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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기사승인 2023.06.04  00:37:36

김은기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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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적어도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인 적 있는 사람은 모두 ‘감사하며 사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사는 쉬운 듯 보이더라도, 생각보다 어렵다. 말로만 간단히 하자면, 밥을 먹을 수 있음에, 하루를 건강히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기도 없이 급하게 숟가락을 들고, 머리를 대는 대로 기도 없이 잠에 곯아떨어지곤 한다. 

책 <피로사회>에서는 현대인이 느끼고 있는 오늘날의 피로 개념을 철학적으로 꿰뚫어 보고 있다. 책의 첫 장은 다음과 같은 구절과 함께 시작된다.

“신경성 질환들 …… 은 전염성 질병이 아니라 경색성 질병이며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질병이다.”(p. 11-12)

책에서는 우리 사회의 피로를 비롯한 다양한 신경성 질환들은 무언가 부족하기 떄문에 오는 결핍에서가 아니라 무언가 너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나의 아버지(나의 아버지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 위치한 화량교회의 목사님으로 섬기고 계신다.)께서 설교 중에 간간이 나누셨던 간략한 사담이 있다.

‘한 남자가 오랜 노동과 노력으로 열심히 부를 축적하여 20평 정도의 집을 구매했다. 그러고 나서 친구의 집을 가보니, 친구의 집은 30평 정도가 되었고, 친구의 집에서 돌아온 남자는 급격히 자신의 집이 너무나도 작아 보인다. 남자는 다시 열심히 노력하여 친구의 집과 얼추 비슷한 크기의 30평 짜리 집을 구매한다. 그러다 어느 날 또 다른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아 방문해보니, 집은 40평에 화장실이 두 개더란다. 화장실이 두 개이면서 느끼는 편안함은 남자에게 가히 충격적이었고, 남자는 다시 40평에 화장실이 두 개인 집을 구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결국 목표하던 집을 구매한 남자는 다시 50평에 화장실이 3개이며, 차고를 가진 집에서 사는 친구를 마주하게 된다.’

 타인과 계속해서 스스로를 비교하고 나의 현재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 속에는 행복이 자리할 공간이 없어진다. 계속해서 집이 커지는 이 남자의 이야기는 그의 성공 신화일까? 누군가는 이 남자의 이야기가 멋있는 인생 스토리처럼 느껴질지는 몰라도, 남자가 느낀 감정이 ‘행복’이었다고 단정 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 가설 중 ‘레드퀸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레드퀸 효과’는 ‘어떤 대상이 변화하려고 해도 주변 환경과 경쟁 대상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뒤처지거나 제자리에 머무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주변과 자신을 비교하며 계속해서 달리면 결국 이 ‘레드퀸 효과’의 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감사를 잃고 계속해서 나아가기만 하고자 하는 긍정성 과잉에 머무르게 된다면, 우리는 결국 탈진 상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앞서갈 필요는 없다. 마치 우리나라의 양궁 선수들이 올림픽 결승전에 진출하게 되면 해설 위원이 빠뜨리지 않는 멘트처럼.

“우리 선수들은 상대가 몇 점을 쏘든 의식하지 않습니다. 본인들의 페이스가 있고, 페이스대로만 한다면 10점을 쏠 수 있거든요!”

나의 경쟁 상대를 설정하여 계속해서 비교해나가는 행위는 나 자체의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방해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의 뜻과 말씀을 이어가는 그리스도의 자녀로서도, 그리고 축복의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구성원으로서도 감사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작년에 발매된 가수 장기하의 노래 <부럽지가 않어>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너한테 십만원이 있고
나한테 백만원이 있어
그럼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짜증나겠지
근데 입장을 한번 바꿔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
나는 과연 니 덕분에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
아니지, 세상에는 천만원을 가진 놈도 있지
난 그놈을 부러워하는 거야
짜증 나는 거야
- <장기하, 부럽지가 않어 中>

이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가사지만, 끝없이 누군가와 비교하고 있을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될 마치 블랙코미디 같은 가사가 될 것이다. 나보다 더 가짐이 작은 자가 있지만 더 많이 가진 자만을 바라보는, 감사가 결핍한 삶은 결국, 피로하고, 또 신경질적이게 된다.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행위를 중단하는 것이 간단하게 그만둘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내가 지금 가진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적어도 오늘 밤 잠들기 전에 조용히 올릴 만큼의 마음은 가지고 있어야겠다.

김은기 (대학생)

김은기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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