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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성공은 없다>, J.R 브릭스, 김태곤 옮김, 생명의 말씀사, 2015)
이맘때가 되면 숫자가 사람을 괴롭힌다. 소위 실적이라 불리는 단어 속에 숨어있는 수 많은 숫자들이 그 사람 혹은 그 사람이 한 일에 대한 평가로 남기 때문이다. 일반사회에서건, 개인생활에서건 마찬가지다. 문제는 교회사역, 목회 안에서도 이런 잣대를 쉽게 들이대는데 있다. 숫자가 오르면 성공이고 숫자가 내려가면 실패라는 단순한 도식이 목회를 변질시킨다.
모든 말에 ‘성공, 달성, 정복’이란 공격적 단어를 붙이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은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영적인 일에도 쉽게 이런 말들을 끌어왔다. “예배성공, 성경통독성공, OOO 새가족달성, OO 프로그램 정복” 등 흡사 청소년 학업성취프로그램이나 기업과 산업전선에 있을 법한 표어들이 여전히 교회 안에 난무한다. 그런 글귀로 예배당 안팎을 덮은 현수막은 이미 이질감 없는 하나의 문화가 되어 있다. 그렇게 성공주의가 스며든 교회는 멋들어지고 화려한 교회건물과 많은 교인수가 곧 그들의 자부심이자 정체성이 되어왔다. 사실 “목회에 있어 성공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가?”의 질문이 과연 온당한가부터 물을 수 있어야 하나, 아직도 수많은 목회자들은 그런 교회를 자신의 비교군 위에 올려놓고 소위 성공한 목회를 위해 여전히 질주하고 있다.
여기 10여 년이 지난 책이 한 권 있다. 꽤 오래되었으나 저자 J.R 브릭스 목사가 대하는 목회에 대한 진심은 시간을 넘어 여전히 유효하다. J.R 브릭스는 젊은 나이에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되어 소위 ‘잘나가는 목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 교회에서 2년 만에 사임한 이후 목회적으로 그리고 가정적으로 큰 상실감을 경험하고 만다. 그 후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던 목회자들이 상처와 정체성을 회복할만한 자리나 재기할 수 있는 공간을 갖지 못함을 깨닫고 이들을 위한 ‘실패한 목회자 대회’를 열게 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사역의 전환점을 갖게 되었다. 이런 자신의 아픈 경험과 여러 사례들, 목회를 바라보는 방향과 관점들이 이 책 안에 녹아있다.
성장하는 않는 교회는 실패한 것인가.
해마다 예산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실패한 것인가.
세련된 예배당과 다양한 시설이 없는 교회는 실패한 것인가.
과연 성공한 목회란 무엇을 말하는가, 아니 무엇이 성공한 목회여야 하는가.
J.R 브릭스는 목회에 대해 단순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경계한다. 잘못된 성공 개념이 이 시대 교회의 금송아지가 되어 쉽게 자신의 목회를 실패로 규정하고 이는 수치심으로 이어져 사명으로부터의 도피를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이 섣부르게 실패자가 된 것은 성공을 지극히 잘못 배운 탓이자 잣대(목회표준)를 그릇되게 설정한 결과임에도 여전히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대며 자책하는 목회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목회의 궁극적 지점은 ‘신실함의 여부’라고 말한다. 목회우상들, 그러니까 목회자로서 꿈꿔온 헛된 욕망과 가면을 쓴 유혹들을 제거하고 무엇보다 정체성을 바로 세울 필요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실패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회복의 과정을 거칠 수 있고, 다양한 시선으로 삶을 배우며, 받은 상처에 입 맞추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고, ‘자연스러운 은혜의 리듬을 배우며’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안내한다. 책 말미에 ‘돌아보는 질문들’에서 각 장마다 스스로에게 던지도록 안내된 여러 질문들이 참으로 귀하다. 여기에 솔직한 답을 채워가며 길을 찾아가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누군가 던져놓은 세속적 성공잣대에 짓눌린 채 스스로를 실패자로 규정하고 자신의 공동체에 더 이상 소망이 없다며 맥을 놓은 목회자들을 위한 좋은 치유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결과에 매몰되어 무능함에 좌절하고 불필요한 목회 압박으로 지친 목회자들에게 한줌 샘물 같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스스로 소외된 채 침잠하지 않도록, 실패라는 주홍글씨를 거두고 자신의 사명 앞에서 신실함을 찾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값진 목회이지 않겠는가. 서문에 나온 유진 피터슨의 “모든 곳에 은혜가 있다”는 조언을 들고서 말이다.
백성창 목사 (이천창전교회)
백성창 이천창전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