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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나이 듦>, 정희원 지음, 도서출판 두리반, 2023 리커버)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의대’가 뜨거운 감자다.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아픈 사람을 낫게 해줄 의사가 많으면 좋지만, 의사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아픈 사람이 다 낫는 것은 아니며, 치료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개인적 소양과 시설이 따라와 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상 ‘3분 진료 공장의 세계’가 되어 짧은 시간에 진료를 마치고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진료과로 의사들이 몰리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아픈 이들이 나아서 삶의 자리를 이어 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길 바란다.
『지속가능한 나이듦』을 지은 정희원은 노인과 전문의다. ‘노인과’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소아과’와 다르지 않게 노인 질병을 위한 전문의다. 우리 사회에서는 ‘65세 이상인 사람’을 ‘노인’이라고 지정해 놓았는데, 지은이는 나이도 많은 영향을 주지만 ‘유전자와 환경이 시간의 흐름과 상호작용하여 세포, 조직, 기관과 개체에 일으키는 구조와 기능의 변화’가 일어나는 ‘노화’(19)로 인해 회복이 안 되거나, 아주 느린 ‘노쇠’ 현상을 겪어 스스로 돌볼 수 없는 ‘장애’가 생긴 이들로 정의한다.
지은이는 자신의 치료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가 ‘노인’을 치료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할 것과 지속 가능한 나이 듦을 위해 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인’을 치료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할 것은 하나의 병을 치료하는 성인 남자에 맞춘 치료법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에 맞는 약 복용과 치료법을 찾아 주어 약 부작용을 줄이라고 한다.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가 치료가 끝나고 퇴원할 때 회복을 위한 주변 환경을 확인해 주어 회복되기 전에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수고를 줄여 주라고 한다. 치료를 위해 채우기보다 부작용을 줄여 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나이 듦을 위해서는 건강을 위한 절식보다는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채울 수 있는 넉넉한 식사와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된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자원으로 돈도 필요하다고 한다. ‘내가 평생 쓸 수 있는 자금이 정해져 있다’라는 생각으로 자산군을 잘 나누어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성공적 노화 지연을 위한 수단과 노쇠가 진행된 다음에도 기댈 수 있는 자원으로 삼으라고 한다(93). 지속 가능한 나이 듦을 위한 사회적 자원은 돈 외에도 가족, 사회보장체계의 합이 필요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병 의사는 환자의 숫자 나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나이와 노쇠 정도를 보고, 젊은 성인과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는 섬망과 같은 질환들의 원인을 잘 들여다보고, 사람의 전체적인 병과 기능 요소를 고려해서, 여러 개의 병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삶의 질이 높은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 한다(203-204). 아이는 키우면 키울수록 기능이 나아지지만, 어르신들은 시간이 갈수록 기능이 나빠질 공산이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둔 치료가 필요하다(253).
누구나 결국 나이가 든다. 노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예외주의적 사고는 머지않아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누구도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만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천천히 스스로를 가꾸다 보면 덜 노쇠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269).
건강을 위한 일이 그 정도에 따라서 때로는 건강을 해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나무만 보다가 숲을 못 볼 수도 있고, 반대로 숲만 보다가 나무를 못 볼 수도 있다. 스스로의 노력과 곁에서 돕는 이들, 그리고 사회적인 돌봄이 어우러져 숲과 나무를 다 볼 수 있다면 평균 나이가 늘어나고 있는 시대에서 지속 가능한 나이 듦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지금 시작해야 한다.
오충환 목사(꿈이있는미래교회)
오충환 꿈이있는미래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