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는 ‘성경공부의 종교’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터가 교황의 권위가 아니라 ‘성경’의 권위로서 진리를 가르칠 것을 강조한 이래, 개신교는 성경에 근거하여 신앙과 삶의 표준을 삼아왔다. 특히 존 웨슬리의 후예인 감리교회는 ‘책의 종교’로서 성경공부를 그 어느 교단보다 강조해 왔다.
이것은 한국 감리교회의 헌법인 <교회와 장정> 내의 “신학 지침” 속에서도 잘 반영되어 있다. 장정에 따르면, 한국 감리교인들은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성경이 기독교 교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원천이요, 표준임을 믿는다. 성경의 저자들은 성령의 감동하심에 힘입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서 세상과 화해하게 된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신앙과 신학에 있어서 성경은 최우선적이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사실, 한국감리교회의 신학지침에는 성경 이외에도 ‘전통’과 ‘이성’, ‘경험’과 ‘한국의 토착문화’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지만, 성경이야말로 그 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지침이다. 따라서 교회가 어려울수록 그리고 신자들의 신앙이 흔들릴수록 우리는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급속한 사회변화와 함께 성경공부의 지형도 바뀌고 있다. 그것은 성경공부의 유형과 관련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될 수 있다. 성경공부는 일반적으로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한국감리교회의 경우에서처럼,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성경공부이다. 이것은 신자 개인의 ‘신앙 성장’ 및 ‘성례전’(특히, 세례)에 참여시킬 목적으로 하여 이루어지는데, 전통적으로 ‘교회학교’나 ‘속회’ 혹은 ‘세례준비반’에서의 성경공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성경공부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형태의 성경공부가 상당한 위기를 겪고 있다. 왜냐하면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교회 성장의 지체 등으로 인하여 교회를 배경으로 한 성경공부의 모임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지속적으로 복음에 충실한 교회가 되려면, 새로운 형태의 성경공부모임을 활성화시키는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신학교’ 혹은 ‘신학대학’에서의 성경공부이다.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성경공부는 목회자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여 ‘성서 연구’라는 이름으로 학문적인 관점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성경을 연구함에 있어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여 성경에 대한 역사비판적 연구를 비롯한 인접학문과의 대화가 강조된다. 특히 최근 성경 연구는 컨텍스트(context)의 다양한 변화에 부응하여 다양한 현대학문과 성경 본문과의 해석학적 대화가 강조되면서 수 많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성경과 현대과학과의 대화나 동성애 이슈 등은 최근 수 년째 신학대학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이슈들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대학에 대한 교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학에서의 성경 연구가 합리성이 아닌 신앙의 이름으로 강요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성경 연구를 위한 학문의 발전과 기독교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대학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학문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 성경 연구에 더욱 용기를 갖고 매진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무신론자’나 ‘이웃종교인’을 대상으로 한 성경공부이다. 사실 이 유형의 성경공부는 지금까지 그렇게 활발하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성경은 당연히 교회의 전유물처럼 여겨왔기 때문에, 무신론자나 이웃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경공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거나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숫자와 영향력이 미미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유형의 성경공부가 역사적으로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션스쿨(mission school)에서의 성경공부는 주로 비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임으로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성경공부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신론자나 이웃종교인을 대상으로 한 성경공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가 최근에 와서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그 요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종교 간의 대화 및 종교평화를 위한 교양교육 차원에서 그 필요성이 점차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나안신자(교회에 안 나가는 신자)의 폭발적 증가는 그 동안 교회와 대학 내에서만 이루어지던 성경공부를 해체시키면서 교회 밖 사회에서도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촉구하는 동시에, 교회와 대학 사이의 높은 장벽도 허물어 서로 소통케 하는 새로운 성경공부의 현장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새로운 성경공부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무신론자나 이웃종교인을 대상으로 한 성경공부가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기독교가 존재하는 한 성경공부는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 형태는 시대의 요청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위에서 분류한 세 가지 형태의 성경공부는 어느 하나 결코 소홀히 될 수 없다. 특히 그 삼자 사이의 경계가 더욱 애매해지고 그 의미도 더욱 모호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세 가지 형태의 성경공부는 상호 간에 비판적인 이해와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기독교인만의 하나님이 아니라 모든 인류의 하나님이듯이, 성경 역시도 기독교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성경공부 모임이 이곳저곳에서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기를 간절히 고대하는 바이다.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
손원영 sohnw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