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엄마의 정신병으로 시작된 어둠의 터널 지난
전은지
“엄마의 아픔을 경험하고 나서야 제 교만을 깨닫게 됐어요”
엄마가 정신병을 앓으면서 가족들의 고통은 시작됐다. 그녀는 해외에서 살다가 엄마 곁으로 돌아오게 됐고 아빠는 잘 다니던 교회에서 제명되고 엄마는 주변과의 관계가 거의 모두 깨졌다. 그녀는 기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상선암 진단까지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하나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가진 뒤로는 자신의 교만함을 깨달으면서 엄마로부터 비롯된 문제들과 자신의 안 풀리던 일들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그녀를 만나 엄마의 병 이야기와 가족들의 고통, 그녀의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글. 최윤희 │ 사진. 김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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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정신병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 모두가 힘들어진다. 기자도 엄마가 암에 걸렸을 때 다니던 교회를 그만뒀고 미국에 살던 언니는 두 달 동안 한국에 와 있었고, 남동생은 하도 병원에 와서 잘 다니던 직장에서 잘리기도 했다. 그래서 가족의 병은 아픈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녀 역시 엄마의 정신병 때문에 온 집안이 시달릴 정도로 큰 고통을 당했다.
“어렸을 때부터 느꼈던 건데, 엄마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떨어져 있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엄마가 아픈 게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도 기숙사에서 살고 대학도 서울로 다니고(그녀의 집은 군산) 부모님 댁으로 오기 전까지는 직장도 서울로 다녔기 때문이에요. 엄마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들은 바로는 엄마가 교회에서 단기선교를 다녀오셨는데 모함을 받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누명을 벗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어요. 엄마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소연하기도 했고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어요. 그러다 보니 엄마가 지목한 몇몇 사람들이 엄마한테 명예를 훼손했다고 해서 재판을 신청하기도 하고 엄마가 경찰서에 다녀오기도 하셨어요. 모함을 받은 것이 엄마의 생각인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는지는 잘 모르지만요. 그 당시 엄마를 속상하게 했던 일이 있기는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의 엄마는 누명을 벗기 위한 일련의 방법들이 통하지 않자, 이번에는 더 강력한 방법을 썼다.
“엄마는 기독교방송에서 하는 이야기들이나 목사님이 설교 중에 하시는 이야기들이 다 엄마를 공격한다고 생각하셨어요. 그분들이 뒷돈을 받고 매수당해서 엄마를 공격하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엄마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특정 성씨가 나오면 엄마의 이야기와 결부시키셨어요. 그래서 엄마는 방송에 나오는 목사님들에게 전부 편지를 보내서 엄마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알리셨어요. 엄마는 자신을 고소한 교회 장로님과 권사님들이 목사님들께 돈을 주고 매수해서 목사님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확신하셨어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의 엄마 행동이 믿기 어려웠다. 그런 일은 상식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에 걸린 그녀의 엄마 입장에서는 그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녀 엄마는 그녀 자신이 사명자로 부르심을 받았다고까지 생각했다.
“엄마는 본인이 악한 것들을 바로 잡는 사명자의 지명을 받았다고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엄마를 공격하고 안 좋은 일들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엄마의 행동으로 힘들다고 이야기를 해도 오히려 본인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고 우리를 다그치시면서 본인은 그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어요. 제가 암에 걸렸을 때도 의사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병원에 가보라고 하시고 수술도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가족들의 고통
엄마의 이런 행동들은 가족들을 힘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가족들도 엄마로 인해 피해를 많이 봤다.
“저희 아빠는 안수집사님이셨는데 교회에서 퇴출당하셨어요. 엄마 때문이죠. 아빠는 교회에서 인간관계를 오래 하시고 많은 친분을 쌓아오셨는데 교회에서 퇴출당하시면서 그분들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셨어요. 아빠의 인간관계는 망가지게 됐어요. 이모는 엄마랑은 10년간 말을 하지 않으시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다시 말을 하게 되었어요. 하나님께 정말 감사해요.”
그녀 역시 엄마 때문에 고통을 당해야 했다.
