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칼로 찌른 아버지를 용서한
서상복 목사
“감정발달 장애인 아버지를 이해하고 났더니 용서가 됐어요”
서상복 목사는 어렸을 적 한센병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살았다. 아버지는 한센병 아버지가 창피해서 집을 나가고, 나머지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그는 산꼭대기에서 할아버지와 살면서 농사도 짓고 개인 줄 안 늑대와는 친구처럼 지냈다. 아버지는 매일 새벽기도를 나가며 자신의 제사조차 지내주지 않을 그를 향해 심한 욕을 하며 매로 때리고 칼로 찌르는 등 그를 위협하기도 했는데, 이제 그는 그런 아버지를 용서하게 됐다. 어떻게 용서하게 됐는지, 한센병 할아버지 얘기, 늑대와 친구가 된 얘기 등을 들어보았다.
글.사진 최윤희
 |
||
한센병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가 한센병이었어요. 아버지를 낳고 나서 어디서 감염되셨는지 한센병에 걸리셨어요. 그러니까 할머니가 한센병 걸린 할아버지와 못 살겠다고 도망가고, 아버지 역시 동네에서 한센병인 할아버지 때문에 돌도 맞고 괄시받고 무시를 당하다 보니 할아버지를 싫어하면서 갈등이 생겼어요. 결국 아버지는 저희 5남매와 어머니를 남기고 가출하셨어요.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찾아다녔고 집에 계실 때는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거나 남의 잔치가 있으면 며칠씩 가서 일하다 오시곤 하셨어요. 그리고 저희 누나 두 명은 초등학교 때부터 일찍 아버지가 남의 집 식모로 넘기는 바람에 집에 없었고, 남동생은 너무 어렸고 여동생은 아직 태어나지 않을 때라 집에 할아버지와 저만 있었어요.”
그가 살던 곳은 산꼭대기였다. 산 주인이 버리고 간 폐가를 고쳐서 살았다고 한다. 마을에서도 8킬로나 떨어진 곳이라 이웃이라곤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그의 외로움이 컸음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저와 할아버지는 농사를 짓고 살았어요. 처음에는 저희 할아버지가 농사짓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짓다가 나중에는 제가 혼자 농사를 지었어요. 비탈진 곳이라 벼농사는 짓지 못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고구마나 감자, 무, 도라지 농사를 지었어요. 그렇게 짓다 보니 나중에는 할아버지보다 제가 더 농사를 잘 짓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할아버지 목욕을 시켜드리고 약을 발라 드리고 할아버지 대신 약을 타가지고 왔어요.”
손과 발이 썩어서 없어진 것을 보고 무섭거나 더럽다고 생각되진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할아버지가 더럽다는 생각보다 할아버지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할아버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더 잘해드렸다고 한다.
그에게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을까?
“진짜 착하셨어요. 그리고 똑똑하셨어요. 그래서 제게 공부를 시켜주셨어요. 할아버지가 천자문을 다 가르쳐주셨어요. 할아버지가 책을 많이 읽는 건 아니었지만, 책을 자꾸 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학교 가면 책을 많이 봤어요. 중학교 때는 제가 ‘사서 알바’를 했어요. 요즘은 도서관 사서가 따로 있지만 옛날에는 사서가 없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사서를 하기도 했는데 지원자가 꽤 많았어요. 다행히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서 제가 하게 됐는데 저로서는 좋은 기회였던 셈이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학생들이 책을 안 봤어요. 그러니까 대출할 일도 별로 없고 해서 거기 있는 책을 50퍼센트 정도 본 것 같아요. 책을 읽고 바로 꽂아놓고 하다 보니 책 읽는 속도도 3배나 빨라졌어요. 그때 읽은 책 덕분에 제가 지금 책을 쓰고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옛날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조선시대 얘기, 호랑이 얘기 등도 해주셨어요. 그리고 저한테 복음을 전해 듣고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셨는데 새벽기도도 4시간씩 하셨어요. 워낙 새벽기도를 오래 하시니까 새벽기도 끝나면 점심을 드시는 시간이 될 정도였어요. 할아버지는 기도를 오래 하시면서 신앙이 많이 깊어지셨는데 신앙이 어느 정도였냐 하면 죽음도 초월하는 신앙이셨어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손자밖에 없는 산꼭대기 집에서 외로웠을 법도 한데 하나도 외롭지 않다고 하시고 네가 전한 예수를 믿고 이렇게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어요. 할아버지는 지극히 선하신 분이셨어요. 단 한 번도 저에게 욕을 한 적이 없으시고, 거친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으세요. 그런 할아버지가 저한테는 정서적으로 엄마도 해주고 아버지도 해주고 좋은 친구까지 다 해주신 분이셨어요.”
