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고종황제의 선교윤허 14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제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원문의 각주가 이글에서는 생략되어 있음을 밝힙니다.
가우처(John F. Goucher)와 보빙사절단(報聘使節團)
소요한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한국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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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가우처는 한국에 미국 북감리교 선교사를 파송하는데 그 시초가 될 뿐아니라 선교를 지속시켰던 인물로서 감리회를 정착시키고 발전시킨 인물이다. 특별히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선교 140주년이 되는 해에 가우처의 생애와 사상을 살펴볼 수 있어 그 의미는 더욱 뜻깊다. 그의 이름은 초기 한국 개신교 전래에 등장한다. 그는 조선 후기 조미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商條約)으로 인한 보빙사(報聘使)의 미국 방문시 기차 안에서 극적으로 만나게 되는데 한복을 입고 갓을 쓴 보빙사를 보고 한국 선교를 타진한 이로서 나온다. 지금까지 가우처에 대한 연구는 이렇게 그 이름만 잠깐 언급된 정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연구는 사실 확인없이 잘못 기술되었기에 발표자는 기존 연구와 함께 이번 발표에서 바로잡으려고 한다. 따라서 이 발표에서는 가우처의 생애와 사상 뿐만 아니라 한국 선교의 접촉점이 된 보빙사의 선교적 의미를 재고하는 차원에서 살펴볼 것이다.
먼저 가우처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그는 한국 선교에 있어 후원과 지지를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우처에 대한 단독 연구는 계속 없었다. 국내 연구에서는 중앙교회 창립 125주년 기념(2015)으로 『한국 선교의 개척자』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김병태가 “세계를 품은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김병태가 미주 5번에서 밝혔듯이 칼라일(Carlyle Reede Earp)의 연구를 토대로 그의 논문을 인용하고 있기에 미국에서의 본격적인 연구 외에는 이렇다할 연구는 없는 상태이다. 칼라일의 박사 학위 논문은 가우처의 생애가 있는 연구이다. 제목은 “Goucher at Dickinson” 이다. 이후 가우처 대학에서 고전학을 전공하고 존스홉킨스에서 교육학석사를 받은 워셔스키(Marilyn Southard Warshawsky)는 가우처 대학의 이사, 이사장을 역임했는데 가우처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책 John Franklyn Goucher Citizen of the World를 통해 그의 생애를 집대성했다. 칼라일과 마찬가지로 존 스미스(John Smith)는 John Franklin Goucher: Missionary and Educator.를 통해서 선교 업적과 교육 이념 등을 기술했다. 워쇼스키는 가우처의 자료(서신, 문서, 보고서)등을 활용하여 500페이지 넘게 그의 생애를 상세히 말해주고 있다. 위 자료 모두 가우처와 가문 연구에 있어 반드시 참고해야할 자료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배재대학교에서 배재학당 창립 125주년 기념 국제학술포럼으로 가우처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던 세미나도 있었다. 지난 2010년도에 열린 세미나는 “가우처 박사의 생애와 업적”이라는 주제로 그의 생애와 업적을 발표했는데 가우처 대학의 총장인 웅가( Sanford J. Ungar)가 “세계적 신사 가우처의 생애와 업적”을 뉴슬((John Edward Nuessle)이 “하나님의 선교-협력으로서의 성육신, 추지도 쇼(Dr. Paul Tsuchid Shew,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 문과대학 교수)가 ”존플랭클린 가우처와 청산학원의 설립“, 임금수, 오위위가 ”개척자의 여정: 미국 선교사 매클레이와 원동교구의 창건“, 장리핑, 천젠민이 ”가우처 박사와 화성협학대학 및 그 부속학교“, 김병태가 ”가우처의 한국 교육선교“에 대하여 발표를 하고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이 발표와 선행 연구에서도 알수 있듯이 가우처의 생애는 대개 4시기로 구분이 된다. 첫 번째 시기는 1845-1868년으로 어린시절 그의 가문에서 영향 받았던 가풍과 경험, 디킨스 대학에서의 신학교육이다. 두 번째 시기는 1869-1877년으로 목회자로서 볼티모어 지역에서 헌신하며 메리 씨실리아(아내)를 만나 결혼한 시기이다. 세 번째 시기는 1878-1883년은 안정된 목회와 함께 동북아 지역의 교육 선교를 지원했던 시기다. 네 번째 시기는 1884-1907년으로 미감리교회 100주년 선교대회를 동북아 지역 선교를 강화시켰고 볼티모어 여자대학(현, 가우처 대학)의 총장으로 직무한 시기이다. 1907년-1922년은 생애의 마지막 시기로 총장직을 사임하고 선교지의 대학 설립을 진행했던 시기이다.
