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9인의 공동고백
서문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여라. 이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마가복음서 12:31)
기독교는 시대의 변화와 복음이 전파되는 삶의 자리의 상황과 조응해, 시대와 지역의 언어로 성서의 가르침과 교리를 재해석하며 복음을 전파해 왔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교단과 교파가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존 웨슬리가 감리회를 창립하면서 “이 회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한 가지 조건뿐이니 곧 ‘장래의 노하심을 피하고 자기들이 죄에서 구원함을 얻고자 하는 소원’이다.”라고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세기적인 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는 지금, 선교를 위해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복음을 재해석하고, 그동안 마주하지 못했던 세계와 시대의 변화에도 복음이 여전한 힘을 가지고 세상을 구원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지금 시대와 세상의 변화는 물론 세계교회와 동떨어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두고 갈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성소수자 문제는 기독교 진리의 본질도 아니거니와 이를 두고 갈등하고 분열하기에는 한국교회의 상황이 매우 급박합니다. 한국교회는 지금 선교 역사상 가장 빠르게 쇠퇴하고 있고, 이는 세상의 조롱을 받을 만큼 부패하고 타락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협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혐오 세력은 마치 성소수자 문제가 기독교 진리와 교회의 명운을 가를 중대한 문제인 양, 호들갑을 떨며 기독교 진리와 교회 수호 운운하며 온갖 거짓 정보를 이용해 한국교회를 선동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광풍이 교회를 수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교회를 한갓 세상의 조롱거리로 만들고, 교회를 급격한 쇠락의 늪으로 처박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성서를 근거로 성차별과 인종차별, 노예제와 아동학대, 식민지 침탈을 정당화했지만, 차별은 철폐됐고, 교회도 이를 반성하고 돌이켰습니다. 세계교회가 성소수자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교회 역시 선교와 교회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교회 내에서 몰아치고 있는 이 혐오와 차별의 광풍을 강력히 제지하고, 깊이 있는 조사와 연구, 그리고 기도와 토론을 거쳐 입장을 결정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한 감리회 목사 9인은 한국교회에 휘몰아치는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이라는 광풍이 성서의 가르침에 반하는 것은 물론, 한국교회의 선교를 어렵게 하고, 결국 한국교회의 미래에 지울 수 없는 어두움을 드리울 것이라는 입장에 기초해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했음을 밝히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1. 성서는 상황에 맞게 재해석 됩니다.
“하나님께서 옛날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으나,
이 마지막 날에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히브리서 1:1-2a-
① 동성애 관련한 성서 구절은 바르게 읽어야 합니다.
성서는 ‘남자들과 상관’(창 19:1-11), ‘여자와 교합함 같이 남자와 교합’(레 18:22, 20:13), ‘남자가 남자와 더불어 부끄러운 짓’(롬 1:24-32), ‘남색’(고전 6:9, 딤전 1:8-11) 등 표현을 통해 동성애에 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이성간 항문성교 내지 비삽입 성교를 금지한 구절이라는 설과 여성 간 성행위를 금지한 것이라는 설이 엇갈리는 로마서 1장 26절을 제외하면 이는 남자들 사이에 행해지는 정상을 벗어난 성행위 혹은 성폭력를 의미합니다. 소돔의 멸망 이유도 예수께서는 평화의 인사를 거부하는 ‘냉대’(마 10:5-15)로, 에스겔은 ‘교만’과 가난한 사람에 대한 ‘냉대’와 ‘역겨운 일’(겔 16:49-20)로 규정했습니다. 성서학자들이 소돔의 멸망 이유를 ‘교만’과 약자에 대한 ‘냉대’와 손님을 향한 ‘학대’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② 성서는 시대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되어 왔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히 1:1-2) 말씀하셨다고 전합니다. 성서는 일부다처제나 시형제 결혼법(신25:5-10)은 허용하고 피임(창38:9)이나 이혼과 재혼(딤전3:2, 12, 딛 1:6)을 금지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일부다처제와 시형제 결혼법은 금지하고, 피임과 이혼과 재혼은 허용합니다. 이는 성서가 시대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되어 왔음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감리회는 신학지침에서 “우리 신학의 과제는 성경 본문의 축자적 반복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선포되는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의 말씀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서가 언급하는 동성애와 현대사회가 말하는 동성애는 그 뜻이 다르고, 동성애에 대한 새로운 의학적 발견들이 있어왔으며, 동성애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면 동성애와 관련된 성서 구절은 이런 시대 상황과 변화를 반영해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③ 감리회는 <신학지침>에 맞게 성서를 읽어야 합니다.