그에게 할아버지는 유일한 보호자이자 친구이자 선생님이었다. 할아버지가 없었다면 오늘의 그가 없었을 것이다. 그가 학교 교사가 되고 상담사가 된 배경에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
||
늑대가 친구가 되다?
“이게 진짜 간증인데요. 제가 할아버지에 이어 돌본 게 바로 늑대였어요. 얼마 전 CBS TV의 간증 프로그램인 ‘새롭게 하소서’팀이 오셔서 인터뷰를 했는데 제가 늑대와 같이 살았다고 하니까 그런 사람은 처음이라며 완전 쇼킹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농사를 지었으니까, 산에 늘 저 혼자 있잖아요. 농사를 짓고 있으면 정말 산에 아무도 없었어요. 그러면 산은 정말 무서워요. 그러나 그때는 삶의 절박함 때문에 무서움을 이겼던 것 같아요. 무섭다는 것보다는 외롭다는 것이 좀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러한 상황에서 늑대가 왔어요. 저는 늑대를 잘 구별 못했어요. 어린애가 그렇잖아요. 지금도 아마 어른들은 늑대와 개를 놔두면 잘 구별 못할걸요? 당연히 저는 늑대를 구별 못 하니까 늑대랑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저는 늑대인 줄 알고 지낸 게 아니라 개인 줄 알았으니까요. 늑대를 제가 돌봤는데 가까이 온 적은 없어요. 그게 벌써 늑대라는 증거죠. 늑대가 제일 가까이 온 게 3미터, 보통은 5미터 떨어져 있었어요. 제가 점심 먹을 때 고구마와 감자를 삶아서 나왔거든요. 밥은 1년에 서너 번밖에 못 먹었어요. 그래도 고구마와 감자는 아주 양호한 거였어요. 그것마저 없을 때는 더덕이나 송이로 배를 채우거나 그것만으로도 모자랄 때는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기도 했어요. 이런 식으로 산에 있는 것들로 배를 채웠어요. 그렇게 먹고 있을 때 늑대가 오면 그걸 나눠줬어요. 늑대 두 마리가 왔는데 그들이 경계하면 전 원래 개(늑대)가 그런 줄 알았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개를 키웠으면 그게 늑대인 줄 알고 경계를 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으니까, 늑대를 경계하지 않았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늑대가 저를 한 번도 공격을 안 했어요. 그리고 눈빛이 따뜻했어요. 안 그랬으면 제가 잘해주지 않았겠죠? 저는 늑대가 따뜻하게 절 왔다 갔다 하는데 가까이 안 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제가 자꾸 먹을 걸 주니까 제 주변을 계속 따라다녔어요. 그냥 저를 좋아하는 표현이었던 것 같아요. 늑대는 매일 왔어요. 그렇게 늑대와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지냈어요.”
산속에서 혼자 농사를 짓고 있던 어린 그에게 늑대는 무서운 짐승이었지만 개 같이 보이는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아마도 외로웠던 그에게 친구를 마련해주시기 위한 그분(?)의 뜻이 아니었을까도 싶은데 어쨌든 그렇게 늑대 덕분에 그는 혼자 있는 산속에서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칼을 휘두르는 아버지
“저희 아버지는 할아버지 때문에 가출하셨다가 제가 중학교 갈 때쯤에서 다시 나타나셨어요.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래도 저를 생각하신 거 같아요. 나이를 기억하고 있다가 중학교 가면 돈이 많이 드니까 산에서 지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저와 가족들을 데리고 강원도 태백으로 가셨어요. 할아버지는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있는 안동의 성좌원으로 가셨고요. 아버지가 일하신 곳은 탄광이었어요. 탄광 일을 하는 광부를 막장 인생이라고 해서 힘들고 위험함을 말하잖아요. 그래도 그곳은 자녀의 학비가 나오고 탄광 월급이 일반 노동자의 3배가 되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으셨던 것 같아요.”
그의 아버지는 큰집의 장남이었다. 그러다 보니 제사를 많이 지냈다고 한다.