가우처의 선행연구는 2가지 관점으로 달리되고 있다. 하나는 선교지였던 동북아시아에서 바라본 가우처에 대한 연구로서 그의 선교 후원과 교육 시설 건립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른 하나는 미국 감리회 목회자로서 목회자, 교육자, 선교후원자로서의 평가이다. 특히 그가 목회하였던 볼티모어(Baltimore)를 중심으로 연구들이 존재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은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 볼티모어에서 중요한 교육자이자 목사로서 활동한 인물이다. 그가 세운 가우처 대학교(Goucher College)는 여성을 위한 고등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설립하였으며, 모르간(Morgan) 주립 대학의 시초인 백주년 성서학교를 통해 흑인의 고등 교육을 시작했다. 그의 사상과 활동은 기독교 신앙과 교육 철학의 결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또한 가우처는 아시아 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통해 기독교 신앙과 교육의 융합을 추구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그는 교육을 사회적 변화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평가이다. 이런 그의 생애와 사상을 다음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II. 본론 – 가우처의 생애와 보빙사절단의 의의
가우처의 가문
1845년 6월 7일, 펜실베니아 남서부 웨인즈버그에서 존과 엘리너 타운센드 가우처 부부는 막내아들을 맞이했는데 바로 그가 존 프랭클린 가우처였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 초반까지 그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프랭크라고 불리웠는데 이는 아버지(John)와 구별하려 불렸다. 그는 9살의 엘리야, 7살의 엘라, 4살의 데이비드와 함께 가정 환경이 화목한 곳에서 구김없이 자랐다. 후에 가우처는 ‘부모님이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한 가장 “뛰어나며 건설적인 삶을 제공한 축복” 중 하나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부모님은 그에게 사랑스럽고 편안하며 안전한 가정 환경을 제공했고, 학문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기도 했다. 가우처와 타운센드 가문을 통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신앙의 경외심 뿐만 아니라 그 본보기로서 그에게 영향을 끼쳤다. 가우처 가문을 거슬러 가면 그의 가문은 청교도에 정통한 가문이다.
17세기부터, 가우처 가문의 후손들은 프랑스 북부 해안의 브리타니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은 위그노, 즉 프랑스 개신교 개혁 교회의 일원으로, 프랑스의 칼뱅주의자들이었으며, 가톨릭 지배층과 동포들로부터 종교적 박해와 종종 죽음의 위협을 받았던 가문이었다. 1647년경, 로버트 가우처(Robert Goucher)와 그의 가족은 프랑스를 떠나 웨일스(Wales)에 정착했다. 그의 세 아들인 토마스(Thomas Goucher), 로버트(Robert Goucher), 헨리(Henry Goucher)는 반가톨릭주의자였던 올리버 크롬웰의 군대에 입대했으며, 크롬웰은 영국 왕 찰스 1세의 처형 명령서에 서명한 인물 중 하나였다. 가우처 형제는 크롬웰의 의회가 지원하는 군대에 합류해 가톨릭 아일랜드의 남은 왕당파와 싸웠고, 각자 군 복무의 대가로 몰수된 왕실 토지 100에이커를 받았다. 1750년경, 토마스는 아일랜드에 정착했고, 로버트와 헨리(Henry Goucher)는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헨리가 바로 가우처의 증조할아버지이다.
그의 어머니 가문은 17세기 중반 대서양을 건너 뉴저지주의 에그 하버 주변에 정착했다. 그의 증조부 다니엘 타운센드는 목재 사업에 종사했고, 미국 독립 전쟁에 참전하여 존 프랭클린 가우처가 미국혁명후손회(Sons of the American Revolution)의 회원이 될 수 있었다. 독립 전쟁이 끝난 후 다니엘은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근처의 피터스 타운십으로 이주해 350에이커의 땅을 구입했고, 그곳은 후에 타운센드 가문의 여러 세대를 정착시킨 인물이다.
이렇듯 그는 이러한 가문에 여러 영향을 받았는 청교도 신앙 뿐만 아니라 미국 독립 운동의 정신 자유, 평등, 사랑, 정의가 깃든 가문이라는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그의 이러한 가문의 영향력인지 그의 생애에 있어 미국 제2차 대각성 부흥 운동의 영향을 받아 감리교 사회성화를 체계화시킨 사회적 복음(Social Gospel)에 큰 영향을 받아 인간과 사회 변화를 위한 신앙과 전인격적인 교육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감리교 입교와 학문적 배경
존가우처가 감리교에 입교하게 된 배경은 의사였던 그의 아버지의 병원을 피츠버그로 옮기면서였다. 가우처는 어린시절 개종하여 세례를 받았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다니던 피츠버그의 크라이스트 감리교 교회에 입교했다. 그곳에서 그는 예배와 주일학교를 통해 영적인 양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소중한 인연이 될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가우처는 그 교회의 목사인 리틀턴 F. 모건 목사의 총애를 받았고, 모건 목사는 가우처가 목회에 관심을 가지도록 격려했으며, 10년 후 가우처가 목회자가 되었을 때 감리교 교회의 볼티모어 연회에 가입할 것을 추천하게 된다. 또한 피츠버그에서 중요한 사건을 경험하게 되는데 1861년 2월에 아브라함 링컨을 만난 일이다. 그는 이후 자주 이 일을 회상했는데 대통령 당선자였던 링컨은 첫 번째 취임식을 위해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워싱턴 D.C.까지 13일간 기차 여행을 하고 있었고 여러 철도 회사가 소유한 기차를 타고,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뉴욕의 여러 마을과 도시를 거쳐 메릴랜드와 볼티모어를 지나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링컨은 공화당 후보로 몇 달 전 네 명이 경쟁하는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주권과 노예제에 대한 오랜 갈등으로 나라는 남북전쟁의 직전에 있었다. 링컨은 피츠버그에 하룻밤 머물렀으며 이를 계기로 링컨과 가우처는 수많은 인파를 뚫고 링컨과 독대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과 마주한 가우처는 “그의 깊고 놀라울 정도로 따뜻한 눈을 올려다보았다”고 기억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처럼 손을 내밀어 “당신과 악수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가우처는 링컨 대통령이 “가장 부드러운 미소로 몸을 숙여 제 손을 두 손으로 잡았고, 팔꿈치까지 제 손과 팔을 감쌌습니다.” 링컨은 가우처가 장차 세계적인 무대에서의 역할을 예언하는 듯한 축복을 전했고 한다. “하나님이 그대를 축복하시길,” 곧이어 가우처에게 말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부모님께 순종하며, 나라를 섬기면 세상이 자네를 기억하고 존경할 거야.” 그후 가우처는 링컨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데 4년 후 대학 신입생이었을 때,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로 가서 암살된 대통령이 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링컨은 기차로 일리노이로 이송되어 묻힐 예정이었고 그의 마지막을 배웅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때문이었는지 그는 흑인과 여성 등 당시에 소외받고 차별받았던 이들을 위한 교육에 힘을 쏟으며 볼티모어 지역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
