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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석 세운지 2년 4개월 만에 호남특별연회 주관으로
김필수 감독 “재임 기간에 꼭 마무리하고 싶어 ... 하나님의 은혜”
기독교대한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선교국이 주최하고 호남특별연회(김필수 감독)가 주관한 ‘어청도 아펜젤러 순직기념 표지석 제막식’이 10월 3일(목) 오후 어청도(於靑島) 팔각정에서 펼쳐졌다. 어청도는 군산항에서 약 70km 떨어진 곳으로, 페리호를 타고 약 2시간 동안 이동해야 하며 행정구역상으로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리다.
이는 서구 열강들의 잦은 출몰과 개방 압력에 문호를 열기로 한 고종이 부국강병의 길을 모색하기로 한 직후 교육(학교)와 의료(병원)선교에 관해 윤허한지 140주년 만에 최초의 감리회 선교사로 입국해 순직한 아펜젤러를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2022년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본부와 충청연회, 호남특별연회에서 공들여 표지석을 세운지 2년 만의 일로, 기상 조건에 의해 연기됐다가 2년 4개월여 만에 호남특별연회 주관으로 갖게 된 것이다.
2022년 6월 총회본부가 주관하여 충청연회와 호남특별연회의 특별한 협력으로 표지석을 세우고 제막식까지 준비했으나 당시 기후로 인해 몇 차례 연기한 끝에 결국 실행하지 못한채 미뤄진 바 있다. 당시 총회본부 행정기획실 기획홍보부장 유성종 목사와 충청연회 노광현 총무, 호남특별연회 임융봉 총무가 몇 차례 어청도를 방문하면서 헌신적으로 제막식을 준비했으나 이루지 못한 결실을 2년 4개월이 지난 후에야 맺게 된 것이다.
사실 이 날의 제막식도 모든 참석자들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표현할 정도로 불투명했다. 지난 주간부터 예고된 18호 태풍 크라톤(Krathon)이 한반도를 지나면서 10월 3일과 4일 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릴 것이라는 예고 때문에 어청도로의 항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 이유로 김필수 감독은 자신이 섬기는 군선비전교회 교우들과 함께 특별기도까지 하면서 태풍진로를 예의주시했다. 제막식을 준비한 실무진 역시 참석 신청자들에게 제막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연락하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그런데 10월 2일 크라톤이 대만을 관통하면서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정도로 약화하여 소멸될 것이라고 예고됐다. 이에 따라 호남특별연회 김필수 감독을 비롯한 고종수 총무와 감리사들, 평신도 지도자들, 그리고 선교국 태동화 총무 등 외부의 참석 예정자들은 예정대로 10월 3일 오전 9시 페리호를 타고 어청도로 향할 수 있었다. 어청도로 향하는 모든 참석자들은 ‘하나님께서 태풍의 진로를 어청도로 향하지 못하도록 막아 주셨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한국 최초의 감리회 선교사 아펜젤러는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아침,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와 함께 입국해 배재학당, 정동제일교회, 내리교회를 세우는 등 교육사업을 통한 구원사역에 힘썼다. 1902년 6월 11일 목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성경번역회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에서 목포행 기선을 타고 가던 중 군산 앞바다 어청도 북단 근해에서 일본 여객선과 충돌하는 사고로 인해 순직했다. 애초 호남특별연회는 아펜젤러의 순직일에 맞춰 제막식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6월에서 7월까지 계속된 폭우 피해로 인해 몇 차례 연기한 결과 10월 3일에서야 갖게 됐다.