성서가 말하는 ‘남자들과 상관’(창 19:1-11), ‘여자와 교합함 같이 남자와 교합’(레 18:22, 20:13), ‘남자가 남자와 더불어 부끄러운 짓’(롬 1:24-32), ‘남색’(고전 6:9, 딤전 1:8-11) 등은 모두 비정상적이거나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행위를 뜻하는 것으로써 성서에 동성애란 말은 없습니다. 또 현대적 의미의 동성애는 동성에게 느끼는 낭만적이거나 감정적인 성적 매력, 여성 간의 성적 행위, 동성과 이성을 오가는 성적 행위 등을 포괄합니다. 그렇다면 성서를 근거로 현대적 의미의 동성애를 단죄하는 것은 성서의 오용이거나, 해석의 오류, 혹은 과장된 유추해석입니다. 하지만 감리회 <신학지침>은 성서의 “축자적 해석”을 반대하고, 성서를 오늘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되, 성서 속 “하나님의 계시”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을 해석하기 위해 “유익한 방법”들을 수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서가 언급하는 동성애와 현대적 의미의 동성애를 동일시하는 것은 감리회 <신학지침>에 배치된다고 판단하고 이를 반대합니다.
2. 신학의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나는 여러분이 알지 못하고 예배하는
그 대상을 여러분에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사도행전 17:23-
① 신학은 시대와 상황에 맞추어 다양하게 확장되고 발전해 왔습니다.
전통적으로 신학은 복음의 진리를 훼손하는 이단적인 가르침을 방지하고 신앙생활의 표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신학은 여기에 덧붙여 기독교 전통에서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고, 각 학문과의 연계를 통해 기독교 진리를 재해석하고, 인문 사회과학을 기독교와 접목시켜 성서의 가르침을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또 모든 신학은 그 시대의 사상과 조류, 지역의 전통과 특성, 성(性)과 인종의 관점을 반영해 기독교 진리를 재해석해 왔습니다. 정통주의 신학은 서구/백인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고, ‘토착화 신학’과 ‘민중신학’은 전통적인 한국 문화와 관점을 반영하고 있으며, ‘해방신학’은 라틴 아메리카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 ‘여성신학’은 여성의 관점을, ‘흑인신학’은 흑인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학은 시대의 사상과 조류, 지역의 전통과 문화, 집단의 관점과 상황의 차이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기도 합니다.
② 감리회는 신앙과 신학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 속에서 일치를 추구합니다.
진정한 기독교회, 진정한 감리교회, 진정한 한국교회를 지향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교리적선언>서문에서 “우리의 입회조건은 신학적보다 도덕적이요, 신령적이다. 누구든지 그의 품격과 행위가 참된 경건과 부합되기만 하면 신자의 충분한 신앙 자유를 옳게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고, <신학지침>에서는 감리회 신학은 “성경 안에 담긴 하나님의 계시와 그 계시의 초점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들을 해석하는 데 여러 유익한 방법들을 수용”하며, 복음이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 뿌리내리고 열매 맺게 하기 위해 “생태학적 생명 이해를 모델로 하는 새로운 과학운동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로 대화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감리회가 특정 교리나 신학적 입장에 구속되지 않고, 신학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교회임을 말해 줍니다.
③ 감리회는 연구와 토론을 통한 다양성 속의 일치를 지향해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기독교는 동성애를 죄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동성애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의학적 발견이 있어왔고, 사회적 인식이 크게 변화하면서 영국 성공회, 미국 침례회, 미국 장로회, 독일과 북유럽 루터회, 미국 연합감리회, 미국 복음주의 루터회 등은 이런 상황의 변화를 반영해 동성애가 죄가 아니라거나, 정죄할 만한 죄가 아니라고 입장을 변경했습니다. 또 가톨릭교회는 동성애적 성적지향을 무질서한 행동으로, 동성애적 행위는 부도덕한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신학계에서는 동성애를 종교적 죄로 규정한 성서를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동성애와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신학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감리회는 이런 시대의 변화와 조류를 감안해서 동성애에 대한 교회의 기존 입장을 재검토하고, 이런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입장 정립이 필요한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감리회가 먼저 동성애와 관련한 깊이 있는 연구와 토론에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또 감리회가 감리회답게 동성애와 관한 다양한 신학적 입장을 존중하면서 그 안에서 일치를 추구하기를 기대합니다.
