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는 한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사회와 국가를 불행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참 위험한 존재이다. 특히 권력을 가진 나르시시스트가 세상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드는지 최근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의 혼란을 목격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절실히 깨닫고 있다.
인간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해석하면서 성장한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언어 등의 긍정적, 부정적 자극에 따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서적으로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기억하면서 자기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고유한 정체성은 사람마다 달라서 자신이 타고난 기질과 더불어 복합적인 형태로 갖춰지는 하나의 인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르시시스트들은 하나의 인격체로 진행되는 여러 발달 과정 중 어딘가에서 멈춰버린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인격에 정서적, 인지적 기능의 문제가 생기고, 자기를 사랑하는 사고체계가 비뚤어지고 왜곡된다. 그 결과 이들의 감정과 욕망과 생각은 현실 속에서 오직 자신만을 위해 작동한다. 오직 자기만 살아야겠다는 강박적이며 병적인 집착으로 자기를 보호한다. 자기 이외의 존재에 대해서는 의미가 없는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시스트의 대인관계가 상호적일 수가 없다. 마치 세상에 버려진 아이들처럼 자기만 세상에 있다는 공포감과 극도의 외로움을 가진 나르시시스트들은 생존을 위한 과도한 반응을 반복한다. 사람들과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지적 발달은 더디고 내면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의 왜곡된 인지적 사고체계와 내면의 심리적인 기형적 구조는 비상식적인 거짓말 형태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들의 뻔뻔한 거짓말은 다른 사람들이 자꾸 속아 넘어가면서 점점 정교해지고, 강화되어 간다. 이들에게 있어 거짓말은 그저 언어 습관의 하나일 정도로 가볍고 대수롭지 않은 것이 되어버리기에 눈 하나 깜짝 않고 거짓말을 술술 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조차 자신의 거짓말을 스스로 믿어버리는 자기기만은 점점 커지고 위험해진다. 왜냐하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며, 사건과 상황을 오직 주관적으로만 보고 해석하는 나르시시스트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은 엄청난 정서적, 심리적, 경제적, 신체적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
나르시시스트들의 자기기만은 무모하고 끝없는 욕망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양심의 가책조차 없기에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자기의 과대성은 점점 높아지고, 자기의 우월감은 비대해져 자기가 하는 일은 위대할 정도의 고도의 전략을 사용한, 아주 중요한 일로 착각하며 강한 확신을 가진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의 일은 너무나 허술하고 비계획적이며 즉흥적이다. 그들의 전략이란 고작 어떻게 남을 속일까, 어떤 그럴싸한 거짓말로 둘러댈까 궁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들은 또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욕망과 열등감을 이용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줌으로써 자신의 권력과 힘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고 자랑한다. 그리고 추종자들을 앞세워 이용함으로써 그들의 이익보다 더 엄청난 이익을 얻어낸다. 이들이 추종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자신의 힘을 자랑하고 과시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이뤄내기 위해서이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지? 나만 믿어봐! 그러면 다 되는 거야”라며 자신을 따르게 하면서 그들 위에 군림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따르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그 희열은 점점 중독으로 이어진다. 언뜻 보아 자기 사람은 잘 챙기고 자기 사람에게는 다정한 것 같아도, 그들이 자기 발아래 엎드려 아부하는 그 모습에 중독되어 그것을 즐기는 것일 뿐 그들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아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의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에 어떤 반성이나 자책도 하지 않는다. 이들의 사고체계는 비상식적이기 때문에 상식적인 사람들의 사고로 이들을 바라보면 온통 이해되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다. 사람들이 그들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고 나무라면 이들은 더욱 뻔뻔스럽게 고개를 쳐들며 ‘어쩌라고! 해볼 테면 해봐! 너희나 잘해! 내가 그렇다고 너희에게 고개를 숙일 것 같아?’라고 비아냥거리며 더욱 의기양양해진다. 적반하장의 이런 행동을 경험한 상대방은 혼란함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 입을 다물게 된다. 이들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어쩌다 상대에게 부끄러운 척 잘못한 척 용서를 구하는 태도는 거짓 연기일 뿐이다. 뒤로는 잔인한 복수를 준비하며 코웃음을 치고 있다. 자신들의 뻔뻔한 행위에 상대방이 반응하면 할수록 그들은 더 보란 듯이, 더 악랄하고, 더 유치하게 자신들의 행위에 당위성을 부과하며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대응한다. 상대방이 자신들에게 부정적으로 반응해도 자신이 주목받고 있다는 그 자체를 즐거워하고 기뻐한다.
관종인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이 하는 일마다 자신의 욕망대로 일들이 술술 풀리면 멈추지 않고 더욱더 많은 일들을 벌인다. 그의 주변에는 점점 어리석은 사람들만 꼬여 든다. 왜냐하면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서슴지 않는 이런 나르시시스트들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이러한 나르시시스트들과 비슷한 욕망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쁜 의도와 목적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뻔뻔한 사람들이다. 수고에 따른 노력보다 요행을 바라며 어떻게든 한몫 챙기려는 사람들, 당장 눈앞의 자기 이익만 계산하는 사람들이 나르시시스트에게 매달리며 그들을 숭배하고 떠받든다. 교활하고 악랄한 나르시시스트들에게 의지하고 그를 떠받들고 추종하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헛된 욕심과 욕망으로 추종자들은 점점 나르시시스트들의 가스라이팅에 무뎌져 간다. 결국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의 발아래 놓여있는 추종자들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힘을 거의 신격화시켜 이 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만심과 우월감, 그리고 자기의 과대성은 거의 정점을 향해 나아간다.
그들의 종말은 어떤 모습일까? 결국 나르시시스트들의 과도한 욕망을 멈추게 하는 것은 곧 자신들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욕망이란 끝이 없을 뿐 아니라 그 욕망은 점점 타올라 자신들의 어떤 작은 실수나 허점들을 분간하고 분별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욕망에 눈과 귀가 멀어져, 오직 자신이 이제껏 해왔던 성공적인 거짓말과 위선, 성공적인 계산된 모략들에서 얻어진 과대 망상적 자기 확신에, 자신이 현재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인 일들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자기 추종자들의 계속된 아부와 칭찬의 소리에 중독되어 자기가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며, 자기 마음대로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우월감과 과대망상에 빠져, 마치 마약에 취한 사람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파멸의 구덩이로 들어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그들의 균열은 오래전부터 생겼지만, 점점 그 균열이 심해지면서 조금이나마 빨리 눈치챈 그들의 추종자 중 일부는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이미 빠져나가고, 균열은 어느 순간 급속화되어 나르시시스트들 스스로 자신들의 욕망이라는 불화산에 깔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결국 나르시시스트에게 가장 취약한 존재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임석한목사(성복교회)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