가우처는 디킨스 대학(Dickinson College)에 입학하는데 대학 생활 마지막 2년 동안 새로 설립한 성서학부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추가적인 신학 공부 없이 학사 학위를 받고 목회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 감리교 소속 대학에서 모든 학생은 매일 두 번 채플에 참석해야 했으며,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저녁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되었다. 주일에는 학생들이 부모나 보호자가 지정한 교회의 공식예배에 두 번 참석해야 했다. 아마도 자신의 어린 시절 개종 때문에, 그는 젊은이들에게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세계 복음화에 대한 주제의 설교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가 개종하면, 이는 두 배의 은혜가 있는 일입니다. 생명을 구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며 다른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삶으로 변화시켜주는 것입니다.” 그는 12세에서 20세 사이의 젊은이들의 신앙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믿었으며, 이 시기의 마음은 “그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서 밀랍과 같고, 그 지속력은 청동과 같다”고 표현했다. 따라서 대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가우처는 칼라일 시내로 나가 “임시막사(The barracks)”라고 불리는 빈곤한 지역에서 선교 주일학교 협회를 조직하는 일을 돕기도했다.
이렇게 철저히 신학부에서도 영성, 지성, 목회를 모두 교육 받고 경험할 수 있던 가우처는 1869년 3월 3일 제85회 볼티모어 연회에서 전도사로 임명된다. 젊은 목회자였지만 그는 그의 가문, 젊은 날의 여정, 대학 교육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독교적 가치를 심어주고, 이를 사회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신앙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후 가우처의 목회 활동은 교회의 영적 지도뿐만 아니라, 교육과 도덕적 지도력을 강조하게 되는데 볼티모어에서 9곳의 교회와 14곳의 주일학교를 섬기는 동안 이러한 신앙을 실천하게 된다.
목회와 교육 활동
존가우처는 볼티모어 연회 파송이후 순회 목회와 가정을 방문하는 심방 형태의 목회를 함께 병행했다. 또한 이 시기에 웨슬리처럼 시간을 쪼개면서 목회를 했는데 미국의 애즈베리처럼 말을 타면서 볼티모어 지역에 순회한 거리만 3,925Km이고 심방은 557회, 설교는 88회, 새로운 교인은 109명이었다고 한다. 이후 1871년 3월 87차 볼티모어 연회에서 집사 목사 안수를 받게 되고 1873년 3월 연회 정회원(elder)가 된다. 이후 가우처 목사는 선교 후원을 하게 되는데 디킨스 대학에서 동기인 루디실(Abram W. Rudishill)이 인도 선교사로 있으면서 감리교 출판사를 세우는 등 선교활동에 본격적인 관심을 표하는 것도 이 시기였다. 또한 연회와 목회, 선교 현장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가우처는 1874년부터 해외여선교사회에서 임원으로 일하며 해외 선교와 차별 받은 여성, 흑인의 교육과 선교에 관심을 갖는다. 특별히 1879년 미국 감리교 선교 100주년을 기념해 백주년 기념 흑인 성서교육을 조직하여 사역을 하였는데 이때 신앙의 의무로서 교육을 결합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육을 강조한다. 당시 여성은 가정, 사회에서 교육 받을 기회가 없음을 알았으며 수준높은 교육을 받아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랬다. 이러한 의미에서 세운 학교가 볼티모어 여자대학교이다. 이러한 교육 기관이 생겨나게 된 것은 볼티모어 연회의 후원 때문이다. 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여성 교육을 위한 부지(1,300㎡)를 기증하면서 진행된다. 이 땅은 가우처가 볼티모어의 헌팅턴에서 사역할 때 교육용 부지로 점지했던 곳인데 목회 형편이 될 때마다 교육에 대한 비전을 품고 구매를 했던 곳으로서 그의 사업 수완과 추진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가우처는 지역 유지였던 아내의 후원으로 선교지 뿐만 아니라 학교를 세우는 것에 관심을 쏟았다. 특히 볼티모어 여자대학을 세우면서 대학의 건물 가운데 가우처 홀을 기증했는데 이는 가우처의 죽은 딸 엘레노어(Eleanor)를 기념하여 지었다고 한다. 그후 가우처는 목회적 소명 때문에 볼티모어 여자대학의 총장직 제안을 거절했으나 총장직을 맡게되는 관계로 18년 동안 사례를 받지 않고 성실하게 총장직을 수행해갔다. 오히려 1922년, 가우처 대학의 관계자에 따르면 그가 소천하기 전까지 거의 백만달러에 가까운 헌금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가우처는 당시의 사회 성화인 사회적 복음운동(Social Gospel Movement)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기독교 신앙이 사회적 불의를 해결하고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큰 틀에서 목회를 통해 교인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사회적 책임과 연결시키고 신앙이 사회 곳곳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보면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구원이 아닌 사회적 정의를 실현 할 수있다는 실천적인 측면이 강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이러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 근본에는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차원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 성숙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라고 여겼고 이러한 도덕적 성숙의 기준은 신앙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복음운동에 영향을 받은 가우처의 사상은 신앙이 도덕적 기준의 근본이 되며, 그 도덕적 기준을 근거로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삶을 살았는데 그 원동력이 교육이 되는 것이었다.