“큰아들인 제가 제사를 물려받아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제가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새벽기도까지 나가니까 아버지가 20년 동안 저를 이틀에 한 번씩 두드려 팼어요. 제 신앙이 그때 아주 불타올랐거든요. 새벽기도는 매일 빠지지 않았고 성경을 1년에 3독할 정도였어요. 그러니까 아버지가 제가 교회 다닌다고 몽둥이로 때리고 발로 차고 그중에 제일 심한 건 칼로 두 번이나 저를 찔렀어요. (팔목을 보이면서) 여기 난 칼자국 보이시죠? 그다음에는 머리에 식칼을 반쯤 꽂았어요. 제가 잘 때 정수리 쪽을 찔렀어요. 아버지는 제가 정말 싫었던 거죠. 교회 다니니까. 아버지는 저한테 그러셨어요. 조상을 다 팔아먹은 놈, 죽어도 밥도 못 얻어먹게 하는 불효자, 교회 목사에게 속아서 헌금 갖다 바치는 놈이라고요. 그게 저희 아버지 사고였어요. 거기다가 아버지는 정서가 안 좋았어요. 건강치 않으니까 개인적인 모독감, 무시당함 이런 것들이 결합해 있었어요. 지금 보니까 정신연령이 4살이었어요. 감정 상태는 감정 발달장애였어요. 저희 어머니는 지금 86세인데, 아버지한테 하도 맞아서 귀가 먹었고, 아버지가 쥐약을 세 번이나 먹였어요. 어머니는 ‘죽여라 죽여라’ 하고, 아버지는 ‘오야, 죽일게’ 하고 쥐약을 가져오면 어머니가 ‘그래. 먹여라. 먹여라’ 하고, 그러면 ‘오야’ 이래서 제가 없을 때 아버지가 엄마한테 쥐약을 먹여서 제가 어머니를 병원에 업고 가서 위세척을 세 번이나 시켰어요. 그래서 어머니는 지금도 속이 안 좋고 영양상태도 많이 안 좋으세요.“
이런 아버지를 그는 용서했을까? 결론은 용서했다, 이다. 그를 버리고 도망간 아버지, 그를 한센병 할아버지와 혼자 산속에 살게 방치해서 말도 늦게 트게 한 아버지, 교회 간다고 때리고 칼로 두 번이나 찌른 아버지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었을까? 그는 놀라운 통찰력을 통해 아버지를 용서해야만 하는 이유를 발견했다. 그만의 세 가지 특별한 비법이 있었는데 들으면서 와~ 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
||
십자가 용서
“제가 오늘 사람을 두 명 죽였다고 해요. 그런데 저쪽 사람은 세 명을 죽였어요. 비유가 세긴 한데요. 그러면 이해가 빠르더라고요. 그리고 두 사람이 다 감옥에 갔어요. 그리고 감옥에서 둘이 만났어요. 그리고 두 명 죽인 살인자가 세 명 죽인 살인자에게 ‘어떻게 인간이 돼서 사람을 세 명이나 죽이냐?’는 말은 못 하잖아요. 저희 아버지가 좋은 분이란 말은 아니에요. 욕할만해요. 그런데 제가 아버지를 볼 때마다 뭘 꿰뚫어 봤냐 하면 아버지는 행동했을 뿐이고 내 속에도 미움이 있더라는 거예요. 그러면 저도 살인자거든요. 성경에 보니까 ‘그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다 살인하는 자니’(요한일서 3장 15절)라고 되어있어요. 내 안에 미워하는 마음이 제법 있는데 ‘그러면 나는 완벽하게 지옥 가네’ 그런 뜻인 거잖아요. 그런데 예수님이 내가 지옥 가서 영원히 받을 저주의 분량을 완벽하게 십자가에서 처리해 주셨어요. 그걸 알고 아버지를 보니까 내가 아버지와 똑같은 죄인이란 걸 알게 하셨어요. 아버지는 행동으로 죄를 지었고, 나는 생각으로 죄를 지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아버지와 내가 같은 급이네! 일단 이것만으로도 내가 십자가의 죄인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데 용서하셔서 죄인 아니게 여겨주시는구나. 내가 누군가를 죄인이라고 열 받을 레벨이 아니구나. 그러니까 억울함이 확 줄었어요. 많이 줄더라고요. 이걸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더라고요. 자꾸 다른 사람의 잘못에 초점을 맞춰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내 억울함의 3분의 1이 확 없어지더라고요.”
그는 이걸 ‘십자가의 용서’라고 했다. 그렇다. 두 명 죽이나 세 명 죽이나 차이는 없다. 둘 다 사람을 죽였으니까. 그런데 우리는 자꾸 세 명 죽인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그 사람이 더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하나님 입장에서는 둘 다 나쁜 사람이다. 행동으로 지은 죄나 마음으로 지은 죄나 똑같은 것처럼. 결국 하나님은 두 명 죽인 자나 세 명 죽인 자나 똑같이 용서해 주셨다. 덜 죽였다고 해서 더 용서받고 더 많이 죽였다고 용서를 덜 받은 건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결국 똑같은 죄인이고 이 죄인을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용서해 주셨으니 우리는 똑같은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엇일지 더욱 궁금해졌다.
