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에 ‘열린’이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열린 경영, 열린 학교, 열린 음악회, 열린 예배 등 경제, 교육, 예술, 종교 각 분야에서 열림의 운동이 일어났다. 독단적이고 전제적인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체제가 비판을 받으면서 권위주의 타파, 성역 타파, 구제도의 탈피 등 열린 사회를 향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한국에서 근래에 일어난 열림의 운동 가운데 한 가지 예를 든다면 남성중심 사회를 비판하면서 여성의 권익을 옹호하려는 여권운동이다. 남성중심의 전통을 옹호하는 유림에서는 많이 반대했지만, 결국 여성호주제가 법제화 했고, 여성 총리,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남성중심 사고가 무너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아주 활발해진 것이다. 교회에도 젊은이들을 위한 열린 예배가 도입되었고, 장로석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이렇게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는 담을 허물거나 기존의 체제나 가치관의 틀을 벗어나서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열린 사회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과거의 인간 사회는 대부분 닫혀 있었다. 그 닫힌 사회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신념 체계와 다른 것을 거부했고 자기중심 주의적이어서 외부의 세력을 위협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신념과 다른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다른 민족들과는 담을 쌓고 대립했다. 그리고 한 사회 안에서도 신분을 구분하여 소통하지 않았다. 이러한 닫힌 사회에서는 분쟁과 대립이 빈번했고 갈등과 증오가 널리 퍼져 있었다. 우리는 자신들의 신념을 고수하려는 마음이 닫힌 독단적인 사람들의 예를 파시스트나 공산주의자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민의식을 지닌 유대인들은 자기 민족을 지키기 위해 이방인들과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다. 게르만 민족의 유대인 학살은 인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말한다, 이러한 전쟁은 나와 남을 구분하고 나를 지키려는 나 중심적인 닫힌 마음에서 나왔다. 근대에 와서는 식민지를 개척하여 지배, 착취하고 인종을 차별하여 흑인들을 짐승처럼 살고 팔았다. 그리고 근대까지 이어져 온 군주제에서는 군주를 중심으로 한 귀족이나 양반 계층을 일반 백성이나 상민과 구별하고 차별했다.
교회 역시 닫힌 집단이었다. 중세 교회에서 교황뿐 아니라 모든 사제들은 특권층이었고 일반인들은 무조건 그들을 추종했다. 그래서 사제들과 일반인 사이에는 높은 담이 쳐 있었다. 그리고 교회는 신앙적 신념체계로 무장된 집단이어서 이슬람처럼 종교적 신념을 달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배타적이었기 때문에 십자군 전쟁이 일어났다. 종교개혁 이후에는 교리의 차이로 인해서 구교와 신교 사이에 쟁투가 발생하면서 이단 사냥이 벌어지고 참혹한 유혈극이 일어났다. 현재에도 어느 기독교 집단에서는 자신들의 교리만이 옳다고 주장함으로써 교회 사이에 담을 쌓고 있다. 열려가는 시대에 일부에서는 타교단, 타종교와의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마음을 닫고 있는 교회가 많다. 어느 사회, 어느 교회에서나 마음을 열고 소통하려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지만, 그들은 마음을 닫은 사람들의 결집된 힘에 밀려났다.
예수님이 전파한 복음의 중심에는 열린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통을 중시하는 유대교의 율법주의적 신앙을 비판하면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 인간과 인간 사이를 열어 놓으려는 열림의 운동이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 즉 신이었지만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오셔서 하나님과 인간의 소통을 체현하셨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심으로써 하나님은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라 아버지나 어머니 같이 가까이 하기 쉬운 존재임을 알려주셨다.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임을 제시하셨을 때 하나님에게 이르는 길이 활짝 열렸다. 이렇게 예수님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높은 담을 낮추어주셨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닫혔던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예수님은 서로 사랑하라는 새로운 계명을 우리에게 주셨다. 형제의 허물을 용서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사랑은 원수를 사랑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사랑이다. 예수님이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나라에는 권위의식이나 독선적 태도가 자리 잡을 수 없다. 권위의식을 지닌 사람은 상대를 멸시하거나 미워하게 되고 상대를 멸시할 때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그래서 예수님은 겸손을 가르치셨고 몸소 모범을 보여주셨다. 한 마디로,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의 나라는 마음이 열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인간의 몸을 입고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중보자가 되셨다.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 성스러운 하나님과 속된 인간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없었다. 인간은 거룩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부를 수 없었고 일반인들은 하나님 앞에 직접 나아갈 수 없었다. 그런데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셔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놓아 주셨다. 그래서 우리가 신의 아들의 친구가 되고 제자가 되고, 나아가서 예수님의 아버지가 우리의 아버지가 되셨다. 하나님이 당신의 아들을 인간의 몸을 입혀서 세상에 보내셨다는 복음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막혔던 문이 열리게 된 열림의 복음이다. 이 열림은 인간이 노력해서 이룬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원하셔서 인간을 위해 이루어 주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은 이 열림의 메신저이다.