해외 선교, 보빙사의 만남과 의미
가우처는 평생 동안 미국내 외에서 250개 이상의 교회를 세우는 데 책임을 진 교회 개척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의 75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헌정된 러블리 레인 연합 감리 교회(Lovely Lane United Methodist Church)의 성소에 있는 명판은 그가 단순히 교회 건설자뿐만 아니라 “대학과 대학교의 아버지,” “선교 개척자,” 그리고 다양한 “사명을” 이행하며 “모든 민족의 형제”로도 알려졌음을 상기시켜준다. 그의 국제적인 영향력에 대한 감동적이고 강력한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지는데, 북인도의 한 사람은 가우처가 그에게 수년간 무료 교육을 제공해 준 덕분에, 낮은 계급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에 존 가우처를 잠깐이라도 보기 위해 20마일 넘게 걸어오기도 했다. 한국의 한 소녀는, 가족 내에서 딸로 태어나 이름도 없이 “첫째”, “둘째”, 또는 “셋째”라는 이름 외에 다른 이름이 없었는데 존과 메리 가우처(아내)가 그 나라에서 감리회 선교를 시작하고 후원해 준 덕분에 서울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비로서 여성 지도자로서 떳떳하게 설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또한 미국에서 공부하던 일본인 젊은이에게 필요한 자금과 환대를 제공했으며, 이들은 후에 일본으로 돌아가 아오야마 가쿠인(청산학원)을 세우는 역할을 했다.
서론에 언급했듯이 한국 개신교 선교사(宣敎史)에서 미국을 방문한 보빙사와 가우처(John F. Goucher)목사의 만남이 언급되고 있다. 가우처는 동북아시아의 교육선교와 연관이 많았는데 일본 동경의 아오야마(青山学院大学) 대학교의 전신인 3개의 학교 중 매클레이(R. S. Maclay)가 세웠던 감리교 선교 신학교(Methodist Mission Seminary, 1879)의 기부하여 설립에 큰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가우처와 매클레이는 중국과 일본 선교를 통해 문호가 개방되지 않았던 한국에 선교를 오래전부터 인식하였음을 살펴볼 수 있다.
가우처는 보빙사와 만났던 의미를 “하나님의 섭리”, “선교의 기회”로 보고 있어 그 의미를 선교신앙적인 의미로 강조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만남이 우연이라고 소개되어 그 만남이 이루어진 배경이 극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보빙사와 개신교 전래 관계를 다루는 기존 연구를 토대로 2가지를 다시 고찰하고자한다. 우선은 미국 선교부가 보빙사를 만났던 과정이 우연이 아니었고 사전에 이들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한국선교에 대한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살펴보고 다음으로는 이들이 개신교 전래에 끼쳤던 두 갈래의 영향을 살펴보겠다.
기존 연구와 달리 보빙사의 미국 파견과 일정을 주관하였던 푸트 공사는 사전에 ‘우리의 몫은 보빙사절의 보고와 감명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미국의 캘리포니아 상인들에게 미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것을 공지했었다. 푸트공사의 사전에 공지한 내용은 ‘보빙사의 미국 시찰이 향후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과 ‘한국사절들에게 미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 한미무역에서 캘리포니아 무역의 몫을 높일 것’을 권고했다. 즉, 보빙사절단 파견 전에 푸트는 사전에 보빙사에 대한 이동경로와 정보를 미리 건네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보는 선교부의 일본 주재 선교사를 보빙사 파견에 대하여 자국이었던 미국 선교 본부에 서신을 보냈다. 미국의 신문매체였던 ‘뉴욕타임즈(The Newyork Times)’, ‘뉴욕헤럴드(New York Herald)’, ‘보스톤포스트(Boston Post)’를 비롯하여 각 지역의 언론사가 보빙사의 미국 방문을 특필하였으며 방문경로까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보빙사의 방문과 경로가 미국 내 일반인들에게 많이 노출되었던 것이다. 보빙사의 미국방문으로 미국의 언론지를 통해서 보도 되었던 기사는 개신교 선교본부와 그와 연관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서 우리는 교회사에서 서술되었던 내용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빙사의 파견으로 민영익과 미국의 가우처(John F. Goucher)박사를 만나는 과정이 우연으로 되어 있지만, 미국 선교부는 보빙사가 미국에 답사 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특히, 가우처가 있는 볼티모어의 신문에서는 일본도착과 샌프란시스코 행 도착날짜, 구성원들의 이름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보빙사를 만나 선교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던 배경은 다음의 서신 내용들과 무관하지 않다. 보빙사가 미국에 가는 동안 잠시 일본에 체류할 때, 루미스 선교사를 만났으며, 루미스는 미국의 길맨(E. W. Gilman)에게 다음과 같이 편지를 하였다.