3. 모든 사람이 죄인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통하여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요한복음 3:17)
① 죄 없는 인간은 없고, 죄 앞에서 인간은 동등합니다.
기독교 신앙은 인간은 모두가 죄인이라는 고백에 기초합니다. 감리회 창시자인 존 웨슬리는 “원죄교리는 기독교의 본질적 교리이고, 인간 본성의 타락은 인간 스스로 치유할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은 본질적으로 타락했다”고 가르쳤습니다. 감리회는 원죄로 말미암아 인간의 의지가 전적으로 타락했다는 '인간의 전적 타락' 교리를 믿습니다. 원죄교리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죄인이고, 교회는 본질적으로 죄인들의 공동체입니다. 또 인간은 죄인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동등합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어떻게 할까를 묻는 바리새파 사람들의 질문에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 8:7)하신 예수의 말씀 역시 이 땅에 죄 없는 인간은 없다는 가르침입니다.
② 정죄와 심판은 하나님의 일이지, 인간의 일이 아닙니다.
예수께서는 가라지를 뽑다가, 밀까지 뽑을 수 있으니 추수 때까지 내버려 두라며 “추수할 때에, 내가 추수꾼에게, 먼저 가라지를 뽑아 단으로 묶어서 불태워 버리고, 밀은 내 곳간에 거두어들이라고 하겠다.”(마 13:29-30)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다름을 이유로 한 인간의 정죄와 심판의 오류와 그 위험성을 지적한 것입니다. 또 예수께서는 “너희가 심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남을 심판하지 말라.”(마 7:1)고 말씀하셨고, 사도 바울 역시 “남을 심판하는 사람이여, 그대가 누구이든지, 죄가 없다고 변명할 수 없습니다. 그대는 남을 심판하는 일로 결국 자기를 정죄하는 셈입니다.”(롬 2: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감리회는 누군가를 정죄하고 심판하는 일에 신중해야 합니다. 더구나 그것이 성서의 가르침에 반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는 문제라면 정죄와 심판에 앞서 깊은 기도와 연구, 그리고 대화와 숙고를 거쳐 성서의 가르침에 부합하고 하나님의 뜻이라는 확신에 바탕을 두고 행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③ 성소수자에 대한 정죄와 심판은 성서의 가르침에 반합니다.
보수적인 복음주의 진영에서조차 동성애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에게 사랑과 긍휼과 공의로 다가갈 것을 다짐하고, 이들의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합니다. 보수적인 복음주의운동인 로잔대회는 2010년 제3차 대회에서 채택한 <케이프타운 서약>에서 사람을 동성애로 이끄는 “경험이나 정체성과 같은 매우 핵심적인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고 다루려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동성애자를 향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긍휼과 공의”로 다가가며, 동성애자를 향한 “모든 형태의 증오, 언어적이고 물리적인 폭력, 동성애자들을 희생시키는 것들을 거부한다.”고 고백합니다. 모든 정죄와 심판은 성서의 가르침에 반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정죄와 심판을 넘어 마치 형벌의 집행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감리회 내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성소수자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를 단호히 반대합니다.
4. 축복기도는 목사의 거룩한 사명입니다.
“너희를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하고,
너희를 모욕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누가복음서 6:28-
① 목사에게 축복기도는 피할 수 없는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예수께서는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라.”(마 5:44)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사도 바울은 “여러분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축복하십시오. 축복하고, 저주를 하지 마십시오.”(롬 12:1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든지 모든 기도에서 누군가의 복을 비는 축복기도를 드리는 것은, 이와 같은 가르침에 기초한 것입니다. 특히 목사는 모든 일상이 누군가를 위해 복을 빌고, 그 복을 위해 일하는 존재입니다. 목사가 하는 일 자체가 복을 위해 기도하고 일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복을 비는 축복기도는 목사의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따라서 목사가 축복기도를 거부하는 것은 목사이기를 포기하는 것이고, 목사의 축복기도를 문제 삼는 것은 목사의 의무와 책임에 대한 간섭이자, 목사의 의무와 책임의 해태를 종용하는 것으로써 용납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② 목사의 축복기도에서 제외되어야 할 사람도, 장소도 없습니다.
