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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한계와 화해하기

기사승인 2023.03.26  09:02:28

김민호 지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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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계와 화해하기

(<황혼의 미학>, 안셀름 그륀, 윤선아, 분도출판사, 2009)

“주위에서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날 때마다 우리의 많은 부분도 세상 문턱을 넘어간다. 노인들은 자신의 일부분이 이미 저세상에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다른 사람들이 흥분하는 일들이 그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실존이 이미 저세상에 한 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58)

  초고령사회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라는 이야기들이 도처에서 들려온다. 노후의 생계문제도 그렇고 우리의 시선을 곧잘 빼앗는다. 그런데 정작 노년기를 잘 보내는 법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하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어떻게 나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이 사무치게 다가온다. 잘 늙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쇠약해져가는 내 몸과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 노쇠해지는 내 신체를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내가 거주하는 지역의 별칭 중 하나가 한때는 ‘평생학습도시’였다. 덴마크의 ‘폴케호이스콜레’도 그렇고, 인간은 죽을 때까지 무언가를 배워가야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논제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기실, 교회야말로 평생학습을 도울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일 터. 노년층 신자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고, 안셀름 그륀 신부의 <황혼의 미학>은 그 교과서로 안성맞춤이다. 

“지혜로운(sapiens)을 뜻하는 라틴어는 ‘맛을 아는’(sapere)이라는 단어에서 왔다. 자신을 음미하기 좋아하는 사람, 그리하여 자기가 만난 사람에게 좋은 말을 남기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 자신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사람만이 자신과 자기 삶의 맛을 발견할 수 있다.”(28~29)

  나 자신과 화해하기, 그 시발점은 어디부터일까. 내 한계를 가늠하는 데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을까. 점점 쇠약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또한 하나씩 내려놓음으로서 삶이 완성되어 갈 것이다. 어느 수도원에 끝까지 자기 직무에 충실한 원로수도사가 있었는데, 젊은 수도사들은 그에게 정중하게 이렇게 부탁했다고 한다. “주교님, 주교님은 여러모로 저희의 모범이 되셨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마지막 순간까지 직책에 매달리지 않고도, 계속 일에 매달리지 않도록 늙어갈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주십시오.”(59) 저자는 종착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움켜쥐지 않고 놓는 것은 체념이 아니다. 하느님과 하나 되고자 하는 갈망이다.”(63)

  최종목적지인 하나님과의 합일에는 어떻게 이를 수 있을까. 침묵과 고요, 그리고 의식이 큰 도움이 된다. 노인들의 침묵에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일례로, 수도원에 피정 혹은 봉사 차원에서 방문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는데, 발데베르트 수사는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일하는 방법을 설명한 후, 이후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평소 불안감을 호소했던 이들은 고요 속에서 안온함과 신뢰를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의식은 어떤가. 하루에 일정한 짜임새를 만들어 줄뿐 아니라 주체성을 잃지 않게 도와준다.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나가고 있다는 느낌만큼 든든한 게 없다. 언젠가부터 많은 사람들이 의식처럼 반복되는 행위를 뜻하는 외래어 ‘루틴’을 즐겨 사용한다. ‘루틴’에서 오는 안정감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고향에, 더 나아가 하나님의 신비에 빗댄다. 

“의식은 고향에 와 있다는 느낌을 준다. 향수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우리 가운데 살고 있는 신비를 가리킨다. 즉, 하나님의 신비로써 그분의 집을 우리 집으로 삼아도 된다. 신비가 거하는 곳, 오직 그곳을 우리의 고향 집으로 삼을 수 있다.”(158)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일 때, 인류는 하나 될 수 있다. 죽음만큼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감으로 이끄는 것도 없다. 이 때, 죽음은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며 잔치로 승화된다. 죽음은 신비이다. 상실수업이라는 인생, 남은 여정이 충만하기를 소원한다. 다음과 같은 소박한 기도문이 우리 입술을 맴돌았으면 좋겠다.

“주님, 당신께서는 제게 매일 새로운 하루를 선사하십니다. 당신 앞에서는 매일이 중요합니다. … 제가 모든 사람을 다 공평하게 사랑 할 수 없다 해도 제가 만나는 사람을 낙심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소서.”(159)

김민호 목사 (지음교회)

 

김민호 지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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