“어제 저는 미국으로 가는(한국에서 일본을 거쳐 미국을 가는)한국의 부총리 민영익을 (일본에서)만났습니다. 그에게 미국 문명의 기독교적 측면을 보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 생각에 한국의 미래는 현재 외국에 나와 있는 자들의 영향력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봅니다. 그들은 토기장이의 손에 있는 진흙과 같으며, 수백만 명의 운명이 그들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사절단 대표는 왕비의 오빠라고 들었습니다. 그가 일정 기간 미국에 체류한다면 십중팔구 많은 미국 문명을 한국으로 가져갈 것입니다.”
루미스의 편지는 미국의 길맨 총무에게 보내졌고 민영익을 비롯한 보빙사가 기독교에 호감을 갖도록 부탁하였다. 그 이유는 민영익에게 기독교와 근대 문명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게 하여, 선교의 문이 열리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가우처 문서 가 아직 발굴되지 않아 보다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가우처의 조선의 선교에 대한 구상과 계획이 보빙사 만남 이전부터 있었다. 최근 그에 대한 연구가 지속된 가운데 보빙사와 가우처의 만남에 대한 재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빙사가 가우처의 집이었던 알토데일(Alto Dale) 저택에 방문했다는 것이다. 가우처는 당시 해외 내·외빈을 접견하고 초청했던 장소로 자신의 집인 알토데일을 이용했는데 보빙사 역시 집으로 초청하였다고 한다. 아펜젤러(H.G. Appenzeller)는 선교보고서에서 “가우처는 보빙사절단이 워싱톤으로 가는 길에 민영익과 친해졌고 자신의 집에 초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 연구에서도 보빙사와 가우처의 만남은 기차 안에서 만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 가우처가 보빙사를 처음 만났던 장소가 기차 안이었고 그 이후에 자신의 볼티모어 집에 보빙사를 초빙하였다는 점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보빙사의 경로를 살펴보자. 그들이 여행을 보고한 기록에 의하면 미국 내 경로가 다음과 같다. 인천을 출발하여 1883년 7월 일본 도쿄(東京)에 도착한 이들은 1개월간 일본에 체류하면서 미국행을 준비했다. 그리고 8월 15일 태평양횡단 여객선 아라빅(Arabic)호에 승선하여 20여일 정도 지난 1883년 9월 2일 샌프란시스코에 입항하여 팰리스호텔(Palace Hotel)에서 숙박을 했다. 이곳에 머물면서 프레시디오(Presidio)육군기지 등 상공회의소, 유니언 칠공소 등을 방문하였다. 9월 7일, 대륙횡단 철도를 카기 위해 새크라멘토(Sacramento)역으로 가서 센트럴 유니온 퍼시픽(the Central and Union Pacific Railroads) 철도를 타고 워싱턴으로 이동했다. 예상 시간은 1주일이며 이들의 주요 정착지는 “새크라멘토(출발역)-솔트레이크 시(Salt Lake City)-오그덴(Ogden)-오마하-시카고-클리블랜드(Cleveland)-피츠버그(Pittsburg)-워싱턴”이였다. 1883년 9월 13일자 뉴욕타임지를 살펴보면 이 기차는 북서쪽 철도를 이용하여 시카고에 9월 12일 오후 2시 30분에 도착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어서 9월 15일에 워싱턴에 도착해서 앨링톤호텔(Arlington Hotel)에 투숙했다. 펜실베니아에 9월 17일 오후 5시 30분 도착하고 9월 18일에 뉴욕에 도착하여 피프스 에비뉴 호텔(Fifth Avenue Hotel)에서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아서(Chester Alan Arthur)대통령과 프레링휘센(Frederick T. Frelinghuysen) 국무장관과 만남을 가져 신임장 제정식을 가졌다. 이후 미 동부지역을 다녀오는데 보스턴 도착 9월 22일(1883년 9월 23일자 뉴욕 타임지) 보스턴에서 산업시설 및 군사시설을 시찰하고 9월 26일은 카지노 및 극장관람 다시 워싱턴으로 9월 29일에 도착한다. 이후 워싱턴에 체류하면서 10월 16일 오던 길을 따라 귀국한다. 이상의 미국 내 보빙사의 경로를 간단히 살펴보았으며, 이를 살펴볼 때에 보빙사와 가우처 목사가 만난 시기는 시카고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하는 1883년 9월 13-15일 사이에 가우처 목사를 만났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아펜젤러의 보고서에 의하면 이들은 이후에 볼티모어(Baltimore)에 있는 가우처의 저택(Alto Dale)에 초청을 받았는데 그 날짜는 일정, 거리와 시기상 9월 29일 이후인 워싱턴 체류기간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는 워싱턴에서 20일 가량 머물면서 카지노, 극장, 백화점 등을 활발히 방문하게 되는데 이때에 가우처 저택에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기존연구에서는 보빙사와 가우처의 만남만을 기술하고 이 사건에 대하여 선교신앙적인 의미를 부여하였다. 하지만 그 만남이 역사적 의미가 되기 위해서는 전·후 배경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우처 목사는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 선교를 후원하여 한국 선교에 대하여 호소를 해왔다. 뿐만 아니라 보빙사의 미국 방문은 가우처 목사에게 한국 선교를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었다. 가우처가 기차 안에서 보빙사와 만난 이후 한국선교의 문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뉴욕타임즈, 뉴욕헤럴드 등 미국의 언론들이 이들에 대하여 한미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신분으로 방문경로 등을 지속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사에서 재평가해야 하는 보빙사 의의