모든 인간이 죄인이라는 원죄교리에 따르면 목사는 본질적으로 죄인을 위해 축복기도를 드리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목사의 축복기도에서 제외되어야 할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 병자와 건강한 자, 선한 자와 악한 자, 부자와 가난한 자, 여자와 남자, 아이와 노인 등 그 누구도 목사의 축복기도에서 제외될 수 없습니다. 또 목사가 축복기도를 드릴 수 있는 장소 또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서는 “모든 것이 죄 아래에 갇혔다”(갈 3:22)고 가르칩니다. 세상에 죄가 없는 곳은 없고, 목사가 축복기도를 드리는 모든 곳은 부정한 곳이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목사는 병실이나 장례식장, 부자의 식탁이나 빈자의 식탁, 감옥이나 수상식장 등 그 어디에서든 축복기도를 드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목사가 축복기도를 드려서 안 되는 장소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말입니다.
③ 성소수자를 위한 목사의 축복기도는 지극히 성서적입니다.
감리회 내 성소수자 혐오 세력은 목사가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해 축복기도를 드린 것이 동성애에 대한 찬동과 동조이고, 이것은 죄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모든 목사는 온갖 죄에 찬동하고 동조한 범죄의 공범이므로, 목사가 축복기도를 드릴 장소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겁니다. 성서의 가르침에 따르면 모든 사람이 죄인이고, 죄가 없는 곳은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이와 같은 주장은 가당치 않고 허무맹랑하며, 반 성서적인 주장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죄인도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 나아가기를 다짐할 때 거룩한 존재로 거듭나고, 죄가 있는 장소도 거룩한 예배가 행해질 때 거룩한 장소가 된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소수자 혐오 세력이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해 드린 목사의 축복기도를 문제 삼는 것이야말로 비판받아 마땅한 반기독교적이고 반성서적인 행태라고 봅니다.
5. 성적지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유대 사람이든지 그리스 사람이든지,
종이든지 자유인이든지,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서 한 몸이 되었고,
또 모두 한 성령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고린도전서 12:13-
①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 정신의학계의 합의입니다.
동성애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정신의학계를 비롯한 전문기관의 합의입니다. 미국정신의학회 또한 1973년 판『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에서 동성애를 삭제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1990년에 성적지향이 정신병리와 무관하다고 공표했습니다. 세계 정신의학협회도 2016년에 동성애는 정신질환이 아니며, 동성애 전환치료는 비과학적이고 비윤리적이며 효과도 없고 오히려 해롭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렇듯 주류 정신의학과 심리학, 행동과학과 사회과학계는 동성애가 비정상이 아니며 건강한 성적지향 중 하나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또 동성애는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고 이를 치료한다는 명목의 전환 치료는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았으며, 유해하다는 결론을 내린 지 오랩니다. 따라서 동성애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주장은 거짓입니다.
② 회복치료나 전환치료는 성소수자에 대한 학대입니다.
미국 심리학회와 미국 아동청소년정신과협회는, 회복치료나 전환치료가 자신감 약화, 자기비난, 자기혐오, 관계 파탄, 사회성 위축, 인간성 감소, 성기능장애, 우울증, 무기력증, 약물남용, 자살성 사고와 자살 시도 등의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미국 정신과협회는 1998년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하는 “회복적 또는 전환치료와 같은 모든 정신과 치료에 반대한다.”고 발표했고, 미국 상담학회도 회복치료나 전환치료 등의 상담치료를 금지했습니다. 1976년 설립된 후, 동성애를 심리적·영적 병으로 규정하고 이를 기도와 심리치료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엑스-게이 운동을 주도해온 기독교 보수 단체인 엑소더스 인터네셔널(EI) 역시, 2013년에 동성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여긴 것이 무지한 일이었음을 인정하고 자진 해산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회복치료나 전환치료가 성소수자를 학대하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이에 반대합니다.
③ 성적지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역사상 동성애는 항상 존재해 왔습니다. 또 동성애에 대한 교회의 판단과 대응은 시대의 상황과 흐름에 따라 변했습니다. 동성애자를 사형에 처하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이를 시행하는 나라도 교회는 없습니다. 또 율법에서 동성애로 언급한 남색 등이 삽입에 한정된다는 견해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동성애는 태생적으로 끌리는 성적, 감정적, 애정적인 관심을 포괄합니다. 또 성정체성은 개인이 느끼고 있는 내적이고 개인적인 성별에 대한 자아의식을 뜻하며, 이것은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 성과 같거나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소수자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을 총칭합니다. 따라서 성서가 언급하는 동성애와 현대적 의미의 동성애는 구분되어야 하고, 개인의 성적지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6. 성소수자 혐오세력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리석은 논쟁과 족보 이야기와
분쟁과 율법에 관한 싸움을 피하십시오.
