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임(전 세종대학교 대양휴머니티 컬리지 교수)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이상한 사람도 아니다. 60대 후반, 몇 년 지나면 70대에 입성하는 노인이고, 평생을 교회에서 자라고 배웠다. 한국의 일반 정규 공립학교에서 12년, 사립대학교에서 7년 반, 기독교 전통이 가득한 유럽 대학에서 12년 반, 다 합쳐 적잖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나는 일반인들이 가진 상식을 공유하고, 우리 사회나 외국에서 살기에도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다. 학교와 교회에서 배운 대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이다.
이런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하나 있다. 수년 전부터 한국 개신교 교단들이 세력을 규합하여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일이다. 게다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은 이해가 안될 정도로 너무나 강경하고, 반대 투쟁의 전선이 넓고 두텁다는 사실이다. 다른 건 다 좋지만 동성애자는 절대로 차별을 해야 한다니, 이게 과연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일인가 묻게 된다. 진정 하나님은 우리에게 동성애자를 차별하라고 하실까? 그들이 죽임을 당하기를 원하실까? 그들도 하나님의 고귀한 형상대로 창조된 피조물은 아닐까? 그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삼사년 전 여러 종교들의 콜로키움이 있었다. 주제는 동성애가 아니었지만, 시대적 사안이 사안인지라 동성애에 관한 이해가 논의 되었다. 불교, 원불교, 샤마니즘, 심지어 가톨릭교에서도 동성애를 문제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 유독 개신교에서만 이토록 차별금지법 반대에 극도의 에너지를 쏟으며 교단마다 연대하는 것일까? 대한예수교 장로회에서는 동성애자를 위한 목회를 하는 기독교장로회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정죄했으며, 장로회신학대학에서는 동성애자를 옹호하는 학생들을 징계하고, 그 후로는 입학 인터뷰에서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교리 신조처럼 밝히도록 강요했으며, 감리교에서는 동성애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출교 선고한 일도 있습니다.
동성애가 죄이기 때문에 동성애자는 차별을 해야 하고, 동성애자를 존중하는 일련의 목회 활동을 시도하는 목사를 징계해야 한다는 개신교 여러 교단의 입장은 성서에 입각한 것이라고 고집한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자들이 제시하는 성경 구절은 다음과 같다.
문자 그대로 동성애가 죄라고 기록된 구절이 레위기 18장과 20장에 나온다.
“너는 여자와 교합함 같이 남자와 교합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레 18:22)
“누구든지 여인과 교합하듯 남자와 교합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찌니 그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레 20:13)
소위 창조질서라는 것은 창세기 1장에 언급된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7-28a)
성경정신을 기초로 법을 만든 이스라엘이나 유럽, 미국 등의 나라라면 동성애자들을 사형에 처했을까? 그런 시대가 있었다. 히틀러 시대 유대인만 죽인 것이 아니라 동성애자들, 장애인들, 행려자들도 모두 잡아 죽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러한 일이 합법적인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사실 사람의 목숨은 하나님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성경에 죽이라는 표현이 있다 해도 그대로 실천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하나님의 뜻이라는 인식에 대해 제동을 건 분은 예수님이다. 이미 알려진바, 이혼과 관련된 토론에서 예수님은 이혼에 관한 조항이 신명기 24장 1-4절에 기록되어 있을지라도,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이 완악해서 이혼을 하기 때문에 이혼을 할 때는 이혼장을 써주라는 규정을 모세가 기록하였다는 식으로 해석한다(막 10:1-9). 성경에 기록된 것은 문자 그대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 구절이 그 문서에 기록되었는지.
구약성서를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도 동성애자를 사형에 처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차별해야 한다고 대 놓고 말하지는 못한다.
동성애자는 차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개신교에서는 동성애가 죄라며 동성애자를 차별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미 한국의 헌법도 형법도 동성애자를 죄인이라고 기소하거나 판결하지 않는다. 개신교인들이 동성애자를 처벌하자고 주장하려면 법부터 바꾸어 달라고 국회에 청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어떠한 이유에서건 차별이란 성서정신이나 기독교정신에도 위배된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만드셨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포용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주장하는 분들의 마음 속 깊이 스며들기를 기도해본다.
(2024.2.28.)
김판임 세종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