인간으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은 권위를 버리신 분이다. 높은 자리를 버리고 낮은 곳에 임하셨기 때문이다. 바리새인들을 높은 자리에 앉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하신 예수님은 세리와 바리새인의 비유를 통해서 바리새인의 오만을 지적하시고 세리의 겸손을 칭찬하셨다. 그리고 오만한 바리새인에게 나타나는 세리에 대한 멸시를 지적하셨다. 바리새인처럼 자기를 높이고 남을 멸시할 때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 하늘의 천사도 오만해질 때 타락해서 사탄이 되었다는 것은 오만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말해준다. 예수님은 어린아이처럼 겸손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가르치셨을 뿐 아니라 당신 자신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면서 겸손의 본을 보여주셨다.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은 겸손한 사람이다. 권위를 즐기는 오만한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최상의 것으로 믿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 자기 주변에 높은 담을 쌓아 올린다. 겸손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바꾸어 말하면 마음이 닫힌 사람은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몸소 높은 자리를 버리고 낮은 곳에 오셔서 겸손을 가르치신 예수님은 열린 마음을 전파하러 오신 분이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열린 마음은 당시의 닫힌 정치제도에 대한 비판을 내포한다. 로마시대에 공화정이 실시되었다고 하지만, 인간은 권위를 즐기는 본성이 있어서 일단 높은 자리에 앉게 되면 그 자리를 내놓으려 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온갖 방편을 다 동원한다. 오웰의 우화적인 작품 『동물농장』의 이야기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독재를 일삼는 지도자를 합심하여 몰아낸 후 권력을 쥔 돼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독재자가 된다. 힘을 얻게 된 사람들이 자기들을 위해서 만든 것이 전제군주 국가이다. 예수님 당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이렇게 닫힌 정치제도가 인간사회를 지배해 왔다. 인간 평등이 강조되는 민주주의 시대에 와서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예수님이 전제주의 국가의 닫힌 사회, 닫힌 종교의 중심에 서서 열린 사회, 열린 마음을 선포하시고 열린 삶의 모범을 보여주신 것은 절망 놀라운 일이다. 21세기 초에 와서야 우리 사회에 열린 마음이 점차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예수님이야 말로 2,000년 앞을 내다보신 선각자이셨다.
예수님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셨다. 유대인들은 선민의식에 사로잡혀서 이방인들을 멸시하고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이 상종하지 않던 사마리아인들에게 말을 걸고 전도하시고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는 사마리아인을 유대교의 지도자들이 외면하는 선을 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내세우셨다. 나아가서 예루살렘과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고 명령하심으로써 유대인들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구원받을 대상이라는 것을 선포하셨다. 그리고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된 환자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죄인으로 취급받는 세리들의 친구가 되셨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서 마음을 닫고 있던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죄인들의 친구라고 빈정댔지만, 예수님은 당당하게 버림받은 사람들을 구하러 오셨다고 응대하셨다. 여인들과 어린아이들을 사람의 수에 넣지 않는 당시 유대 사회에서, 예수님은 여인들의 선행과 믿음을 칭찬하시고 어린아이들이 당신에게 오는 것을 막지 않으셨다. 나아가서 아이들처럼 겸손하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그들의 겸손을 닮아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이와 같이 당대의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던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을 영적으로, 육체적으로 구원해 주신 예수님은 열린 마음의 소유자였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용서는 이웃과의 담뿐 아니라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담을 허무는 방법이다. 예수님은 주기도문에서 내가 이웃을 용서한 것 같이 나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다. 다른 곳에서는 이 기도의 내용을 부정적으로 표현해서 형제의 죄를 용서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것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데, 예수님의 공생애의 절정은 바로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용서의 행위였다.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이 용서의 행위를 통하여 인간이 하나님에게 다가가는 길을 막아놓고 있던 죄의 문을 열기 위한 것이었다. 몇 번이나 용서하면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예수님은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대답하셨다. 이것은 무한한 용서를 말한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무한한 용서와 당신의 목숨을 바쳐 인간을 용서하신 예수님의 용서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용서하시는, 자비로운 하나님으로 믿는다. 이웃을 용서하면 하나님도 우리를 용서하신다고 말씀하셨으니 이렇게 용서할 때 인간과 인간, 하나님과 인간 사이가 열린다.