앞서 언급했듯이 보빙사 일행은 다양한 각자의 정치적 견해가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그 관심이 다르게 나타났다. 민비의 조카였던 민영익이 단장으로 있어 보빙사절단의 성격이 전반적으로 민영익에 의해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보빙사는 프레링휘센 장관을 만나면서 이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외교담당 고문관, 군사교관, 근대식 교육을 위한 교사 파송을 요구했다. 반면, 민영익과 정치적 성향이 달랐던 홍영식은 미국의 관청을 방문하여 연방정부의 행정 조직 및 체계에 관심을 가지고 삼권분립 등 근대화된 정치체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10월 16일 이들은 귀국을 하지만, 민영익과 홍영식의 귀국 경로는 달랐다. 미국에서 귀국길에 올랐던 미국인 로얼과 일본인 개인비서, 중국인 우리탕, 최경석, 현흥택, 고영철과 함께 홍영식은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일본, 조선에 입국하는 경로로 귀국한다. 홍영식은 귀국 전에 일본에 들러 김옥균과 만남을 가졌다. 당시, 김옥균은 조선정부의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방탕으로서 민씨 척족의 주전제에 반대하여 차관도입을 하러 일본에 방문 중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로부터 차관이 거절당해 실패로 돌아갔다. 이러한 상황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뿐 아니라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면 친청 세력으로부터 많은 어려움을 감수할 것이라는 고민에 빠졌다. 김옥균의 일본에 체류기간에 홍영식이 귀국하는 과정에서 일본에서 만나 근대화된 미국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의견이 오갔다. 홍영식과 만남이후, 김옥균은 미국과 관련된 서양 세력인 일본 주재 선교사에게 접근하여 종전의 배척하는 모습과는 달리 선교사의 한국선교 일을 도와주었다. 이러한 변화는 서양 열강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 접근하기 위함이었다. 아울러 김옥균은 차관 문제로 일본에 오기 전에 주한 미국공사였던 푸트공사를 만나는 과정에서 돈을 찍어내는 주전제 보다는 차관도입이 좋다는 의견을 모았다.
김옥균은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 일본을 모방한 근대화를 원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계획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던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 선교사에 대한 태도변화가 있게 된다. 이시기는 ‘늦어도 1883년 일본에 2차 방문 때부터 미국 선교사들과 접촉을 가졌을 때’이다. 당시 개화세력을 이끌었던 김옥균이 개신교에 진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유는 보빙사절단이었던 홍영식의 귀국 시에 일본에서 만남을 가졌던 가운데 영향을 받은 것이다. 루미스의 서신에서는 김옥균의 태도 변화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재산가요 영향력이 큰 한국인이 현재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데, 저는 어제 한국 공사관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곳에서 오래 머무르는 동안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기독교인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가는 곳마다 심지어 내 동족들 가운데세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기독교를 매우 반대했으나 이제는 견해를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김옥균과 뜻을 같이 하였던 홍영식은 귀국하여 고종에게 보고를 한다. 김원모가 홍영식의 복명기를 발굴하여 그의 연구 논문 “견미사절 (遣美使節) 홍영식복명문답기 (洪英植復命問答記)”에 복명기를 수록했는데 이 복명기를 살펴보면 미국의 근대 교육을 강조하였음을 살펴볼 수 있다. 즉, 홍영식은 ‘미국 교육제도 및 법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빙사 파견이 주는 의미는 후속연구에서 최초의 근대 교육기관이었던 육영공원이 만들어졌음을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보빙사절단의 미국인식이 한국의 교육근대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보빙사절단의 미국 인식은 당시 개화를 이끌었던 김옥균과 조선 정부의 개화정책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미국에서 보빙사절단을 만났던 가우처는 한국 선교의 시작을 위해 1883년 11월 6일에 5000달러를 후원하면서 오랫동안 동북아 선교를 담당했던 미국 북감리교 소속의 재일(在日)선교사 매클레이(R. S. Maclay)에게 한국 선교를 요청했다. 이후 매클레이는 한국에 선교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내한하였는데 이때 선교가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던 인물이 김옥균이었다. 김옥균은 기독교에 대한 태도와 인식 변화 이후 일본에서 매클레이와 친분을 쌓았던 터라 고종이 ‘선교회가 교육과 병원 사업을 허가’하기 위해 도와주었다. 매클레이는 당시를 회상하며 김옥균이 이렇게 자신에게 친절하게 안내했던 이유를 아래와 같이 말한다.
