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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기사승인 2023.01.31  04:27:52

이진경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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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Pinocchio, 2022)

지금으로부터 무려 140년 전인 1883년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에 의해 탄생된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 꼭두각시 이야기』는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동화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놀라운 동화는 그 이후 수많은 형식으로 수많은 변주와 함께 우리들 곁에 끊임없이 피노키오가 존재하도록 만들었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포함하여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여러 형태의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들이 제작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2022년에는 두 가지 버전의 피노키오 영화가 동시에 탄생되기도 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과 같은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의 결과물 실사 《피노키오》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디즈니의 피노키오는 그리 좋은 평을 얻지 못 했다. 같은 해에 나온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피노키오에 완전히 기세가 눌렸기 때문이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다.

디즈니의 것과 달리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어둡다. 그의 대표작 《판의 미로》와도 같이 다소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이 어둠은 옛 동화들이 자주 그렇듯 원작에도 어른거리는 어두운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다. 거의 모든 버전의 피노키오가 그러했듯이 기예르모 델토로 역시 자신의 독특한 해석으로 원작 피노키오에 새 옷을 입힌다. 무솔리니와 파시즘이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전체주의와 전쟁에 대한 비판이 등장하는가 하면, 삶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깊은 주제가 영화 속에 녹아 있다. 무엇보다도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다른 모든 피노키오 영화와 달리, 그리고 원작과도 달리 최후에 인간 아이로 변하지 않는다. 영화 속의 모든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피노키오를 바라보지 않는다. 심지어 전쟁의 포화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제페토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피노키오는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지 않는다. 피노키오는 모든 난관을 뚫고 끝내 자기 자신으로 남아 그에게 생명을 준 요정의 말처럼 상처 입은 모든 이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안겨준다.

피노키오가 원래 영생이라는 영화 속 모티프도 흥미롭다. 그가 죽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게도 피노키오가 의자나 탁자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생이라고 해서 죽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는 여러 번 죽는다. 하지만 일단 죽게 되면 저승의 영역으로 가 모래시계가 다 될 때가지 머물다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다. 흥미로운 점은 그 모래시계가 점점 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만일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다면 피노키오는 영생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결정적인 순간, 그는 타인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불멸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목숨을 잃게 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영생의 존재가 자신의 불멸을 포기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선택이라니, 성육신하여 스스로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피노키오가 사는 마을의 작은 교회 안에는 나무로 만든 커다란 예수상이 있다. 이 나무로 만든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 앞에 서서 피노키오는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 받은 자신의 경험 가운데 아버지 제페토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다들 저 사람을 좋아해요. 저 사람도 나무잖아요. 저 사람은 좋아하면서 난 왜 안 좋아해요?” 자신을 향한 혐오와 배척의 이유를 묻는 천진한 질문 속에서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인다.

이 나무인형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디즈니가 실사화의 길을 걸었을 때 기예르모 델토로는 정 반대의 방식, 즉 애니메이션의 길을 택했다. 그것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길을. 실물의 인형을 제작하고 그것을 조금씩 움직여 찍어야 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촬영만 무려 1,000일이 걸렸다고 한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이 영화를 다 감상했다면 제작 과정에 관한 짧은 영상 기록인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손끝으로 빚어낸 시네마》 역시 꼭 이어서 보는 것이 좋다. 우리가 누리는 예술적 기쁨이 얼마나 많은 장인들의 노력과 열정과 영감에 빚지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진경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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