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코 끝을 쏘는 냄새! 나주 영산포 홍어

기사승인 2022.01.25  23:26:21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공유
default_news_ad1
article_right_top

목회를 하면서 전국의 장례식장을 여러 군데 가 보았다. 전라도지역의 장례식장에 방문할 때와 경상도지역의 장례식장을 방문할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식이다. 전라도지역에서는 꼭 삭힌 홍어가 나왔고 경상도 포항에 갔을 때는 돔베기가 나왔다. 돔베기는 상어고기이다. 홍어와 돔베기의 공통점이 있다. 찌르는 듯이 독특하고 지독한 냄새이다. 물론 돔베기보다는 홍어의 냄새가 더 강하다. 이 냄새는 왜 이렇게 지독한 것일까? 

동물은 몸의 노폐물인 요소를 오줌으로 내보낸다. 하지만 홍어와 상어는 피부로 요소를 배출한다. 그 피부의 요소가 암모니아발효를 하여 내뿜는 냄새가 이 홍어와 돔배기의 냄새이다. 암모니아 발효를 하면 잡균을 죽이게 되는데 이 때문에 홍어나 돔베기는 상온에서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옛날에 홍어의 주요산지는 서남해안이었다. 이 홍어를 잡아 내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연발효를 한 홍어를 그 주변의 지역에서 흔히 먹게 되면서 ‘전라도 홍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경상도에서 돔베기를 먹는 것은 동남해안의 바다에서 상어가 많이 잡히고, 상어를 내륙으로 가져오는 동안 역시 자연발효를 하여 이를 먹어 버릇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어는 영산포가 유명하고 돔베기는 영천이 유명하다.

전라도에서 홍어는 관혼상제에 빠질 수 없는 귀한 음식이다. ‘홍어가 없는 잔치는 잔치가 아니다’라고 할 정이다. 고려 시대부터 6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영산포 홍어거리’는 잘 삭힌 홍어의 진한 맛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우리나라 홍어의 일번지’이기도 하다. 영산포에서 유독 ‘삭힌 홍어’가 유명해진 까닭은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1976년 영산강 하굿둑이 생겨 물길이 막히기 전까지 전남 나주시 영산포는 수많은 배가 오가던 대표적인 포구였다. 황해에서 영산강을 따라 내륙 깊숙이 들어오는 뱃길의 끝에 있었다. 예전부터 흑산도 앞바다에서 잡은 홍어를 가마니로 덮어서 돛단배에 싣고 목포를 거쳐 영산포까지 실어 나르다 보면 10~15일이 소요되었는데 홍어가 그동안 자연적으로 발효숙성이 되었다. 그 삭힌 홍어 상태로 영산포에서 각지로 운송되었기에 나주 영산포는 삭힌 홍어의 일번지가 되었다. 그 뒤로 영산포 사람들은 삭힌 홍어의 제 맛을 내기 위해, 집마다 다양한 온도에서 다양한 숙성방법을 연구했고 마침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삭힌 홍어’의 맛을 찾았다고 한다.

현재는 국산 홍어가 귀하기 때문에 영산포 홍어 역시 대부분 수입품이다. 한국이 홍어를 수입하는 국가는 전 세계 20개국정도이지만 이중에서 접근성이 좋은 칠레산 홍어가 가장 많이 쓰였다. 전국 기준으로 유통되는 홍어 물량의 99%는 칠레산 냉동 홍어였다. 하지만 요즘은 칠레산 홍어도 부족해져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페루산 홍어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홍어를 먹는 나라는 많지 않다. 비늘이 없는 생선이기에 유대교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먹지 않는다. 일본의 도호쿠와 훗카이도 지방에서 말려서 먹기도 하고 생선을 발효시킨 음식을 많이 먹는 아이슬란드에서 먹지만 삭힌 홍어를 먹는 대표적인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남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나 우루과이, 칠레에서도 홍어는 그냥 쓸모없는 생선으로 취급되어 버려지다가 한국에서 수입하기 시작하면서야 많이 잡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홍어를 아주 좋아한다. 대형마트에 가서 포장되어 있는 홍어를 사와서 먹을 때면 딸은 용기를 내서 한 점 먹은 후 자리를 피한다. 홍어냄새를 아주 싫어하는 아내는 곁에 오지도 않는다. 강아지 꼬미와 고양이 토리도 고개를 저으며 도망한다. 결국 혼자 먹고 남은 홍어를 잘 밀봉해서 냉장고에 놔두면 내가 없는 사이 아내가 쓰레기통에 버린다. 왜 음식을 버리냐고 항변하면 도저히 역겨운 냄새를 참을 수가 없단다. 가족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마트로 달려가 포장된 홍어를 한 팩 사서 저녁식사를 해야겠다. 아내가 버리는 일이 없도록 남기지 말고 다 먹어버릴 것이다.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