“내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1884년, 우리가 왕에게 올린 청원은 성공적이었다...... 지금 돌아보건대, 아마도 그(김옥균)는, 정적들이 악질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충고 받고 그들의 냉혹한 적대행위에 의해 궁지에 몰리게 되고 자신의 암살이 절박하다는 의식을 갖게 됨에 따라, 서울에 있는 외국인들의 점증하는 영향력과 도덕적인 지지가 정치가이자 개혁가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강화시키고, 위협적인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 줄 것이고, 한국의 공무에 대한 확고부동한 통제력과 아울러 장기집권을 개화당에게 갖다 줄 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희망을 키웠던 것이다.”
김옥균이 기독교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나서 선교사들은 그에 대하여 “기독교 선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로 그려나갔다. 하지만 그 입지는 민씨 세력을 비롯한 친청세력으로 인해 조선 정부 내에서 점차 갈등이 심화되어갔다. 결국 그 갈등이 점차 극에 치달아 1884년 12월 4일 갑신정변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민영익의 귀국경로는 어떤가? 보빙사절단의 단장을 맡았던 민영익은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그가 지명한 서광범(徐光範), 변수(邊遂)와 함께 미국함정 트렌턴 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여 유럽 여러 나라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여 인도양을 거쳐 조선까지 이르는 6개월간에 걸친 항해경로로 귀국했다. 민영익의 이러한 세계 일주는 근대화에 대한 견해와 이해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의 태도는 그와 반대였다고 한다. 그 원인 중의 첫 번째는 그의 개혁을 지지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그의 개혁에 반대하는 유생 세력의 반발이 제일 거세고, 그를 지지해야 될 민씨 세력은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영익은 민씨 척족에게 그의 뜻을 소신 있게 펼치지 못하고 오히려 사대주의적 성향을 더욱 강하게 품고 있었다. 민영익은 “나는 외국에 유람하고 문물을 볼 때보다 더욱 더 오래된 것을 지켜야 된다는 수구(守舊)의 생각이 일어났다. 임오군란 후 많은 근대 법을 신설했지만 조금도 행해지지가 않고 폐해가 드러났기 때문에 대전회통(大典會通)을 금과옥조로 삼아 이에 위배됨이 없어야 된다”고 말하게 된다. 이후 민영익은 친청파로 돌아서게 되어 개화세력이었던 김옥균, 홍영식, 서광범과 더욱 대립하게 되었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은 갑신정변으로 인해 민영익을 더욱 힘들게 했던 것 같다. 한때는 친한 벗이었던 이들에게 아버지를 잃고 자신의 목숨까지 잃을 뻔한 사건은 “일체 모든 공직을 사퇴하고 시골로 낙향해 은거하고 싶다”는 표현을 자주했다. 갑신정변에서 개화파 세력에게 칼로 자상을 입어 알렌(H.N. Allen)의료 선교사가 그를 서양의학으로 살려주었고 이 정변은 아이러니하게도 개신교 선교에 있어 중요한 사건이 된다.
3일 천하로 끝났던 갑신정변의 실패는 김옥균을 비롯한 급진개화파의 일원의 처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한때는 정부의 주요 요직을 맡으면서 권력의 최정점에 있었던 그들은 자신의 몸조차 피신시키지 못했다. 홍영식의 경우는 그 자신 뿐 아니라 식구들 및 일가전체가 자결을 선택하기도 했다. 망명하지 못한 자들의 모습에 대하여 묄렌도르프의 자전은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일요일에 일본인들은 도성에서 도망쳐 제물포로 물러났다. 곳체(K. Gottsche) 박사는, 오릿골 객사(客舍)에서 다케조와 동행하고 있는 유럽인 복장을 한 여러 명의 조선 사람들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일본 병사들 틈에 끼어 궁궐에서 도망쳐 나온 홍영식은 민중들에게서 사형을 당했다. 그의 부친은 그 일이 있은 직후 만찬을 준비하고 18명의 친척 모두를 초대했으며, 식사가 끝날 무렵 모든 참석자들은 독을 마셨다.”
김옥균, 서광범, 박영효 등 이들의 망명은 단순히 도망자의 신분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이 도망자로 있으면서 일본 망명 중에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해 개신교 선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옥균은 기독교를 신앙으로 수용하지 않았지만 서양의 선교사를 도와 성서를 번역하게 된다. 특히 김옥균이 망명했을 당시 이수정은 이미 한글 복음서를 번역하고 있었다. 이는 현토방식으로 번역이 되었는데 한문 발음에 한글로 토를 다는 것으로서 단어 및 의미를 한글로 번역한 순수한 한역(韓譯)이기보다는 한문의 의미를 파악해야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주로 지식층에서 많이 해석된 방식이다. 이수정은 임오군란 때 민비를 구출하여 그 공로를 인정받아 1882년 9월 수신사 박영효의 비공식 수행원으로 일본에 건너가 일본 유학 중 성서를 번역하고 있었다. 이후, 개신교 선교사들과 김옥균의 관계는 보다 밀접하게 되었는데 김옥균이 갑신정변 실패로 일본에 망명했을 때, 이수정이 맡았던 번역을 김옥균에게 맡겨 번역을 완료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선교사들은 김옥균을 두고 누구보다도 유능한 한국인이라고 칭찬하였다. 이러는 가운데서 이수정의 입지가 점점 없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김옥균과 관련된 동료에 의해 이수정이 살해 될 뻔했던 일이 벌어졌다. 선교사들은 “이수정이 최근에 알고 온 동료에 의해 살해될 뻔 했고, 수행원이 그의 돈을 다 써버려서 지난 과거 얼마동안 선교사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구걸하거나 빌려야 했다.”고 보고했다. 이수정을 살해하려고 했던 동료는 급진 개화파(김옥균, 홍영식, 서광범)에 관련된 사람으로 추측된다. 당시 일본 주재 선교사들이 김옥균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었나, 성서를 번역하였던 이수정에 대한 평가는 이시기를 기준으로 이전과 대조적이다. 이수정이 번역에 끝까지 참여하지 못하고 마음이 변화되었던 것은 조선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생각할 수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주일 주재 선교사들이 이수정을 끝까지 신뢰하지 않아 그 입지를 점점 소외시켰기 때문이다. 파슨(Ellen C. Parson)의 보고서에 의하면 그는 귀국하자마자 처형당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민영익의 말로는 갑신정변의 후유증과 일본낭객에 의한 민비의 피살로 인해 민영익을 더욱 충격으로 몰아갔다. 그로인해 상해로 도망가다 시피 하였다. 특히 고종이 홍삼을 팔아 축적한 내탕금을 가로챘고 그 돈으로 상해에서의 삶은 부족함이 없었다. 상해에서 글과 그림에만 몰두하며 마지막 삶을 마감한다.
