이삭의 기도를 들으셨고, 드디어 리브가가 임신하게 되었다. 
 “주인님! 기뻐하세요. 제가 임신했어요.”
 “뭐라고! 하하하! 마침내 당신이 임신을 했구료. 수고했소.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하나님의 은혜니, 하나님께 감사합시다.”
 “예, 그렇죠. 당신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셔서 제가 임신하게 된 거예요. 하나님과 당신께 고마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리브가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배가 아팠다. 
 “아이구 배야! 왜 이렇게 배가 아픈 거야? 배 속에서 누군가 마구 싸우는 것 같은데. 어-휴!안 되겠어. 하나님께 어떻게 된 건지 여쭤봐야겠어.”
 리브가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도대체 제 배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 백성이 네 태중에 있구나. 두 민족이 네 복중에서부터 나누이리라.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리브가는 하나님의 말씀을 명심하였다. 그리고 리브가는 쌍둥이를 낳았는데, 먼저 나온 자는 붉고 전신이 털옷 같아서 이름을 에서라고 지었고, 나중에 나온 아우는 에서의 발꿈치를 잡고 나왔으므로 야곱이라고 지었다. 이삭은 어려서부터 항상 혼자였는데, 리브가가 쌍둥이를 낳자 너무나 좋아했다. 
 “리브가! 수고했소. 한꺼번에 두 명의 아들을 안겨줘서 고맙소.”
 “제가 뭘 했다고 그러세요. 소첩은 그저 당신을 닮은 아들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하하하! 한 명은 나를 닮고, 또 한 명은 당신을 닮으면 되지 않겠소.”
 “호호호! 그런가요.”

 한편 세월이 흘러 아이들은 무럭무럭 성장했다. 에서는 익숙한 사냥꾼이 되었고, 이삭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야곱은 조용한 사람이었고, 장막에 있기를 좋아해서 리브가의 사랑을 받았다. 
 “하하하! 난 에서가 사냥한 고기가 너무나 맛있어 좋아.”
 “호호호! 전 장막에서 조용히 있는 야곱이 너무나 귀여워요.”
 

   
▲ 류호정 목사

 

류호정 hjgh12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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