10월 3일(수) 오전 9시 군산항을 출발해 어청도에 도착한 김필수 감독을 비롯한 일행은 어청도 둘레길을 걸으며 성찰의 시간을 가진 후 오후 4시 표지석이 마련된 야트막한 언덕의 팔각정에 올라 제막식을 진행했다. 제막식 ‘어청도의 명물’로 알려진 등대 쪽으로 이동해 멋진 가을 노을에 피곤함을 달랬다. 그리고 다음 날인 4일(목) 오전에는 아펜젤러의 생애와 사역에 관해 소요한 교수(감신대 한국교회사)의 강의를 통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진 후 오후 1시 배를 타고 군산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감사예배
제막식에 앞서 열린 감사예배는 고종수 총무의 사회로 시작해 최호권 감리사(전북서남지방회)의 기도, 이석렬 장로의 성경봉독에 이어 김필수 감독이 ‘이보다 더 큰 사람이 없나니’(요 15:12~14)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필수 감독은 설교 서두에서 제막식을 향한 자신의 마음에 관해 설명했다. 8년 전, 아펜젤러 선교사의 가족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군산에 들렀을 때 만날 기회가 있었던 김 감독은 아펜젤러 선교사의 순직 장소가 어청도 부근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행정구역상 군산시 소속인 어청도에 아펜젤러 순직기념비가 세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미안한 마음으로 ‘표지석이라도 꼭 세워드려야겠다’고 기도했다. 그러던 중 2022년 6월 어청도에 표지석은 세웠지만 제막식을 진행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시간이 지나 2022년 10월 호남특별연회 2대 감독에 취임하면서 어청도 표지석 제막식을 기억했다. 그리고 임기 안에 제막식을 하기 위해 지난 6월 진행하도록 준비했다. 그러나 7월까지 이어진 폭우 피해로 인해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10월 3일로 결정하면서 감독직임을 마무리하는 사역이 됐다. 아펜젤러 선교사의 순직기념 표지석 제막식은 몇 년 동안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말하는 순간, 김필수 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불과 140년 전에는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우리나라가 이제 미국에 이어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국가로 성장했다며 이는 하나님의 은혜임은 물론 자신과 가족의 인생 모두를 바쳐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의 공로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펜젤러에 관해 소개하며 가족 전체가 조선을 사랑하여 특별한 흔적을 남겼다고 부연했다. 계속해서 교육 발전에 끼친 공헌도를 언급한 후 죽음의 순간까지 조선과 조선인을 향한 사랑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수영을 잘 했기에 선박사고가 났을때 살 수 있었지만 정신여고 학생을 구하기 위해 다시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결국 순직했다며 그 숭고한 생명사랑은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인간의 몸으로 오셔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므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한 예수의 모습이라며 아펜젤러 선교사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기념표지석' 제막식을 갖는 의미라며 아펜젤러의 숭고한 사랑을 본보기로 삼아 삶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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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감독의 축도로 예배를 마친 후 곧바로 제막식을 진행했다. 먼저 직전총무로 사역하면서 기념표지석을 설치하고 제막식까지 준비했으나 기후 때문에 실행할 수밖에 없었던 임융봉 목사(교육사업위원장/ 호남제일교회)가 경과를 전했다. 임 목사는 2년 전에 준비했던 과정을 설명한 후 표지석 제막의 목적에 관해 설명했다. 아펜젤러 선교사의 사역 발자취와 죽기까지 사랑을 실천한 숭고한 신앙, 희생정신이 기억되어 어청도가 의미 있는 순례지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추진했다. 신앙유산 재조명, 교육효과 증대, 감리교회 선교유적지로서의 가치 등을 고려해 순직 120주년인 2022년 6월 추진했으나 앞서 설명한대로 일기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다.
이어 표지석 설치 과정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어청도 이장과 지역주민의 도움으로 순직 현장이 가장 잘 내려다 보이는 장소를 제공 받아 표지석을 세웠다. 그 과정에서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방부, 군산지방해양수산청, 군산시청, 옥도면, 어청도리 등의 행정자문을 얻었으며 하루 한 번 왕래하는 배 편으로 표지석 제작과 운반작업에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태풍으로 인해 일정을 변경하면서 힘겹게 작업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설치를 완료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임융봉 목사의 경과보고 후 소요한 교수(감신대 한국교회사)가 아펜젤러 선교사의 순직 과정에 관해 설명하면서 순직 장소로 추정하는 곳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소 교수는 먼저 사고 당시의 객관적인 사실에 관해 설명했다. 성서 번역을 위해 남장로교 선교사 레이놀즈가 주관한 목포에서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배를 타고 인천을 출발했다. 일정이 늦어져 구마가와마루호(인천-목포-부산-오사카행, 558톤급)을 타고 가던 중 마주오던 기소가와마루(오사카-부산-목포-인천행 675톤급)과 어청도 서북 해리 2~3(3.7~5.5km)에서 밤 11시 경 충돌하여 2분 만에 배가 가라앉아 순직했다. 당시 사망과 실종자 수는 미국인 1명(아펜젤러), 한국인 14명, 일본인 4명, 선원 4명 등 총 23명이었다.
