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최고 가치는 성경(말씀)이다. 성경과 배치되는 것을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크리스천이 아니다. 크리스천이라 할지라도 좋은 크리스천은 아니다.
그런데 누구도 성경대로 살 수는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예수 그리스도가 없어도 될지 모른다. 문제는 그에 따라 살려는 의지의 정도에 있고, 그리 살기 위한 기도 여하(간절성)에 있다.
하나님께서는 아모스 선지자를 통해 말씀하신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암 5:24)
이 말씀에 대해 누군들 아니라 하겠는가. 논-크리스천이라 할지라도 아니라 할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 말씀 바로 앞에 하신 말씀이 있다.
“내가 너희 절기들을 미워하여 멸시하며, 너희 성회들을 기뻐하지 아니하나니, 너희가 내게 번제나 소제를 드릴지라도 내가 받지 아니할 것이요, 너희의 살진 희생의 화목제도 내가 돌아보지 아니하리라. 네 노랫소리를 내 앞에서 그칠지어다. 네 비파 소리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라.”(암5 21-23)
참 이상한 말씀이다. 오늘날로 말할 것 같으면, 신앙을 위한 행사를 미워하고 멸시하며, 예배도 기뻐하지 않으신단다. 헌금·헌물도 받지 않으신단다, 찬송도 하지 말라신다.
설마한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없다.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하나님께서 거짓말을 하실 리도 없는 일 아닌가. 하나님을 진정으로 경외하는 마음이 없는 형식적 행위를 책망하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우상숭배를 준엄하게 꾸짖으신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기들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고 절기도 잘 지키고 있으니 하나님께서 자기들을 지켜 주시며 구원해 주시리라고 믿고 있었다. ‘마음 따로 언행 따로’였던 것이다.
기독교에 성경이 있다면, 세상에는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이 있다. 이것이 세상을 지탱해 가는 기준이 된다. 그런데 원칙도, 공정과 상식도 법에 위배되면 힘을 잃고 만다. 법에도 상위법과 하위법이 있는데, 양자가 충돌하면 하위법은 제한을 받거나 무용지물이 된다.
사람이 사는 세상은 참 재미있는 일이 많다. 기독교에서는 전술한대로 실제로 하는 행동보다 속마음에 더 무게를 둔다. 물론 기독교에서 말하는 세상 사람들도 마음을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기독교의 경전 성경은 “간음치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마 5:27-28)라고 말한다. 예수의 말씀이다.
그러나 세상 법은 마음이야 어떻든 그것이 언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죄로 여기질 수 없다. 마음으로 음행을 하든, 도둑질을 하고 사기를 치든 그것이 행위가 되어 밖으로만 드러나지 않는다면 무죄다.
지금 12·3 비상계엄령 선포로 나라가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소란스럽고 불안하다. 책임이 어느 쪽에 있든 간에, 아니면 어느 쪽이 크든 간에 국격은 땅에 떨어지고 경제고 외교고 무엇이고를 가릴 것 없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내 개인 생각을 말하면 그보다도 더한 심각성은 국론이 분열되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는 말이다. 국민 개개인으로 보면 서로 원수진 일도 없는데, 왜인가. 진영논리, 그 망할 놈의 진영논리가 블랙홀이 되어 옳고 그름의 가치를 없애 버린다.
진보, 보수 양진영에 속한 사람이라면 진영논리에 조금도 침윤되지 않은 사람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마따나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수록 진영논리에 좌우되지 않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말도 듣기 거북한 막말은 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남의 마음을 상케 하는 말도 하지 않으려 애를 쓴다.
진영논리에 크게 사로잡힌 사람일수록 자기는 그런 게 아니라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이 자기와 다르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런 사람일수록 곧잘 자기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존심과 자만심을 구별 못한 탓이다. 그런 사람은 자기망상에 빠진 사람 가운데 많다.
방법은 달리 없다. 나라를 살리는 길도, 국민 개개인이 자기를 살리는 길도 방법은 달리 없다. 크리스천이라면 성경이라는 거울에 자기의 내면을 비춰 보고 고쳐나가고, 논-크리스천이라면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이라는 거울에 내면과 거기에서 나오는 언행을 비춰 보며 고쳐 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는 것이 나의 인격을 높여 나의 인간됨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고, 국격을 높여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기독교에서는 실제로 하는 행동보다 속마음에 더 무게를 둔다고 전술했다. 그러나 세상 법은 마음이야 어떻든 그것이 언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죄로 여기지 못한다고도 했다. 그렇다고는 하나 마음을 언제까지나 속에만 숨겨둔 채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란 쉽지 않다.
신·불신을 막론하고 사람이라면 ‘양심(良心)’을 소중히 여긴다. 그러지 못한 사람을 가리켜 양심의 가책을 모르는 자라 한다. 인격이 있어 사람인데, 그 인격이 바닥이라는 말이다. 기독교에서는 이 같은 ‘양심의 가책을 모르는 자’를 ‘양심에 화인(火印) 맞은 자’라 하기도 한다.
크리스천으로서 입에 올릴 말은 아니지만, 표현이 재미있어 별 생각 없이 그냥 인용해 보는 것이니 양해를 부탁드리다. 사람들은 흔히 법 없이도 살 정도로 마음이 착한 사람을 가리켜 ‘부처님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양심의 가책을 모르는 사람, 양심에 화인(火印) 맞은 사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러나 속에 거짓과 위선, 이기심과 자기망상에 사로잡힌 자기중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일수록 아마 자기가 ‘부처님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같은 추악한 마음은 아무리 깊숙이 속에 감춰 두려 해도 결국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 스스로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소유자가 드러내고 만다. 그러는 것이 그 사람(인격)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런 사람은 신바람이 나서 떠들어 대기를 잘한다. 실제로 신바람이 난 것인지, 그런 척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잔머리를 굴려가며 남이야 죽건 말건, 나라가 망하건 말건 떠들어 댄다. 남들이 비웃고 조롱해도 그런 건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떠들어 댄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가리켜 철면피(鐵面皮)라고 한다.
이제 전술한 말로 결어를 대신하고자 한다.
기독교에 성경이 있다면, 세상에는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이 있다. 이것이 세상을 지탱해 가는 기준이 된다. 그런데 원칙도, 공정과 상식도 법에 위배되면 힘을 잃고 만다. 법에도 상위법과 하위법이 있는데, 양자가 충돌하면 하위법은 제한을 받거나 무용지물이 된다. 법치국가이기 때문이다. 법치국가에서 법치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임종석 seok9448@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