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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솔로>, 김희경, 동아시아, 2023)
“이 모든 구조화된 싱글리즘은 싱글의 삶이 커플의 삶보다 가치가 떨어진다는 메시지를 주입한다.”(272에서 재인용. 벨라 드파울루)
사적인 관계를 맺는 일이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경쟁력이라는 명분으로, 스펙관리는 물론 외모를 좀 가꾸라고 채근하곤 한다. 기실, 이는 공적인 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사회의 정서라 해야 할까. 밝히고 싶지 않은 개인 사정도 있을 텐데, 집요하게 캐묻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결혼과 자녀출산에 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왜 그리 남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2021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의 33.4%를 차지했다. 미혼의 청년, 이혼한 중년, 사별한 노년들을 합친 숫자가 그 정도 비중을 차지할 터. 1인 가구에 대한 기업들의 대처가 발 빨랐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수년 전 장로교 비혼 여성 목사가 <싱글 라이프>를 통해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며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교회문화에 문제를 제기했다. 2009년부터 싱글 여성을 위한 목양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하더라. 모범이 될법한 선례인데, 왜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냈던 김희경은 <이상한 정상가족>을 통해 한국사회에 경종을 크게 울린 바 있다. 한국사회의 배타적 가족주의 정서에 대한 성찰들이었다. 정상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인해 가족이 억압과 차별의 공간이 되었고, 혼외자, 다문화, 한부모, 이중노동자 등 비정상가족에 대한 낙인이 심화되었고, 회사 이름 대신 ‘가족’이라 써붙이면서 위계 및 서열구조를 답습하고 있다고.
<이상한 정상가족>의 연장선상에 있는 <에이징 솔로>는 중년 여성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추었다. 혹자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고 탄식했는데, 이 책은 그것과 결을 같이 한다. 질적 조사(인터뷰)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비혼 여성의 인공수정과 관련된 논쟁적인 이야기부터, 1인 가구라는 가족 형태에서 오는 차별, 성차별, 나이차별, 그리고 외로움 및 독립과 소속감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아우른다.
“자녀가 없이 혼자 사는 노인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외로움과 불안을 느끼는 정도도 더 낮았다”는 점은 흥미롭다.(87)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가식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까닭이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혼인 및 혈연관계가 반드시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다. “대화의 감정의 교감이 막혀버리고 잔해만 남은 관계”(82)로 고통을 호소하는 정상가족이 적지 않다.
캐럴라인 냅에 따르면, “고독은 종종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경으로 두고 즐길 때 가장 흡족하고 가장 유익”하다.(84에서 재인용) 어느 인터뷰이는 “나는 이 세계에 소속돼 있어요. 필요한 만큼. 그리고 분리돼 있어요.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85)이라고 답했다. 기실, “독립과 소속, 자율과 연결, 벗어나기와 잇기, 양립 불가능한 것 같지만 모든 사람이 동시에 품고 있는 갈망”일 터.(139)
백년가약을 맺은 상대, ‘가장 사랑하는 한 사람’보다 각기 다른 감정관계(emotionships)를 갖는 것이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보고서가 있다.(123) 친밀감의 농도와 욕구의 크기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상이할 것이다. 느슨한 연대, 깊은 사귐, 그 사이 어디쯤. 그 속에서 홀로 나이듦은 결코 불우한 것이 아니다.
김민호 목사 (지음교회)
김민호 지음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