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요시다 타로, 안철환, 들녘,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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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기후온난화를 넘어 기후가열화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실천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은 농본주의를 강조했다. 농을 근본으로, 중심으로 둔 전환적 삶이 기후가열화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다.
농본주의를 실천할 장은 어디일까? 농(農)이라고 하면 농촌을 먼저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나라도 생태적 삶을 실천해 보고자 귀농귀촌을 준비했고 지금 농촌에서 생활하며 땅을 일구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인구이동을 말해야 할까? 도시에서 농을 실천할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란 책을 만났다. 아바나는 중남미의 작은 섬나라 쿠바의 수도다. 이곳이 생태도시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구 소련의 붕괴에 따른 사회주의 연합국가들의 연쇄적 경제체제 붕괴, 그리고 미국의 경제봉쇄다. 이 일이 일어나기 전 쿠바는 소련의 도움으로 사탕수수를 국제가격보다 비싸게 수출하고 석유, 농기계, 자동차 외 생필품에 필요한 모든 원자재와 가전제품, 생활품을 수입해 풍요로운 삶을 살아 왔었다.
경제봉쇄로 소비만 하던 도시 아바나는 마비가 되었다. 전기, 석유가 부족하니 농기계가 멈추고 화학비료도 없어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의 땅을 개간하고 틀밭을 만들어 도시 스스로가 먹거리 자립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 후 소비만 하던 도시가 농본주의적 삶으로 전환하여 생태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아바나가 생태도시로 전환하게 된 과정과 노력을 이 책에서 자세히 보여준다.
작년 우리는 금사과란 말을 자주 들으며 살았다. 사과꽃이 필 무렵 갑작스런 기온변화로 냉해를 입어 사과가 맺히지 않게 되었고 냉해를 피한 사과나무는 많은 강우와 이전과 다른 더위로 나무에 달린 채 썩거나 낙과현상이 발생하여 소출이 줄게 되었다. 그 결과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사과값이 폭등했다. 이 현상을 모두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먹거리의 어려움은 사과 뿐 아니라 수입되는 곡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책에서 만난 이는 이런 말을 한다.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농업문제는 사회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이를 도시농업을 통해 해결하고자 합니다. 물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만 도시농업이 맡은 역할은 매우 막중합니다. 지금까지 잃어버린 비옥한 땅을 회복시키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땅을 비옥하게 회복시키는 일은 5년, 10년이 걸릴지 모릅니다만 풍요로운 땅을 망가뜨리는 것은 두세 시간도 걸리지 않습니다.”
아바나의 모습은 우리가 직면하게 될 오래된 미래일지 모른다. 기후로 인한 전지구적 위기로 인해 식량과 에너지의 위기가 도래할 것이다. 그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도시농업, 재생에너지, 순환경제와 같은 생태적 전환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생태도시 어바나의 탄생을 읽으면서 지금이라도 생태도시로 전환을 이야기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원영 목사(예장통합 총회농촌선교센터 원장)
이원영 예장통합 총회농촌선교센터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