이것은 유익이 없고, 헛될 뿐입니다.”
-디도서 3:9-
① 기독교 진리는 차별 없는 사랑과 약자와의 연대로 지켜집니다.
십자군 전쟁과 중세 마녀재판이 말해주듯 교회는 힘의 강압으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교회는 오직 사랑의 실천으로 지켜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 교회를 지키겠다는 발상은 위험하기 그지없습니다. 위기의 감리회는 지금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예수께서는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또 존 웨슬리는 “나는 어디 가든지 공포와 절망에 몰려 죽음과 멸망으로 가는 많은 사람을 본다. 나는 그들에게 하나님 구원의 은혜를 전해야 한다. 이것만이 나의 사명이다.”고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따라서 감리회는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 복음을 위해, 교회를 지키기 위해, 존 웨슬리가 꿈꾸던 진정한 감리회로 돌아가야 합니다.
②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선교를 어렵게 합니다.
2023년 미국 <갤럽>이 전 세계 123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52%는 ‘내가 사는 지역이 성소수자에 우호적’이라고 답했고, 미국, 캐나다, 유럽 국가 등 선진국은 ‘내가 사는 지역이 성소수자에 우호적’이라는 답이 80%였으며, 감비아, 말라위, 세네갈 등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와 구소련 연방에 속했던 일부 서아시아 국가에서는 10%였습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생의 52%가 동성애를 “인정해야 한다”고 답했고, 26%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개신교 신자인 경우 45%가 “인정해야 한다”고 답했고, 34%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통계전문가들은 앞으로 성소수자를 용인해야 한다는 여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교회의 선교를 어렵게 할 것입니다. 특히 성소수자에 대한 젊은 세대의 우호적인 여론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교회의 미래 선교를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교회에서 사랑의 하나님, 사랑의 예수님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③ 감리회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경계해야 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라는 검은 구름이 지금 감리회를 뒤덮고 있습니다. 감리회 내 성소수자 혐오 세력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마치 교회를 지키고, 선교를 확장하는 길인 양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어둠의 세력들에 의해 감리회는 날이 갈수록 오염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성소수자 혐오 세력은 감리회 선교의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감리회를 회복하기 어려운 쇠퇴의 수렁으로 이끌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성소수자 혐오 세력은 감리회 선교를 파괴하는 세력 또는 감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어둠의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리회는 감리회의 미래를 위해 교회 내 성소수자 혐오 세력을, 교회의 선교를 방해하고 미래를 어둡게 하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경계할 것을 촉구합니다.
7.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 진실은 이렇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아무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누가복음서 4:24-
① 혐오와 차별은 감리회가 가야 할 길이 아닙니다.
성소수자 혐오 세력이 결코 감리회 전체를 대변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세계교회협의회가 동성애를 찬성한다는 허위 정보를 퍼트리고, 감리회는 이들이 퍼트리는 거짓정보를 기반으로 성소수자 문제를 바라봅니다. 이들은 보수적인 복음주의운동인 로잔대회에서, 사람을 동성애로 이끄는 “경험이나 정체성과 같은 매우 핵심적인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고 다루려 노력”하고, 동성애자를 향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긍휼과 공의”로 다가가며, 동성애자를 향한 “모든 형태의 증오, 언어적이고 물리적인 폭력, 동성애자들을 희생시키는 것들을 거부한다.”는 <케이프타운 서약>에 침묵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소수자 혐오 세력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감리회의 침묵하는 다수의 입장을 대변하고, 감리회가 혐오와 차별이 아니라 환대와 돌봄과 축복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함을 알리기 위해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했습니다.
② 성소수자도 동등한 인간으로 축복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죄인이 죄인에게 “너는 죄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네 눈 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남에게 말하기를 '네 눈에서 티를 빼내 줄 테니 가만히 있거라' 할 수 있겠느냐?”(마 7:4)고 하셨던 예수의 말씀을 되새기게 합니다. 또 기독교인은 스스로가 죄인임을 고백하고, 누군가를 위해 축복기도를 드리고, 모든 예배에서 목사의 축복기도를 받습니다. 그렇다면 성소수자는 축복기도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주장은 가당치 않습니다. 성소수자도 목사의 축복기도를 받을 자격이 있고, 목사는 성소수자를 위해서도 축복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소수자도 축복기도를 받을 권리가 있고, 목사가 성소수자를 위해서도 축복기도를 드려야 함을 알리기 위해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했습니다.