결론
가우처는 그의 생애를 마감하기 전까지 세계여행을 7차례나 다녀오게 되는데 이는 그가 후원했던 선교지 방문을 위한 것이었다. 그의 후원과 더불어 끝까지 책임을 다하여 관리하는 그의 모습 가운데 마지막 7차례 여행에서는 한국과 일본 방문을 진행했다. 그가 젊은 시절 한국에서 파견된 보빙사를 만나고 38년이 지난 1921년, 그의 생애에 있어 마지막 한국 방문 6번째 였다. 방문때 마다 한국 연회에 참석하고 배재학당, 이화학당, 조선기독교대학(연희전문 전신)에 방문하여 교육의 정착을 확인하고 점검할때마다 링컨이 그에게 했던 말이 그의 생애를 마지막으로 장식하는 순간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부모님께 순종하며, 나라를 섬기면 세상이 자네를 기억하고 존경할 것이다.” 그의 생애는 세계 마지막 순간까지 세계의 교구를 섬기는 열정적인 인물로 기억된다.
현대 교육에서의 가우처 사상의 적용 가능성
가우처의 교육 철학은 오늘날에도 적용 가능한 많은 요소를 담고 있다. 특히, 신앙과 사회적 책임을 결합하여 윤리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상은 현대 교계에서도 큰 의미를 줄 것이다. 또한 그가 추구한 교육과 신앙의 결합은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모델로 남아 있다. 그의 사상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가우처 자료 재발굴 및 편찬
가우처의 자료는 미국에서도 1차 자료로 보관하고 관람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대중들은 접근히 힘들다. 한국 선교를 시작한 그의 생애와 사상을 알리는 차원에서 자료의 편찬이 요구되는 바이다.
이와 함께 이번 “한국 선교 140주년 기념”을 통해 다시 한번 고찰해야하는 것은 보빙사의 의의이다. 지금까지 잘못 기술된 것은 정정하지 못하지만 이번 140주년을 기점으로 바로 기술해야할 역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빙사의 미국 방문으로 가우처가 기차 안에서 이들을 우연히 만난 것은 아니다. 한국 선교사와 교회사에서는 이 둘의 만남이 우연히, 섭리로 만나 한국을 선교지로 인식하게 되었고 선교가 시작된 것으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가우처는 그전부터 한국을 선교지로 생각하고 있었고 신문일보, 잡지를 통해 이들의 미국 방문과 경로가 노출되어 가우처뿐만 아니라 당시 미국에서는 이들에 대한 인식이 사전에 있었다는 점이다. 가우처가 신속히 선교를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도 이러한 관심과 동북아선교(한국 포함)를 오랫동안 준비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보빙사와 가우처의 만남이 어떤 우연, 섭리라는 것으로 설명되는 논리비약을 지양하고 이들의 만남과 선교를 조금 더 점진적인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 보빙사 구성원의 두 갈래-두 구성원 모두가 개신교 수용에 영향을 끼쳤다. 보통 교회사나 선교사에서는 보빙사에 대한 언급이 “보빙사와 가우처의 만남”과 같은 하나의 사건으로 기술된다. 하지만 이들이 개신교 수용에 주었던 영향은 생각보다 많다. 가우처-매클레이-김옥균(홍영식 및 급진개화세력)-고종을 따르는 이들의 갈래가 개신교 전래에 토대를 마련했고 갑신정변으로 이 토대 위에 알렌-민영익-고종 노선으로 대체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가우처-매클레이가 준비한 선교부지가 알렌의 사택부지로 대체되어 선교가 시작되었다는 점 등도 이를 말해준다.
셋째, 보빙사 구성원의 갈등이 한국인의 개신교 수용에 갈등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일본에서 한글 복음서를 번역했던 이수정(민영익–온건개화파)과 갑신정변의 실패로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홍영식-서광범 등-급진개화파)은 어느 한 시기에서 개신교 선교사의 성서번역을 중심으로 또 다른 충돌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이수정 – 김옥균 등 현지인의 개신교 수용은 갈등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소요한 감리교신학대학교 한국교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