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단어 ‘Konfirmation’은 우리말로 입교예식 또는 견신례로 번역할 수 있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이를 일곱 가지 성사 중 하나로 견진성사라고 부른다. 한국 감리교회에서는 ‘18세 이상 된 세례인을 입교예식을 통해 입교시킨 이’를 입교인이라 규정하는 반면, 독일 교회에서는 유아세례를 받고 만 13세가 된 청소년들이 1년 또는 2년에 걸친 교리 교육을 마치고 입교 예식을 거쳐 입교인이 된다. 독일 교회는 만 13세의 나이를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시기이자, 신앙에 대한 개인적인 이해와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로 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만 13세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독일 교회가 입교 대상자를 보통 어린이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시기의 아이들로 생각하게 된 데에는 역사적인 배경도 있다.
종교개혁가 중 한 명인 마르틴 부처(Martin Bucer)는 자신이 만든 1539년의 지겐하인 교회법(Ziegenhaine Kirchenzuchtordnung)에서 “어린이들이 이제 교리문답을 통해 기독교 신앙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으므로, 합당하게 그들을 주님의 성찬에 참여하도록 허락해야 하며, 중요한 축일에 ... 모든 회중 앞에서 ... 소개되어야 한다.”라고 입교 규정에 명시했다.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입교 교육과 입교 예식은 독일 교회에서 매우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내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에서는 입교를 원하는 청소년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3시간씩 교리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교회의 교리 교육은 목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방식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하나님의 창조’였다. 늘 그렇듯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끌어낼 수 있을까?’, ‘학교 교육에 지친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속에서 교육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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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을 꺼뜨리지 않고 옮기기 위해 힘을 합치는 아이들 | ||
첫 시간에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을 어떻게 지키고 보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청소년들에게 과제를 제시했다. 다섯 개의 불 켜진 양초가 올라간 접시를 들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선풍기 바람을 뚫고 촛불을 꺼뜨리지 않은 채로 사다리의 이편에서 저편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한 명의 지원자가 혼자 도전했으나, 곳곳에 설치된 선풍기 때문에 촛불이 자주 꺼졌다. 그러자 다른 청소년들이 선풍기 바람을 겉옷으로 막아주고 사다리를 쉽게 넘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혼자서는 불가능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눈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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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변에서 모을 수 있는 풀과 나무, 돌로 에덴동산을 꾸며보자! | ||
두 번째 시간에는 조별로 에덴동산을 꾸며보았다. 재료는 풀밭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제한했으며, 찰흙을 줘서 자신의 모습을 본뜬 사람을 만들고 본인이 원하는 곳에 놓도록 했다. 아이들은 이곳저곳에서 부러진 나뭇가지, 들꽃, 돌멩이를 주워와 상상 속의 에덴동산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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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찰흙으로 자신을 본뜬 사람을 만드는 아이들 | ||
마침내 네 개의 조에서 각기 다른 네 가지 모습의 에덴동산이 완성되었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고, 엉뚱하고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10대들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하나님의 창조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고, 각자의 에덴동산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창조를 이야기하고, 각기 다른 색깔과 재료로 에덴동산을 만들어보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다양하게 우리를 창조하셨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놀랍게 창조되었다! “내가 있다는 놀라움, 하신 일의 놀라움, 이 모든 신비들, 그저 당신께 감사합니다.” (시편 139:14a, 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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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의 조에 속한 아이들이 완성한 에덴동산. 초록색 철제 울타리에도 사람 모양의 찰흙이 매달려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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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명 목사 | ||
권순명 soonmyung.kwon@ekir.d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