“엄마는 제가 외출하면 어떤 괴한한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셔서 제가 살았던 집으로 오셔서 며칠 동안 집 앞에 서 있기도 하시고, 몇 번이나 경찰서에 전화해서 여기 너무 위험하니까 지켜달라고도 하셨어요. 또 엄마는 제가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힘든 일이 있으면 어떻게 상사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는지 모르겠는데 문자를 해서 문맥이 맞지 않는 이상한 말로 저를 변호하시려고 했어요. 이러한 경험은 아빠와 주변 사람들도 많이 겪으셨어요. 엄마가 여기저기 주변을 시끄럽게 하니까 더는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엄마한테 있는 전화번호를 다 압수해서 없애버렸어요. 그러면 문자를 하지 못하실 것 같아서요.”
가끔 티브이에서 극성인 엄마가 딸을 위해 선물을 들고 직장에 찾아가 내 딸을 잘 봐달라고 하거나 호통치는 것을 봤지만 그건 드라마이고 현실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봤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니까 그럴 수가 있나 싶기도 하고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우리가 병에 걸린 사람들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녀의 엄마는 병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못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가족들이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통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그녀 역시 엄마가 그런 생각들이 찾아올 때마다 얼마나 힘드실까를 생각하고 엄마를 안타깝게 생각했다.
“저희는 옆에서 일이 생길 때마다 한 번씩 힘들거나, 엄마가 밤낮 핸드폰만 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지만, 실제로 공격을 당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매일 겪는 엄마가 제일 힘든 거잖아요. 저희는 그것만 생각하면 너무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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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그녀의 꿈
적극적이고 에너지가 넘쳐 보이는 그녀는 어렸을 때 자기가 열심히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줄 아는 자신만만한 아이였다.
“저는 되게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항상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다른 사람이 놀 때도 전 공부를 하면서 기회가 오면 바로 잡을 준비가 되어 있고 싶었어요. 항상 뭔가 일을 찾아서 했어요.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일을 했던 이유가 있었어요.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 놓으면 하나님께서 언젠가는 원하시는 일을 하게 해주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큰 사람이 되면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국제기구를 들어가고 싶어 했고 외교관이 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대학교 때 전공도 정치국제학을 공부했어요. 제가 원하던 바를 이루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하나님께서 제게 할 일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되진 않았어요. 오히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제가 하는 일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게 됐고, NGO 단체에서도 일했지만, 일반 직장 생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어요.”
영어유치원도 시도해 보다
그녀는 엄마 곁에 있는 동안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했다. 집에 내려간 첫 번째 해에는 엄마의 권유로 의대 공부를 했고, 물론 시간 배분을 잘 못해서 시험을 망쳤지만, 그 다음 해에는 아빠의 권유로 영어유치원을 차리기 위해 먼저 일을 해보게 되었다. 선생님이 계속 지켜보더라도 어린이들끼리 생활하다 보면 약간 긁히거나 부딪히는 작은 사고들이 생기는데 모든 일들은 순식간에 일어나고 어머니들의 반응이 너무 강한 것을 보면서 이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주에 유네스코가 생겼다는 기사를 보고 대학원에 들어가 무형유산정보학을 전공했다. 어쩔 수 없이 군산에 살아야 하니까 군산에 있는 자료들을 수집해서 군산에서 문화 관련 전문가가 돼볼까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학위 논문을 작성하지 못했다. 군산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엄마와 같이 비건 카페를 하다
그녀는 엄마의 병 때문에 군산에 내려와 있으면서도 일을 한다고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집에 혼자 있는 엄마가 마음에 걸렸고, 동시에 엄마의 병을 고쳐야 본인의 인생을 다시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를 돌보면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비건 카페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다른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고 군산에서 사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다.