예수님이 새 계명으로 주신 사랑은 용서를 좀 더 폭 넓게,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이다. 내가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나와 이웃 사이에 막힌 것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가능하다. 형제가 가진 것이 부러워서 샘이 날 때, 사촌이 잘 되는 것이 배 아플 때, 우리와 그들 사이는 막히게 되고 그들을 사랑할 수 없게 된다. 내가 상대에게 열등감을 느낄 때, 그리고 내가 우월감을 느낄 때도 그 열등감이나 우월감이 나와 상대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서 상대를 사랑하지 못한다. 더구나 내가 상대를 미워할 때, 내가 상대를 용서하지 못할 때 사랑은 전혀 불가능하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웃을 미워하지 말라고, 이웃을 용서하라고 가르치셨다.
하나님이 세상을 몹시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보내셨다는 말씀은 하나님이 당신과 인간 사이에 막힌 담을 제거하시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에 관한 가르침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인간을 사랑하신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치셨다. 용서에 관해서는 내가 너희를 용서한 것같이 서로 용서하라고 하시지 않았지만, 사랑에 관해서는 예수님이 먼저 인간을 사랑하셨다고 말씀하셨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너희가 내 제자인 것을 알 것이라고 말씀하신 데서도 예수님이 먼저 사랑의 모범을 보이신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용서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도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사랑은 우주적인 순환운동이다.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본받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사랑은 원수를 사랑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사랑이다. 용서는 회수가 중요했지만, 사랑은 강도가 중요하다.
무한한 용서, 원수를 사랑하는 사랑, 이러한 것이 인간에게 가능한 일인가? 실상 예수님이 용서와 사랑을 가르치신 것은 인간이 그것을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조하신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면 가르치실 필요도 강조하실 필요도 없지 않은가. 이 일을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바로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인지 아닌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예수님은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내 제자인 줄 알 것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사랑은 우리의 마음이 닫혀 있을 때에는 불가능하고 이웃에 대해서 마음이 열려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마음을 여는 일이다. 인간을 용서하시고 사랑하신 예수님은 인간을 향해 마음을 여셨다.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도 예수님처럼 이웃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예수님을 따른다고 고백한 사람들이 예수님의 열린 마음을 본받아 이웃을 용서하고 사랑하기보다는 오히려 이웃을 미워하고 죽였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예수님의 몸이라고 자처하는 교회는 권위의식에 사로잡히고, 파당을 짓고, 전쟁을 일삼고, 사람들을 참혹하게 처형하고, 침략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 중세 교회의 사제들은 예수님의 겸손을 버리고 신의 대행자로서의 권위의식에 사로잡혀서 일반인들을 멸시하고 굴종시켰다. 그리고 세속 정치세력과 결탁하여 절대 권력을 휘두른 교회는 세력 확대와 영토 확장에 혈안이 되어 백성들을 전장으로 내몰고 온갖 노역에 동원했다. 이렇게 교회는 지난 날 예수님의 몸은 고사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들의 모임이라고 말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종교개혁으로 인해서 구교와 신교 사이의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다. 개혁자들은 만인제사장 주의를 통하여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었지만, 그들이 가톨릭교회와 극단적으로 대립한 결과 두 교회 사이에 엄청난 쟁투가 일어났다. 두 교회의 갈등으로 인해서 국가적 전쟁, 종교적 박해, 이단 처형이 자행되어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다. 개혁자들의 의도가 좋았다 하더라도 개혁으로 인해서 예수님의 복음을 따르는 두 교회가 원수가 되어 차마 눈뜨고 보기조차 어려운 쟁투가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예수님의 열린 마음에 역행하는 일이었다. 두 교회의 후예들은 자신들이 속한 교회의 입장을 정당화하려고 하겠지만, 인간을 사랑하셔서 이 세상에 오셨고 인간을 위해서 당신의 목숨까지 버리시면서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신 예수님 앞에서 모두 부끄러워하며 참회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교회는 식민지 개척을 위해서 총을 들고 약소국가들을 정복한 침략자들과 손을 맞잡았다. 먼저 약소국가들을 정복하러 나간 군인들 그리고 그들을 전쟁터로 내몬 유럽의 지도자들이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회는 총으로 정복하는 군대의 뒤를 따라 선교사들을 보내어 예수님의 복음을 전했다는 웃지 못 할 상황을 연출했다.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들을 정복자들과 한패로 간주하고 그들이 전하는 복음을 거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독교인이라는 사람들이 흑인들을 잡아 노예로 팔아 넘겼고, 소위 바이블 벨트로 알려진 미국 남부의 신실한 기독교인들이 그들을 노예로 부렸으며,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같이 기독교 역사에서 예수님의 열린 마음, 이웃 사랑은 외면당했다. 일부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으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묵살되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열린 마음을 본받기는커녕 이웃을 미워하고, 이웃을 인간으로조차 취급하지 않고, 인간을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기독교인라고 믿었고 주일이면 교회에 나가서 감사기도를 드렸으니, 참으로 무지하고 일면 뻔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예배를 하나님이 받으셨을까.
