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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 삶을 주도할 때

기사승인 2024.05.28  00:40:57

우동혁 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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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 가죽> 오노레 드 발자크)

최근에 치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오른쪽 위 끝에서 두번째 어금니에서 심한 통증이 발생했습니다.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치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엑스레이도 찍고 이리저리 두드리며 검사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통증을 느끼는 치아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진통제를 처방해주며 그래도 통증이 계속되면 이비인후과에 가보라고 했습니다. 진통제를 먹어도 차도가 없어 이비인후과에 갔습니다. 코에 내시경을 넣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깨끗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진통제를 처방해줄 테니 먹어보고 통증이 계속되면 치과에 가서 CT를 찍어보세요. 다시 치과에 갔습니다. CT를 찍어보고도 의사는 통증을 느끼는 치아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진통제를 처방해줬습니다.

몇 주째 들지도 않는 진통제를 먹으며 고생하니까 아내가 다른 도시에 있는 용하다는 치과를 소개해줬습니다. 이미 제 마음은 치과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죽도록 아프니까 발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용하다는 병원에서도 통증을 느끼는 치아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의사 선생님이 조금만 더 검사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이빨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찬물을 부었다, 바람을 불었다, 두드려도 봤다, 거즈를 넣고 꽉 물어보라고도 하더니 마침내 “찾았습니다”.

“환자분이 통증을 느끼는 치아 뒤에 있는 어금니가 깨져서 통증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분명히 그 앞에 있는 치아가 아프다고 느끼는데요.”

“그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치아는 그 뒤에 있습니다. 신경치료부터하시죠.”

마취를 세게 하고 공포스러운 신경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몇 주 만에 핵꿀잠을 잤습니다.

이 일을 겪으며 고통의 원인을 찾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고통이 닥치면 그 원인을 제멋대로 넘겨집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곳을 다스려도 고통이 여전하다면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심령의 문제를 직시할 용기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웬만큼 배우고, 웬만큼 벌고, 웬만큼 가지고, 웬만큼 평안한데도 결핍이 인생을 지배한다면 그것은 심령이 결핍한 이유이기 쉽습니다.

프랑스 대문호 발자크의 <나귀 가죽>은 결핍과 영혼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나파엘은 가난하고 되는 일이 없는 청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골동품상을 하는 수상한 노인을 통해 신비한 나귀 가죽을 손에 넣습니다. 노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 나귀 가죽은 주인의 소원을 들어줍니다. 다만 소원이 이루어질 때마다 크기가 줄어들다, 나귀 가죽이 소멸하는 순간 주인은 목숨을 잃게 됩니다.

나귀 가죽을 손에 넣은 나파엘은 자신의 결핍을 채워갑니다. 결핍을 채워갈수록 욕심은 커졌습니다. 결국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지만 가죽이 쪼그라드는 걸 보면서도 멈추지를 못합니다. 그러다 마지막 소원만 남았을 때 모든 걸 바쳐서라도 잡고 싶은 사랑을 만납니다. 그러나 그녀를 욕망하면 나귀 가죽이 소멸하기에 깊은 절망에 빠집니다.

<나귀 가죽>은 결핍과 욕망을 쫓는 사이 쪼그라드는 인간의 영혼을 의미합니다. 결국 그에게는 단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영혼의 힘도 남지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나파엘의 간절한 사랑은 결핍과 욕망으로 소멸하던 나파엘의 영혼을 소생시킬 수 있었을까요? 

저는 이 소설을 통해 여전히 결핍이 주도하는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가난했던 시절에 결핍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던 신앙이 넘치도록 잘살게 된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되는가 말입니다.

결핍이 주도하는 삶은 결핍이 채워진다고 해서 심령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결핍이 해결되면 그 다음 결핍이 몰려옵니다. 100만 원을 벌면 200만 원 벌지 못한 결핍이 생기고, 200만 원을 벌면 300만 원 벌지 못한 결핍이 생깁니다. 물질의 결핍은 채워져 가지만 심령은 영원한 결핍에 놓이고 맙니다.

여전히 교회는 결핍을 목표로 하는 구호를 열심히 외칩니다. “부흥”, “문제보다 크신 하나님”, “더 큰 꿈과 비전” 같은 멋진 구호들이 그렇습니다. 현재의 상태가 충분치 않은 결핍의 상태라는 걸 전제로 한 구호들입니다. 만족 없는 무한성장을 목표로 하는 구호들 말입니다. 

그러는 사이 교회는 충분히 성장했고, 교인들은 충분히 잘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보며 영혼의 풍요를 경험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교회 안이나 밖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결핍이 간절한 기도를 이끌지는 모르지만 영혼의 풍요까지 이끌어 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결핍이 교회를 주도하고, 신앙을 주도해도 되는가? 주님이 함께 하심에 그저 감사하고 만족하는 신앙은 불가능한가?’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질문입니다.

만남교회 우동혁 목사

우동혁 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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