“친구들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원하던 엘리트적인 직장에 대한 꿈도 내려놓게 됐어요. 그러면서 직업에 귀천이 없으니까 전문적인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엄마랑 같이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요. 그게 바로 비건 카페예요. 그런데 그때가 코로나 초기였어요.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죠. 엄마와는 한 공간에 있다 보니 싸우는 일도 잦았어요. 엄마는 자꾸 이상한 얘기를 하고 시키는 일은 잘 못하고 그러니까 자꾸 싸우게만 되는 거예요. 어떨 때는 물건까지 던지면서 격렬하게 싸웠어요. 그러면 엄마는 나갔다가 한참 있다 들어오시고 그러면 저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처음에는 호기롭게 엄마도 돌보고 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아픈 엄마랑 일을 하다 보니 부딪히는 것 투성이었다. 게다가 시내 중심가라는 위치가 시기를 잘못 타서 놀러 나오는 사람이 적다 보니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어려웠고. 엄마는 일을 그만하게 되고, 그녀 혼자서 힘겹게 운영하던 전주의 매장 계약이 끝나면서, 서울로 매장을 옮겨서 운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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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친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엄마
그녀의 남자 친구는 모로코 사람인데 올해로 7년째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그녀를 만나고 한국을 좋아해서 석사 졸업 후 한국의 IT회사에서 수년간 일했다. 회사가 힘들어지면서 이직을 준비하였지만, 외국인에 보수적인 한국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기는 어려웠고 상처도 생겼다. 그녀에게 말도 하지 않고 해외 기업인 핀란드 기업에 지원을 했는데 1시간 만에 서류 합격 메일을 받았다. 현재 핀란드에 직장을 얻어 핀란드에 살고 있다.
“제 남자 친구는 처음 만났을 때 무신론자였어요. 전주 안디옥교회에서 영어 예배를 섬기시는 많은 분의 도움으로 꾸준히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간증도 하게 되었어요. 저는 남자 친구를 설득하면서 교회에 나가도록 한 것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하나님이 하셨어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서는 서빙고 온누리 교회 영어예배를 다녔는데 목사님의 기도로 세례를 받게 되었어요. 본래 모로코는 태어나는 순간 무슬림이 되는데 이것은 본인의 선택과는 상관이 없어요. 사회 압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제 남자 친구의 할머니께서 길에서 우연히 한국 사람을 만났는데, 예수님을 믿으라고 하면서 먹을 것을 주었는데 그때 선교사님께서 뿌린 복음의 씨앗이 심겨지고 제 남자 친구에게서 피어난 것 같다고 간증해 주었어요. 하나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역사하세요.”
그리고 그녀의 남자 친구는 그녀가 힘들 때 옆에서 가장 많이 위로해 줬던 사람이다.
“저에겐 너무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엄마는 그런 남자 친구를 좋게 안 보세요. 남자 친구를 대할 때는 마치 악마 대하듯 하세요. 제 남자 친구도 매수당했다고 생각하시거든요. 남자 친구를 바라볼 때도 정상적으로 안 보시고 아주 무섭게 쳐다보세요. 게다가 남자 친구가 흑인이 아니지만 우리보다 피부색이 어둡다고 깜둥이라고 말씀하시는 등 모욕적인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그렇게 남자 친구는 엄마의 모욕적이고도 무례한 행동을 다 참아냈어요. 그런데도 남자친구는 엄마를 나쁘게 말하거나 생각하지 않고 엄마를 사랑이 많은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엄마의 병으로 인한 행동과 본래의 엄마를 구분해서 생각해 주고 있어요. 참으로 고맙죠.”
핀란드에서 ‘샬롬’을 얻다
그녀는 서울에서 하던 비건 카페 매장을 갑자기 정리하고 핀란드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 올 초에 핀란드에 다녀와서 거주권도 받았다. 급하게 가면서 한국에서 정리가 안 된 것들을 처리하고 올해 안으로 이민을 갈 생각을 하고 있다. 남자 친구가 핀란드 회사에 서류 합격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그녀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핀란드에 가야 되면 지금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하게 해주세요.”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핀란드로 가게 된 것은 좋았지만, 아픈 엄마와 가족들을 내팽개치고 가는 것 같아 마음은 좋지 않았다. 죄책감마저 들었다.
