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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와 신화>, 루돌프 불트만, 감은사, 2024)
신학교를 다니다보면 반드시 듣게 되는 이름들이 있다. 물론 기독교 역사를 돌아보았을 때 중요하지 않은 이름이 없다. 굵직굵직한 이름은 한번 정도 반드시 거쳐 가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루돌프 불트만은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도 루돌프 불트만에 관한 비판적 반성이 가득한 책이다. 어떤 점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큰 것처럼 루돌프 본인의 글이 차지하는 것보다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옮긴이의 해체가 더 크게 다가온다. 그만큼 오늘날 루돌프 불트만의 이야기가 말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보다는 오히려 한번 해석되어진다고 하는 게 맞을 지도 모르겠다.
책에 관한 평가를 먼저 한다면 번역은 언제나 본 저자에 관하여 긍정적인 사람이 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진다. 루돌프 불트만을 충분히 알기도 전에 그의 사상을 마음껏 받아들이기도 전에 이미 번역자가 그것을 방해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책 중간마다 번역자가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로 설명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불신이 있다고 여겨진다. 2024년 연말에 루돌프 불트만에 관한 책들이 몇 권 정도가 개정판으로 새롭게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아마 저번 책으로 리뷰 했던 “역사의 그늘에 서서”라는 책이다.
“역사의 그늘에 서서”라는 책과 이번 “예수 그리스도와 신화”라는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솔직한 감상은 루돌프 불트만에 관한 아쉬운 평가들에 대해서다. 물론 책에 관련한 비평을 읽으면 그 주장이 이해할 수 있고 많은 부분 동의하는 것들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루돌프 불트만의 설교문과 그가 직접 쓴 주장들을 읽어보면 그 역시 동의하는 것들이 많다.
자유주의 신학의 선구자로 불리면서 비신화화를 주장하다보니 많은 복음주의 계열 신학자들이 그를 비판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이런 경우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은 논리로 복음주의 계열이 지나친 공격을 받고 있다 여긴다. 아무튼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루돌프 불트만의 신학이 교회 안에서 무용하고 또는 지나치게 인문학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충분한 효용이 있다는 점이다.
루돌프 불트만은 그의 저서를 통해서 케리그마 신학을 주장한다. 또한 하이데거의 철학을 통해서 신앙의 실존주의화를 시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점에서는 위르겐 몰트만이 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의 철학’에 영향을 받으면서 신학으로 정립한 사상이 ‘에른스트 블로흐에게 세례를 베풀었다’하는 비판을 받는 것처럼, 루돌프 불트만도 어떤 면에서는 하이데거의 철학에 세례를 베푼 것처럼 보인다.
세계 내 존재로서 존재자는 언제나 존재에 관한 질문을 받게 된다. 그로 인하여 죽음을 직시함으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염려와 불안들이 실존을 위협한다. 본래성과 비본래성의 사이에서 실존은 존재의 물음과 존재의 다가옴을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루돌프 불트만은 신앙을 더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를 향한 믿음으로 말미암아 신앙적 실존을 깨닫게 된다.
신앙은 사람을 본래적으로 이끈다. 그에 비해서 불신앙이야 말로 실존의 눈을 가린다. 사실 오늘날 실존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진부하게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격을 형성하는 과정 속에서는 충분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예수의 생애와 부활 사건을 믿는 것이 인격적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그의 말은 충분히 교회 안에서 믿음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경우 (청년)
이경우 청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