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시작하기전 먼저 포탄 사고로 고난을 겪는 모든 분들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충절과 신의가 두텁고 모든 것을 보듬는 포천
포천은 예로부터 모든 것을 보듬을 줄 아는 넉넉한 마음과 신의를 중요시 여기고 충절을 지키는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포천”은 “안을 抱”자와 “내 川”자를 써서 포천(抱川)이라고 하는데,
“외부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은 없고, 나가는 물만 있다” 해서
그렇게 붙여진 이름입니다.
사실 포천은 해발 700m 이상 되는
광덕산, 국망봉, 백운산, 지장봉, 명성산과 같은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여기서 흘러내리는 물들이 많은 개천을 이루고 있습니다.
국사봉에서 발원한 산내천과
동서를 가로지르는 영평천은 한탄강과 합류되고,
명성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국민관광지로 소문난 산정호수의 수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포천 사람들은 또한 충절과 신의가 두텁고,
부부간의 금슬이 좋은 고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왕건에게 배신당한 궁예가 3일동안 서글피 울었다 하여
일명 “울음산”으로 불리우는 명성산(鳴聲山)에 얽힌 사연과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조선중기의 명재상이요 충신이였든 오성 이항복선생의 묘가 이곳에 있고,
한음 이덕형선생의 출생지가 이곳이며,
군내면 직두리에 있는 소나무는 수령 300년 된 소나무인데
마치 금슬 좋은 부부가 서로를 보듬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이곳 사람들은 “부부송”이라 이름짓고
천년기념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금슬 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세계의 희귀조 원앙새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이 포천인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포천 사람들은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모든 것을 보듬을 줄 아는 넉넉한 마음과
충절과 신의가 두텁고 부부간의 금슬 좋은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부임하신 0 목사님 역시
포천 사람에 걸맞게 효성이 지극하고, 신의가 두텁고,
마음이 넉넉하신 분이시라는 점에서 축하를 드리는 것입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에게는 존경하는 어른이 없습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존경하려고 조차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0목사님은 평소에 자신에게는
존경하는 세분의 목회자가 있다고 늘 자랑을 합니다.
한분은 00교회를 담임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신 000목사님이시고,
또 한분은 오늘 훌륭한 자녀를 두셨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보다도 아무런 조건없이 교회를 위하여
0목사님에게 후임을 인계해주시는 000 목사님이십니다.
000 목사님은 인격이 고매하셔서 목련꽃과 같은 분이시고,
000사님은 청렴하고, 사심이 없으셔서 수선화를 연상시키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저같은 사람은 꽃은커녕, 들풀과도 같은 존재인데
저에게 조차 깊은 존경심을 보내주시는 것 자체가
0목사님의 높은 인격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옛말에도 훌륭한 스승밑에 훌륭한 제자가 나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훌륭한 제자로 인해 스승이 훌륭해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분 목사님은
훌륭한 스승으로서 훌륭한 제자를 두실 수 있는 분들이시지만
저의 경우는 제자가 훌륭하여 제가 훌륭한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이런 분을 담임목사로 모신 00교회이기에 축하를 드리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로 축하를 드리는 이유는
0목사님의 목회자로서의 인격과 소양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목회자에게 가장 필요한 인격과 소양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예리한 통찰력과 풍부한 상상력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뜨거운 열정과 남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셨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0목사님은 이 모든 소양과 인격을 갖추신 분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 0목사님은 시인이며 소설가십니다.
시인과 소설가의 특징이 무엇입니까?
통찰력과 상상력입니다.
통찰력과 상상력이 없으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국 가곡 가운데 “명태”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한국전쟁 때 종군기자였던 양명문씨가 노랫말을 쓰고,
변훈씨가 곡을 붙인 것을 오현명시가 불러 유명해진 곡입니다.
그 노랫말은 이렇습니다.
“검푸른 바다 밑에서
줄지어 찬 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컷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부의 그물에 걸려
살기 좋다는 원산구경이나 한 후에
에짚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져서
내 몸이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있으리라
명태, 명태, 명태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에 남아있으리라”
이게 무슨 말입니까?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어느 날 시인이 시를 쓰려고 했으나 시상이 떠오르지를 않았습니다.
밤이 깊어지도록 몸부림치던 시인은
마른 명태를 안주삼아 쫙쫙 찢어가며 소주를 마시다가 문득 그 언젠가
푸른 바다에서 제짝들과 함께 떼를 지어 헤엄쳐 다니던 명태가 연상되었습니다.
“지금은 이 명태가 마른 포가 되어
나의 술 안주감이되고 있지만
그 어느 땐가는 푸른 동해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고 다녔으리라!
그러다 어느 마음 좋은 어부의 그물에 걸려 항구로 옮겨진 다음
누군가의 손에 말려져서
여기까지 옮겨와 내 술 안주감이 되고 있구나!“
라고 연상하게 됩니다.
순간, 이 시인은 그 내용을 글로 옮겨적습니다.
그것이 바로 명태라는 노랫말인 것입니다.
0목사님도 바로 이러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000 목사님은 어느날 편지 한통을 받았습니다.
겉봉투에는 우체국 소인이 찍혀져 있었습니다.
순간 0목사님은 편지의 내용보다
겉 봉투 붙여진 작은 우표에 눈길이 갔습니다.