“제 계획은 가게를 인계하고 1월과 2월은 가족들과 군산에서 시간을 보내고 핀란드로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가게가 생각처럼 쉽게 정리가 안됐어요. 문의는 현재까지 백 통 이상 왔는데 정작 계약하려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래도 계획대로 핀란드로 가야 했기에 2월 말에 핀란드에 갔어요. 그곳은 크리스천이 별로 없고 한국 사람들도 살지 않고 중도시여서 별로 기대를 안 하고 갔어요. 그런데 그곳 교회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분들과 기도 모임을 시작했는데 하나님이 저를 위해서 예비해 놓으신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기도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이 저까지 포함해서 다섯 명이었는데 모두 큰 기도 제목을 갖고 있었어요. 직장을 못 구하고 있다든지, 큰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파산 위기에 놓였다든지, 어떤 분은 남편이 교회 가는 걸 싫어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인신공격하고 교회는 멍청한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게다가 저까지 큰 기도 제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하다 보니 회복과 뜨거움을 경험했어요. 그걸 통해 내가 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여기 왔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한국에서 늘 뭔가를 하려고 했던 사람들인데 핀란드에서는 논문만 쓰면 되고 기도 모임에만 나가면 되고 성경 통독만 하면 되니까 매일매일 성경을 읽으면서 제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어요.”
교만을 깨닫다
그러면서 자신의 교만에 대해 깨달았다고 한다. 기자도 여행을 하다보면 여유를 갖게 되면서 이것저것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한국에서 깨닫지 못했던 것도 깨닫게 되는데 그녀 역시 그곳에서 평안한 가운데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제가 착각한 게 있었어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엄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하나님이 제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알려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제 생각이었던 거예요. 하나님은 결코 제 생각대로 움직이시는 분이 아니셨어요. 제가 하나님 뜻에 맞게 움직여야 하는 거였어요. 핀란드에 있으면서 구약성경을 많이 읽었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계속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예요. 그들을 보면서 저는 생각했어요. 왜 그들은 바보같이 하나님께서 하지 말라고 하시면 그냥 안 하면 되지 왜 자꾸 해서 맨날 혼나고 그러지? 정말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 인생을 돌아보니까 제가 그들처럼 살고 있는 거예요.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저 자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안 됐던 거예요. 하나님은 그 이유가 너 때문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으셨던 거예요. 네 모든 걸 결정하는 건 네가 아니고 나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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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함도 깨닫다
하나님은 그녀에게 인생의 주관자는 하나님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셨을 뿐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도 알려주셨다.
“갑작스러운 갑상선 암 진단을 통해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것조차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셨음을 알았어요. 내 생명도 하나님 것이란 걸 알았어요. 하나님은 지금 당장 내 생명을 가져가실 수 있는 분이셨어요. 그리고 우리 집에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데 우리들은 모두 건강하고 매일 공급받으며 잘살고 있잖아요. 항상 힘든 것도 아닌데 힘든 것만 생각하다 보니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너무 감사했어요. 힘든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나한테 주신 것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살다 보면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 그 중요한 걸 깨닫게 됐어요.”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그녀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나서야 자신은 피조물에 불과하고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우리는 가끔 잊고 지낼 때가 있다. 나 자신이 내 삶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 때 그렇다. 그때가 우리가 실수하는 때이다. 아직 그녀는 온전히 회복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과 같은 상처로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고를 해줄 만큼 회복은 되어 있는 듯했다.
“제가 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많이 노력해 봤지만 결국 쓸모가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이런 경험을 통해서 하나님이 나에게 하시고자 하는 메시지가 뭔지, 그런 것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더 갖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문제 자체를 위한 문제가 아닐 수가 있어요. 문제가 있지만 그것을 내 삶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문제 가운데 있을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걸 찾아볼 수 없거든요. 하지만 그 시기에 아픔을 오롯하게 경험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아픔을 통해서 비로소 성장할 수 있거든요. 현재 힘들고 삶의 의미가 없게 느껴지더라도 견디는 힘을 주시기를 기도해요. 하나님을 원망하더라도 하나님을 놓지는 마세요.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세요.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함을 누리는 여러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기사는 계간 ‘치유’ 10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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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aa2291415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