③ 이동환 목사 출교는 무효이며, 불법은 저지되어야 합니다.
교회의 재판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합니다. 하지만 감리회 경기연회재판위원회와 총회재판위원회의 재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았습니다. 2014년 총회특별재판위원회는 “재판법 제9조 제2항은 고소․고발로 인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하여 목사와 장로에게 특정한 범과에 한하여 고발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고발대상 범과가 아닌 범과에 대한 고발은 부적법하고 이에 터잡은 공소제기는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또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제11민사부는 “고발인들의 고발은 교리와 장정 재판법 제9조 제2항에 규정된 고발대상 범과에 대한 고발이 아니므로 부적법하고, 이에 근거한 제1, 2차 권징기소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대법원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이동환 목사에 대한 출교판결 효력을 정지시켰습니다. 우리는 성서의 가르침에 부합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고, 재판법과 총회특별재판위원회 판례에도 반하는 불법적인 재판을 고발하고, 이동환 목사의 출교를 무효로 함으로, 다시는 불법적인 재판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했습니다.
8. 감리회에 제안합니다.
”나를 따라오려고 하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마가복음서 8:34-
① 감리회는 환대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들은 재산과 소유물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대로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날마다 한 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집집이 돌아가면서 빵을 떼며, 순전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사람에게서 호감을 샀다. 주님께서는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여 주셨다.”(행 2:45-47) 초대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냉대 받는 사람들의 환대의 공동체로 시작되었습니다. 교회는 혐오와 차별이 아니라, 사랑과 환대를 통해 확장되었습니다. 미래에도 교회는 사랑과 환대를 통해서 선교는 활성화되고 복음은 확산될 것입니다. 성소수자라고 해서 교회의 환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감리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고, 성소수자는 물론 이 땅에서 차별과 혐오로 상처받는 모든 이웃을 사랑하고 환대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감리회 내에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 문화를 청산하고, 감리회가 차별과 혐오로 상처받는 이웃을 환대하는 공동체로 나아갈 것을 촉구합니다.
② 감리회는 돌봄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은 교회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감리회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보시기에 깨끗하고 흠이 없는 경건은, 고난을 겪고 있는 고아들과 과부들을 돌보아주며, 자기를 지켜서 세속에 물들지 않게 하는 것이다.”(약 1:27)라고 하신 성서의 말씀을 새겨야 합니다. 그리고 감리회는 냉대와 배제, 혐오와 차별로 상처받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감리회는 빈민선교의 주축이었던 빈민지역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 산업선교의 거점이었던 노동자들을 위한 교회, 농촌선교의 거점이었던 농민들을 위한 교회의 경험을 돌아보며, 듣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농인교회>, 군인들을 위한 <군인교회>, 학생선교를 위한 미션스쿨의 <채플>처럼 성소수자들이 자유롭게 예배하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무지개교회>를 허용하고, 성소수자 선교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③ 감리회는 축복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회는 모든 사람을 위해 복을 빌고, 기도해 왔습니다. 그 대상에는 어느 누구도 제한되지 않습니다. 또 예수께서는 “너희를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하고, 너희를 모욕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눅 6:28)하셨고, 사도 바울은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을 위해서 하나님께 간구와 기도와 중보기도와 감사기도를 드리라고 그대에게 권합니다.”(딤 2:1)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목사의 축복기도를 문제 삼는 것은 성서의 가르침에 반하는 반성서적이고, 반기독교적입니다. 따라서 감리회는 성소수자를 위해 축복기도를 드린 목사를 출교시켰다는 교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오명을 씻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감리회는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감리회가 이 땅의 모든 사람을 축복하는 축복의 공동체임을 선언하고, 이 땅의 모든 사회적 약자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고 그들을 끌어안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영광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으니,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마십시오”(야고보서 2:1)
2024년 9월 12일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9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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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월 12일 감리회본부 희망광장에서 있었던 차별을 넘어서는 감리회모임 성소수자를 축복한 감리회 목사 9인의 신앙고백 <목회자 사역을 지켜내는 예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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