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주 목사 " 권사님은 강한 사람에겐 강하셨고 약한 사람에겐 한없이 약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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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를 대표하는 1세대 인권변호사로 60년 가까이 민주화와 인권 신장에 기여한 한승헌 변호사(양광교회 권사)가 지난 20일 밤 9시께 소천했다. 향년 88세다. 빈소는 강남성모병원에 마련됐다.
22일 엄수된 입관예배를 집례한 녹번동의 양광교회 장석주 목사는 “한승헌 권사님의 호 ‘근재산민’은 그분의 서예 선생님이 지어주셨는데 ‘산민(山民)을 가까이 하라’는 뜻입니다. 권사님의 출신이 전라도 시골이어서 ‘산민’이라고 지어 주셨지만 권사님은 힘없고 눌린 사람들을 위해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시고 실제 그렇게 사셨습니다. 권사님은 강한 사람에겐 강하셨고 약한 사람에겐 한없이 약한 분이셨습니다”라고 한승헌 권사의 삶을 돌아보았다.
장 목사는 한승헌 권사가 매주 교회에 출석하며 교회에서 탁구선교회, 당구선교회 등을 조직하여 봉사했고 성도들과 교제도 활발하게 나눴다고 소개했다. 부인 김송자 권사 역시 40년 넘게 매일 새벽재단을 쌓는 분이고 한 변호사의 어머니도 양광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셨다고 했다.
한승헌 변호사는 생전 연세대 채플에서 "민주화 투쟁에 용감하게 나서는 목회자들을 옆에서 변호하면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간증한 적이 있다. 신앙의 성장도 민주화 투쟁을 하는 목사들과 만남을 통해서였다는 그는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하나님을 의지하며 큰 힘을 얻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었다.
‘산민 한승헌 변호사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지는 한 변호사의 장례는 함세웅 신부가 상임장례위원장을 맡고, 김도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안지중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이 공동 상임집행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추도식은 오는 24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층 예식실에서 열린다. 발인은 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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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석주 목사(양광교회)가 한승헌 변호사의 입관예배를 집례했다 | ||
1934년 전라북도 진안출신인 한승헌 변호사는 전북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57년 제8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뒤 법무관을 거쳐 1960년 검사로 임관해 5년간 통영지청·법무부 검찰국·서울지검 등에서 근무했으며, 1965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시국사건 1호인 ‘분지 필화사건’(1965)을 시작으로 인권변호 활동에 뛰어들었다.
군사정권 시절 인권변호사로 동백림 사건(1967)과 더불어서, 통일혁명당 사건(1968), 김지하 시인의 오적필화 사건(1970), 민청학련 사건(1974), 유신반대 야당의원 구속사건(1974), 인혁당 사건(1975),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1980), 보도지침 폭로사건(1985), 부천서 성고문 재정신청 사건(1986), 문익환 임수경 황석영 방북사건(1989),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2004) 등 여러 시국사건의 변호를 도맡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신했다.
반공법 위반으로 연행되어 9개월간 옥고를 치르는가 하면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사건 당시 공범으로 몰려 투옥되기도 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을 거치며 군부에 협력하는 언론이 아닌 국민의 뜻을 대변할 신문이 정말로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감했던 그는 1988년 5월15일 군사정권에서 해직된 기자 등이 모여서 만든 국민주신문 <한겨레> 창간위원장을 맡았다. 아울러 같은 해 5월 시국사건 변호사들이 모인 정법회(일명 정의실천 법조인회)를 모태로 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발족에도 참여했다.
고인은 국민의정부 시절 감사원장(1998∼99)과 아울러서, 참여정부 시절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2005)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에는 민주화운동과 사법개혁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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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자득 webmaster@dangdang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