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이탈리아 시에나(Siena) - 주류에서 비켜서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품은 도시

기사승인 2020.06.02  15:58:04

공유
default_news_ad1

 시에나를 이야기할 때면 항상 같이 언급되는 도시가 피렌체다. 피렌체는 ‘냉정과 열정 사이’, ‘인페르노’와 같은 유명한 영화촬영지이기도 하고, 르네상스의 화려함이 꽃처럼 피어난 도시이기에 이탈리아 여행객들이 꼭 찾는 도시가 되었지만, 피렌체가 속한 토스카나 지방에는 덜 알려졌지만 방문해 볼 만한 가치 있는 곳들이 많다. 그런 곳들 중에 단연 첫 손가락에 꼽는 도시가 시에나다.

 

   
▲ 시에나 전경

 

이탈리아가 통일왕국을 이룬지는 불과 100여 년도 되지 않고, 그 이전에는 지역마다 도시국가들이 산재해 있었다. 서로 인접해 있던 시에나와 피렌체는 그 중에서 큰 도시였는데, 둘은 유난히 사이가 좋지 않고 경쟁관계에 있었다. 결국 두 나라는 조금이라도 더 땅을 차지하게 위해 다투다가 전쟁을 벌이게 되고, 피렌체가 승리하면서 시에나는 토스카나 지방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중심적 지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 시에나 풍광

 

전쟁에서 승리한 피렌체는 그 후로 시에나의 성장을 막아섰다. 그래서 로마에서부터 이어지는 주도로에서 시에나는 비껴 나게 되었고, 상업 및 산업의 발전 또한 막히게 되었다. 아이러니 한 것은 피렌체의 억압 덕분에 시에나는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했고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리스트에서 항상 수위권에 꼽히는 도시가 된다.

시에나에서 가장 먼저 둘러 볼 곳은 캄포광장이다. 캄포광장은 스페인 살라망카의 마요르 광장과 더불어 유럽 최고의 광장으로 인정받는다. 캄포광장은 푸블리코 궁전과 만자탑쪽으로 기울어진 부채살 모양이다. 광장은 9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이는 시에나를 다스렸던 9개 위원회를 상징한다. 시간을 내어 만자탑에 오르면 기대 이상의 시에나 전경을 볼 수 있다. 시에나 곳곳이 그렇지만 특히 이 광장에서는 굳이 분주할 필요가 없다. 현지인들처럼 광장에 비스듬히 앉거나 눕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중세의 향기를 즐길 수 있다.

 

   
▲ 만자탑에서 본 캄포광장

 

다음은 시에나 두오모다. 밀라노와 피렌체의 두오모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한때 그 많은 이탈리아 두오모들 중에서도 최고라 칭송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성당이다. 성당 외관 및 내부 작품들의 예술적 완성도가 높고 이탈리아에서 흔치 않은 고딕 양식 성당이다.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으로 공사가 중단되어 아직도 미완성이긴 하지만 그조차도 도시의 아름다움에 기여한다.

 

   
▲ 시에나 두오모

 

마지막은 성녀 카타리나 생가다. 로마 카톨릭의 성녀 카타리나는 불과 6세 때 자신의 생애를 미리 보는 체험을 한 후, 평생 기도와 단식에만 전념한 신비가다. 하지만 그녀는 신비적 영성보다는 정치적 활동으로 더 유명하다. 그녀는 종교와 정치가 혼재된 중세에 수많은 분쟁들의 해결을 도모했는데, 특히 아비뇽에 유수되어있던 교황이 로마로 돌아오는 일, 십자군을 모집하는 일, 도시 간 분쟁을 해결하는 일에 공헌했다.

 

   
▲ 성녀 카타리나 생가

 

로마 카톨릭의 추앙 받는 성인으로써 그녀는 페스트로 황폐해진 시에나 주민들을 돌보는 일, 죄수들을 돌보는 일, 한센병자들처럼 절망에 빠진 한 영혼을 돌보고 세우는 일에 관심을 기울였다. 독특한 것은 그녀의 영성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 차원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데 있다. 그녀는 도시 간 분쟁, 십자군 모집 독려, 아비뇽에 유폐된 교황의 로마 귀환 등과 같은 굵직한 종교, 정치적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로마 카톨릭에서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만큼이나 추앙 받지만, 개신교회에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 이유는 그녀가 항상 기득권, 즉 당시 로마 카톨릭 교회의 회복과 수호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난 시에나 출신의 영성가가 주류 기득권을 위해 싸웠다? 이는 비록 주류에서 밀려나 있더라도 주류를 동경하고 중심에 서고자 하는 경향성이 개인이나 공동체 안에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시에나는 주류가 되기 위한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후로 다시는 중심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패배의 쓴 맛만 본 것은 아니다. 자의는 아니지만 타의로 주류에서 벗어나자 중세를 보존할 수 있었고, 삶의 질이 높아졌고, 비주류 도시만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었다. 가서 시에나의 성벽과 골목길을 걸어보라. 주류에서 비껴서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가치와 향기가 무엇인지 곧 느끼게 될 것이다.

 

   
시에나 야경

신태하 hopeace1@naver.com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