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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답이라고?

기사승인 2024.03.02  02:27:37

최형미 choihyung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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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혐오에 기댄 남성들의 반격 (연합뉴스 자료 화면)

 

10여 년 전, 모 칼럼리스트가 ‘IS보다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 라고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페미니스트가 싫다는 글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잠시나마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했지만,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혐오나 페미니즘 백레시는 멈추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고, 지금 여성가족부장관 사임 이후 차관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른 부처의 인사들을 실국장에 임명해 부처 폐지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김행 전 여성가족부 후보자가 말한 ‘드라마틱 엑시트’를 진행하는 것은 아닐까?

APWLD에 참여하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온 활동가들은 “우리는 페미니스트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We are feminists, we can change the world)”를 외쳤다. 아시아, 여성, 자연을 착취하는 세계화, 근본주의, 군국주의 그리고 그것의 뿌리에 있는 가부장제에 도전하기 위해서 페미니즘을 내세운 것이다. 

 

페미니즘이 답이라고?

   
▲ 프랑스와 드본느는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며 죽음 아니면 페미니즘을 주장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1960-70년대는 경제발전이 세계 모든 나라의 이슈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여러 아시아 국가는 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세우며 서양 따라잡기에 나섰다. 일단 부자가 되면 좋은 환경도, 복지도, 인간의 행복도, 평화도 보장된다고 믿었다. 복지경제를 주장했던 경제학자 케인즈도 모두가 부자가 되어 풍요를 누리자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풍요를 누리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핵 개발을 했으며, 개발도상국의 자연자원을 약탈했고, 환경은 망가졌다. 이때, ‘죽음, 아니면 페미니즘’을 내걸며 에코페미니즘이 등장한다. 이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페미니즘이라는 말이다. 

페미니스트 철학자 산드라 하딩은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이 그 사회 주류의 관점과 자신이 처한 주변의 관점을 이중으로 갖게 되기에 더 강한 객관성을 갖는다는 주장을 하며, 정치적 소수자인 여성들의 관점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페미니즘은 다양한 소수자의 목소리, 저항의 소리, 낮은 자의 소리다. 

 

소외된 지역에 페미니즘 운동을 구축해야

   
▲ 산골 마을 여성들이 자신들의 마을의 나무를 지켜낸 칩코운동

인도의 산골 마을에 벌목작업이 이뤄지자 그것에 저항한 사람들은 그 마을의 여성들이었다. 그들은 불침번을 서며 나무를 베어내려면 자신들의 목을 먼저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벌목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생명의 기초가 되는 물, 공기, 흙이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히말라야의 나무를 지켜냈다. 1970년대에 일어났던 칩코 운동이다.

APWLD는 지난 40여 년간 70여 개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퇴치하기 위해 정책을 살피는 글로벌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그 결과 풀뿌리 투쟁에 뿌리를 둔 자율적인 페미니스트 운동을 구축하는 것이 여성의 권리를 발전시키고 유지하는 열쇠라는 믿음을 강화하게 되었다. 그들은 길을 찾아 나섰다. 

 

페미니스트가 연구하면 뭐가 달라? 


『보이지 않는 고통』(캐런 메싱, 김인아 옮김, 동녘)에서 캐런은 학술논문이 아니라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지역발전과 지역연구에 몰두했다고 말한다. 지역의 청소노동자, 공장 노동자, 마켓직원들이 그를 찾아와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면, 결국 현장 연구를 통해 법과 규례를 바꾸어나간 것이다. 필자가 페미니스트 연구 방법론 훈련을 받을 때 지속해서 들은 말은 ‘현장에 나가라’ 였다. 혹자는 현장의 이야기를 기술한 것이 어떻게 연구물이 될 수 있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현장의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이론을 돌출한다. 혁명의 기초가 된다.

필자는 2014년에 반다나 시바의 인도네시아 자바섬을 횡단하는 씨앗강연에 9인의 멤버로 참여했다. 지역 농민들을 만나러 9시간이 넘게 승합차를 타느라 다리가 저렸다. 필자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연구실에서 책을 쓰면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텐데, 왜 이렇게 힘들게 고생을 하는가?” 그는 “현장의 농민들에게 배운다. 그들이 답을 알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페미니스트연구, 공동체 운동에 참여하고, 변화를 추동하는 운동가가 되어야

아시아 연구는 오랫동안 서구의 관점으로 기록되어왔다. 아시아 여성들의 이야기를 가져가 서구 학자들이 쓰고, 그들이 심사하고, 그들의 학술지로 발간했다. 아시아 학자들은 서구 학자들이 해석한 글을 가져와 읽고 인용해왔다. 그러니 아시아의 문화를 ‘불쌍하고’, ‘야만적이고’ ‘착취당하는’ 등의 표현을 거침없이 한 것이다. 

 

   
▲ 페미니스트 참여행동연구의 9가지 원칙

APWLD는 아시아 현장 노동자들과 멘토들이 모여 연구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들이 발굴한 방법은 페미니스트참여연구(Feminist Participatory Action Research, 이하 FPAR)다. 종종 연구라고 하면, 문제파악을 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해석 분석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진행자 버니는 묻는다. “이 연구가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가?” 이것이 권력관계, 노동조건이나 시스템을 바꾸어낼 수 있는가라는 말이다. ‘ 그러기 위해서 개인이 아니라 집단적 행동(Action)’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집단적 힘을 구축하기 위해서 유사한 관심사와 목표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모집해 조직을 만들고 리더십과 책임을 함께 나누며 적극적으로 참여(Paticipatory)하는 원칙을 추가하였다. 한마디로 페미니스트 연구는 조직을 만들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변화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그저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것에서 멈춰버린 필자의 연구물들이 떠올랐다. 

많은 연구자는 현장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가져와서 쓰고 끝내버린다, 그러나 FPAR은 연구를 하는 동안 우리 사회의 여성과 소수자들이 인권을 향유 할 수 있도록 구조적 변화를 위해 디자인되었다. 그 과정에서 현장 여성들의 목소리를 확대하고 그들이 연구자와 전문가로서 정책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었다. 연구결과물은 공동체에 귀속되어 공공의 이익을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연구를 진행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연대를 우선시하여 그들이 수단으로 소모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임파워하는 연구다.

훈련에 참여하며 연구자임세 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그러나 훈련은 연구자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이슈가 변화로 추동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기에 기록에 남긴다. 다음 글에는 APWLD가 제안한 변화 이론에 관해 쓸 것이다. 

최형미 choihyung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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