오늘날에도 마음이 닫힌 기독교인들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금도 가톨릭교회와 개신교 사이에 담을 쌓아 올리는 교인들을 본다. 어느 신학생은 가톨릭 교인인 처가식구들이 명절에 모였을 때 고스톱을 하는 것을 보고 가톨릭이 이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그 신학생을 교육시킨 목사는 가톨릭을 이단으로 보아야 한다고 철저하게 그를 교육시킨 것이 분명하다. 성경의 어느 부분을 다르게 해석한다고 해서 교단을 분리시키거나 교권싸움으로 인해서 교단을 새로 세우기도 한다. 관용과 용서 그리고 사랑을 가르치신 예수님은 이렇게 너와 나 사이에 마음을 닫는 일을 금하셨다. 성경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달리 해석될 수 있다. 해석 방법의 차이에 따라서 달리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문화와 사회의식이 달라지면 성경을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성경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진리가 아닌 것은 곧 사라지게 되어 있다. 나와 달리 성경을 해석한다고 해서 나름대로 교단을 설립한다면 백 사람이 모이면 백 개의 교단이 생길 수 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예수님처럼 마음을 열고 우리 인간은 모두 나름대로의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상대를 포용해야 한다. 분열을 일삼는 것은 나만이 옳다는 독선과 오만 때문이다.
목회자들의 권위의식에도 문제가 많다. 개혁자들의 가장 큰 기여는 만인제사장 주의를 내세운 것이다. 그런데 그 귀중한 원리가 목회 현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로 열린 교육, 열린 교실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목회자들도 가르치는 직분을 맡은 사람들이라는 면에서 교육자들이고, 열린 시대에 열린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열린 교육에서 우선적인 것은 권위주의적, 규격화된 수업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수동적인 학습 대신 학습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통한 흥미 유발과 창의성 높이기가 중시된다. 이러한 역동적인 학습을 위해서 제도, 시설, 교수 방법의 개선이 요구된다. 사회에서는 이러한 교육 운동이 시작된 지 30여 년이 지났는데, 교회에서는 권위적이고 규격화된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독단적인 태도는 목회자 세습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그들의 설교 내용이나 설교 방법에 대한 질문이나 비판을 절대로 금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목회자의 세계는 그토록 권위적이어야 하는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지금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교수에게 자유롭게 질문하고 건의하고 심지어 교수의 강의를 평가하고 있다. 그렇게 열린 분위기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이 교회에 오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사회는 열려 가는데 교회는 여전히 닫혀 있다면 이것은 큰 문제다. 교회가 사회를 따라서 열릴 것이 아니라 사회에 앞장서서 열려야 한다. 예수님은 이미 2,000년 전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은 현재의 사회에 대해서 그리고 미래를 향해서 열려 있어야 한다. 현재의 사회에 대해서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은 사회를 답습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고 현대 사회의 변화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사회는 개인의 안전, 이익, 행복에 최고의 가치를 둔다. 그래서 현대인은 국가권력의 절대성을 부인하고 국민에게는 사상, 언론, 집회, 결사 등의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독단적이고 전제적인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체제를 불신하고 모든 지식과 이론에 대한 비판이 가능한 사회를 원한다. 개인의 사적 생활이 보장되는 사회, 삶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요구한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 놓고 이러한 현대인의 의식과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변화하는 시대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가 현대인의 삶에 마음을 열고 그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서다. 요즘 많은 교회에서 열린 예배를 받아들이고 있다. 예전에는 교회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드럼을 치는 것을 환영하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이 그런 악기로 연주하는 빠른 박자와 경쾌한 리듬의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 열린 예배를 받아들였다. 나이 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느린 노래와 엄숙한 예배를 고집한다면 젊은이들이 교회를 등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대인들의 의식,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교회는 새로운 세대에게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젊은이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 교회에는 노인들만 남게 된다. 유럽과 미국의 교회들이 문을 닫아가고 있고, 한국의 개신교도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내리막길에 관성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관성이 붙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회가 현대인의 의식을 이해하고 열린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목회자들이 세상과 담을 쌓고 교회가 마치 사회 밖에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현대인의 의식이나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말하면 그리고 그러한 변화에 관심을 표명하는 신학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것이 자신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수가 많다. 그러나 교회는 세상 안에서 호흡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과거에 전제주의적 닫힌 사회 안에서 교회가 닫혀 있었던 것은 인간이 보기에 큰 문제가 안 되었다. 그 사회에 그 교회였으니까. 그러나 열린 사회가 정착되어 가는, 사회가 열린 마음을 요구하는 지금, 교회가 계속 마음을 닫고 사회에 역행한다면 머지않아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예수님은 2,000년 전에 이미 열린 마음의 본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의 열린 마음을 본받는 사람이 예수님의 참 제자이다.
최재석
jschoi@cnu.ac.kr
최재석 jschoi@c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