“이 편지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여기서 0목사님은 이렇게 적습니다.
“작다고 비웃지 마라
비록 엄지발톱만 할지라도
네가 넘지 못하는 산도 넘고
네가 건너지 못하는 강도 건넌다.
끊어진 절벽 너머도 가고
막힌 담벼락도 뚫는다.
이따금, 허리 잘려
피와 숨 통하지 않는
철조망 너머로도 날아간다.
내 몸 위에 부서진 우체국 소인은
지난 세월의 흔적
소인 속에 선명한
장례식 날짜.
나는 죽어야 비로소
살아 움직일 수 있다.
바다 길로도 하늘 길로도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그리움이 막히지 않듯“이라고 노래했습니다.
0 정목사님은 작은 우표속에서
“산을 넘고, 강을 건느고, 끊어진 절벽도 넘고,
막힌 담벼락도 뚫고 전달되는 것”을 통찰한 것입니다.
“이따금, 허리 잘려, 피와 숨 통하지 않는,
철조망 너머로도 날아간다”는 것을 직관한 것입니다.
이러한 통찰력과 상상력이 목회자에게 왜 필요한지 아십니까?
성서의 세계란 상상력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썼다 하여 “모세 오경”이라 불린다는 모세 오경이
모세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는 것을
곁에서 직접 목격하고 일기를 쓰듯이 쓴 것이 아닙니다.
상상력이 발동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서의 세계는 상상력이 없이는 볼 수 없습니다.
마른 명태속에서 동해바다와 헤엄치고 다니는 명태 떼,
그리고 그물을 던지는 어부를 보듯이,
작은 우표 속에서
“산을 넘고, 강을 건느고, 끊어진 절벽, 막힌 담,
허리 짤려 피와 숨도 통하지 않는
철조망 너머로도 날아가는 것을 본 것처럼
목회자가 성서속에서 하나님과 하나님의 세계를 보지 못한다면
하나님의 나라를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상상력 때문에 스데반집사는 하늘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고,
사도 바울은 3층천을 보았고,
사도 요한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이것 때문에 스데반이 기거이 돌에 맞아 죽을 수 있었고,
이것 때문에 사도 바울이 고난과 핍박속에서도 견디어 낼 수 있었든 것입니다.
상상력이란
신학적 용어로 표현하면 성령의 감동이고 역사입니다.
왜 오늘날 스데반이나 바울과 같은 제자가 나오지 못하는 줄 아십니까?
성경속에서 하나님을 보지 못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박물관에 보관된 박제품으로 음식을 만들면 맛이 납니까?
푸른 바다에서 막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제 맛이 나는 것 아닙니까?
0 목사님은 시인의 통찰력과 소설가로서의 상상력을 가지셨기에
문자로 적힌 성서속에서
하나님과 하나님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0목사님을 담임목사로 모신 00교회에 축하를 드리는 이유는
앞으로 00교회는 예리한 통찰력과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0목사님을 통해
싱싱한 하늘의 만나를 드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0 목사님은 또한 예리한 통찰력과 풍부한 상상력만 가지고 계신 분이 아닙니다.
뜨거운 열정과 함께
양들을 위해 목숨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분이십니다.
저는 0학교 시절부터 0 목사님을 보아왔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의 이러한 소개가 미덥지 못하다면
0 목사님이 쓰신 소설들을 읽어보십시오.
0 목사님이 쓰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주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진 희생과 헌신의 사람들입니다.
“모탕”의 주인공 경실엄마,
“어떤 귀향”의 주인공 정건아 전도사,
“달걀과 바위”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일병은
모두 자신의 몸과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진 희생과 헌신의 사람들입니다.
0 목사님은 소설속에서
“진정한 구원이란 무엇인가?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구원을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구원이란 무엇인가?
구원이란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비인간화된 사람을 인간으로 회복시키는 것.
이것이 교회의 할 일이다!”라고 답합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괴테의 어린 시절을 말하고,
파우스트 박사가 괴테의 노년을 말한다면
0 목사님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0 목사님 자신의 자화상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0 목사님은 뜨거운 열정과 자신을 내 던져
이웃을 사랑하는 희생과 헌신의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야고보서의 주제인 “신앙과 행함이 일치하는 그리스도인!
엘리야 같이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가르침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정목사님이십니다.
이것이 제가 축하드리는 세 번째 이유입니다.
00교회 여러분은 참으로 복을 받으셨습니다.
복중의 복은 사람을 잘 만나는 복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잘 만나고
자식은 부모 잘 만나고,
스승은 제자를 잘 만나고
제자는 스승을 잘 만나고.
교회는 담임자를 잘 만나고,
담임자는 교회 잘 만나는 것이 복인데
00 교회의 0 목사님은 참으로 잘 만나셨다는 점에서 축하를 드립니다.
“기산리”를 옛날에는 “틀미”라고 불렀습니다.
“기산”이란 말은 옛날 비단 짜는 직기인 베틀에서 나온 말로서
기산리의 앞산 금주산(金珠山)으로
베틀처럼 툭 튀어져 나왔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금주산(錦珠山)은 비단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저는 앞으로 00 교회가 비단을 짜듯이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길러내는 교회가 될 것이라 믿어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신앙과 지성사' 간행, 행복한 축사 모음,“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처럼만 하십시오”).
원형수 paul952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