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편의점에서 일하는 박사다. 가끔 시간강사로 일하지만, 편의점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다. 자리가 없다고 할 일이 없겠는가? 그래도 부지런히 신문에 글도 쓰고, 골목 어귀 편의점 앞에 정원도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꽃 멍도 하고, 나에게 꽃을 가꾸니 소녀처럼 생기가 넘친다고 쌍화탕도 사주고, 힘들지 않으냐고 위로도 해준다. 내가 젊지 않다는 걸 그들도 아는 것이다. 최근에는 비싼 금사과를 대여섯 개 안겨주고 간 손님도 있었다.
새벽에 바쁜 걸음으로 출근하는 여자들이 많다. 건물 청소를 하는 아줌마들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경비는 남자들이 하지만 청소는 여자들의 일이다. 그들은 새벽 일찍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며 편의점에 들러 9천 원이 넘는 족발도 산다. 돈 버는 여자가 누리는 호사다.
엊저녁 퇴근길에 단골인 여자분이 편의점앞에서 머뭇거렸다. 나를 보더니 비닐봉지의 천혜향을 내밀며 말했다. “이거 정말 맛있어요.” 난 단번에 그녀가 취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요? 내가 들어줄게요” 그렇게 어두운 밤에 편의점 앞 의자에서 두 여자가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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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공장일, 식당일, 가스 검침원, 건물 청소일 점철된 27년 - 경향신문 (khan.co.kr) | ||
“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있어요. 내가 사무실 청소를 해서 한달에 20만원씩 받았는데 건물주가 그건 횡령이라며 600만원을 다 내놓으라고 하네요. 법무사, 노동청에 찾아갔었는데 어쩔 수 없데요.” 억울하다고 말하며 그녀는 흐느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매일 출근해서 20만 원을 받을 수 있을까? 그를 토닥이며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었다.
그녀는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 한 건물에서 12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지난 5년동안 청소업무를 해왔다. 그때, 건물안의 한 사무실에서 청소를 하면 한달에 20만원씩 준다고 제안을 했다. 그녀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적은 월급에 차비라도 벌 생각이었다. 근무시간 중에 그곳도 청소하려고 더 열심히 일했다. 퇴직할 때가 되자, 건물주가 근무시간에 다른 일을 한것이니 그동안 20만원씩 받은 건 횡령에 해당되니, 모두 자기에게 물어내야 한다고 말을 했다. 그녀는 애초에 그것이 불법인지도 횡령인지도 몰랐다. 건물주는 퇴직금도 줄 수 없다고 말하며 억울하면 법원에서 만나자고 겁박까지 했다. 결국 그녀는 어제 돈을 돌려준다는 각서에 싸인까지 했다며 울었다. “내가 여자라고 그 사람이 나를 깔보고 그런거예요. 언니” 나를 껴안고 무너졌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쁘게 이곳 저곳 전화를 돌렸다.
인권운동을 하는 친구는 “사무실 청소를 하면서 건물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고 업무 태만이 있었나? 그렇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근무하지 못했을 텐데’ ‘왜 5년이 지난 지금에서 그것이 횡령이라며 그동안 그녀가 번 돈을 건물주가 가져가려고 하는가?’ 만약 그것이 횡령이라면 왜 처음부터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고 어떻게 건물주는 퇴직금을 주지 않고 있을까?‘
이걸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건물주는 법은 자기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소송에 들어갈 돈 마련하기도 힘들지만 당장 먹고 살아야 하기에, 소송을 쫒아다닐 여력도 없다. 당장 내일 모래까지 200만원을 먼저 보내라고 건물주는 겁박을 했는데, 누가 떨고 있는 그녀의 편이 되어줄까? 난 어떻게 희망을 말해야 할까?
최형미 choihyungme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