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지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놀라운 선물이다. 이 소중한 선물은 오늘날 전례 없는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지질학자들이 '인류세(Anthropocene)'라 명명한 이 시대는 인간의 활동이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화 이후 무분별한 자원 착취와 생태계 파괴는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감소, 환경오염이라는 복합적 재앙을 초래했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따르는 '공생세(Symbiocene)'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인류세의 본질은 인간과 자연의 분리, 그리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라는 이원론적 사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창세기는 인간에게 땅을 다스리고 돌보는 사명을 주었지만, 우리는 종종 이를 지배와 착취의 구실로 삼았다. 이러한 왜곡된 관점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훼손하고, 이웃 사랑의 계명에도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조효제 교수가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에서 지적했듯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착취는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에코사이드(Ecocide)'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이는 환경에 극심한 피해를 주는 무분별한 행위로,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 체계 전체를 위협한다. 화석연료 산업, 산림 벌채, 무분별한 채굴은 단지 자연만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과 미래 세대의 삶의 기반을 훼손하는 '침묵의 범죄'이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은 오늘날 생태적 회심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 모든 피조물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영적 여정이다. 이 변화는 개인의 회심을 넘어 교회와 사회 전체의 근본적인 갱신을 요구한다.
하나님의 뜻에 따른 경제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맹목적 성장과 이윤 추구를 넘어, '탈성장(Degrowth)' 또는 '도넛 경제학'과 같은 대안적 경제 모델을 통해 모든 피조물을 돌보는 '청지기적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 이는 생태계의 한계를 존중하면서도 모든 이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지혜로운 균형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는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에코사이드를 국제형사재판소의 로마규정에 다섯 번째 범죄로 포함시키려는 노력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려는 중요한 걸음이다.
교회는 다음 세대에게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가르치고, 생태적 제자도를 실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특히 어린 세대들에게 생태시민성(ecological citizenship)을 가르치고 창조 질서에 대한 경외심과 책임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미래 교회와 세상을 위한 중요한 사명이다.
하나님의 공의는 사회정의와 환경정의를 아우른다. 기후위기와 환경파괴는 특히 가난하고 연약한 이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준다. 예수님께서 가난한 자들을 돌보셨듯이, 우리도 환경정의와 사회정의를 통합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지역 교회와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앙집권적, 획일적 해결책보다는 각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다양한 생태적 실천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회복해야 한다.
인류세에서 공생세로의 전환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영적 순례의 여정이다. 이는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모든 피조물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거룩한 소명이다. 지구와 인간의 공존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하나님의 뜻이며, 우리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으며,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할 때이다.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ecomiho@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