이어 왜 살지 못했는가에 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아펜젤러 선교사는 배가 가라앉거나 충돌시에 해상고시 2~3분 골든타임 내에 탈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조한규와 정신여고 학생 등을 구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며 그런 의미에서 그의 죽음을 숭고한 것으로 기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2일차 아침 강의에서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소 교수의 이야기 후 김필수 감독, 태동화 총무, 임융봉 목사, 고종수 총무, 유경동 총장, 최호권 감리사, 박남철 감리사, 남준우 감리사, 정예현 본부장(CTS 전북지부장), 이석렬 장로, 김종택 장로, 어청도 이장 등 12명이 표지석 제막의 덮개를 벗겨냈다. 곧 아펜젤러 순직기념 표지석의 모습이 드러났고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순간을 기념했다.
하주열 목사(기둥교회)의 뿔나발 연주 직후 김종택 장로(호남특별연회 남선교회연합회장)가 비문의 내용을 낭독했다. (비문 내용 이미지 사진)
이어 축사와 격려사의 순서가 계속됐다. 먼저 축사에 나선 태동화 총무는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인사한 후 올해는 감리회가 선교를 시작할 수 있도록 고종이 윤허한지 140주년이라며 매클레이 이후 초기 선교사들의 입국과 사역을 소개했다. 특히 아펜젤러가 44세로 순직할 때까지 남긴 선교사역의 흔적을 설명하면서 그가 순직한 1902년 12월 우리나라는 홍승하 전도사를 하와이에 파송함으로써 첫 번째 해외선교사를 배출했다고 부연했다. 이후 현재까지 2,400여 명의 선교사를 해외에 파송했고 2024년 9월 현재 81개국에 1,285명의 선교사들이 세계 곳곳에서 사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펜젤러의 사역과 숭고한 신앙을 기억하기 위해 서울 아현동에 아펜젤러세계선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 날의 ‘순직기념 표지석’은 ‘기록’과 ‘기념’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순직하기까지 생명을 사랑한 숭고한 헌신과 섬김의 정신을 이어받아 살아간다면 제막식의 의미가 더욱 클 것이라며 마음에 새길 수 있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두 번째 축사를 위해 등단한 이건수 목사는 2년 전에 하기로 준비된 제막식이 올해도 자연의 위력 앞에 몇 차례 연기됐다며 매사가 쉽지 않지만 김필수 감독의 임기 말에 행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아펜젤러 선교사의 죽음에 관한 정확한 실증은 여전히 연구 중이지만, 그의 숭고한 희생은 우리나라에 선교의 문이 더욱 활짝 열리도록 하는 촉매제가 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막식의 순간까지 이끈 김필수 감독의 열정에 감사 드린다고 인사한 후 <다니엘 12:3>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아펜젤러의 선교 역사는 ‘빛나는 별’이 분명하다며 제막식은 이를 밝히는 ‘연결고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계속해서 아펜젤러 선교사의 시신은 깊은 바닷 속에 수장되어 보이지 않지만 그것은 다른 의미에서 사람들의 우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나님은 돌을 세워 사람들로 하여금 기억하고 기념하게 하셨다며 표지석은 우리와 후대로 하여금 아펜젤러의 희생과 사랑을 기억하라는 깊은 의미가 담겼다고 전했다. 이어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어원으로 설명한 후 순직기념 표지석 제막식의 주인공은 살아계신 하나님이라고 강조한 후 모두를 향해 ‘빛나는 별’이라며 제막식을 위해 수고한 실무위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축사를 마쳤다.
감신대 유경동 총장이 마지막 격려사를 위해 등단했다. 유 총장은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복음 12:24)는 말씀을 언급하며 아펜젤러 선교사의 숭고한 죽음은 전 세계에 흩어져 복음을 전하는 많은 선교사들로 열매 맺혔을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교육기관의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는다는 것의 의미를 예수께서는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자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생명을 미워하면 주님을 섬기는 것 밖에 남지 않는다며 참석자들을 향해 자기 자신의 생명을 사랑하지 말고 끝까지 주님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그렇게 되면 제2, 제3의 아편젤러 선교사가 나타날 줄 믿는다며 아펜젤러 선교사의 정신이 계속 살아나도록 ‘내가 죽고 주님만 사는’ 삶을 살아가자고 권면하는 것으로 격려사를 마쳤다.
마지막 순서로 김필수 감독이 감사의 인사말을 전한 후 제막식의 모든 순서를 마치고 기념촬영에 임했다. 한편 이 날의 제막식은 CBS, CTS, GOOD TV 등 기독교계 방송뿐만 아니라 본지와 웨슬리안타임즈, 크리스천뉴스 등 감리교 계통 언론사의 취재로 관심이 높았다.
황기수 뉴스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