간호사의 원리
“예를 들어, 간호사가 암 환자한테 주사를 놓아요. 그러면 암 환자는 간호사한테 주사를 놓는다고 ‘고생이 많아요’라고 하진 않죠. 주사를 아프게 놓으면 다른 사람보다 더 심하게 ‘아파’라고 말하죠. 주사가 원래 아픈데 말이죠. 이걸 못 받아들이는 거예요. 이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불안함과 괴로움인 거예요. 그게 사람의 상태를 안 좋게 해요. 그런데 간호사가 암 환자한테 욕을 들었다고 해봐요. 그렇다고 해서 간호사가 ‘나 간호사 그만둬야지’라고 말하는 간호사가 있다면 그 사람은 간호사가 정말 안 맞는 거예요. 사표 안 내고 그 당시만 기분 나빠하는 게 맞아요. 이제 며칠 후면 죽을 암 환자의 말을 가슴에 남겨두고 그럴 필요는 없는 거예요. 이게 ‘간호사의 원리’예요. 저희 아버지가 4살짜리잖아요. 저는 중학생이에요. 제가 더 아버지보다 레벨이 높잖아요. 아버지가 저를 때린 걸 갖고 죽네 사네, 잠도 안 오네 그럴 필요가 없는 거예요. 부부싸움도 ‘저 사람이 오늘 아프네’, ‘저 사람이 오늘 순간적으로 감정이 다운됐구나’,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구나’ 이렇게 볼 줄 알아야 해요. 그래서 그걸 이해하고 ‘오늘 고기를 구워줘야겠구나’ 해야 해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힘들었어요.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절대적으로 힘들었어요. 저는 이 원리를 통해 아버지와 제가 급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런 상태에서 아버지의 행동을 살펴보니 이해가 됐어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아버지가 하시는 행동에 별 의미를 안 두게 됐어요.”
간호사의 원리. 그가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었던 건 그보다 아버지가 레벨이 낮은 사람이니까 이해해서 용서할 수 있었다. 이런 원리대로 모든 걸 이해한다면 이해 안 되고 용서 안 될 게 없을 것 같다.
사명 치유
“이게 하이라이트예요. 여기까지는 아무도 못 가는 것 같아요. 하나님이 제게 준 사명이 ‘네가 겪어서 이겨내라’였어요. ‘그러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네가 답을 줄 수 있어’라는 거였어요. 내가 겪지도 않고 이겨내지도 못했는데 다른 사람보고 힘을 내라고 하면 안 되는 거예요. 내가 겪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라는 거였어요. 상처가 치유돼서가 아니라 이것이 연단되면 나중에 큰 사명을 감당한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할아버지에 대해서 한 번도 창피한 적이 없어요. 저는 다니면서 할아버지 얘기 잘해요. 최근에 한센병 할아버지와 아버지, 부모를 둔 사람을 만났는데 그런 얘기 안 한대요. 창피하대요. 그런데 저를 보면서 많이 놀랐대요. 그분과 저의 차이는 제가 하나님의 사명자로 훈련돼 있으니까 그 말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는 분명 보통 사람과는 달랐다. 보통 사람의 감정을 갖고 있다기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더 궁금해졌다. 그는 분명 어떤 계기를 통해 이렇게 성숙해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다음 얘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았다.
 |
||
서상복을 안고 울어주기
“제가 중학교 때 새벽기도를 다닐 때 어른들이 다 가면 펑펑 울었어요. 예수님의 은혜 때문이었어요. 제 우는 모습을 보고 전도사님이 그렇게 가슴이 아파오더래요. 그때 전도사님 마음에 ‘저 아이는 내가 안고 우는 아이다. 저 아이의 눈물에 내 눈물이 있다. 가서 안아줘라. 안아주고 울어줘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래서 전도사님이 ‘내가 너를 안아도 될까’ 해서 제가 그때 할아버지 빼고 처음 안긴 사람이 전도사님이었어요. 전도사님이 안고 우는데 갑자기 대성통곡하시는 거예요. 10분을 내리 말이죠. 그다음 날 칠판에 타임 테이블을 만들어서 주일은 전도사님 이름을 써놓고 제목에 ‘서상복을 안고 울어주기 당번’이라고 써놓았어요. 그리고 나머지 요일에 이름을 쓰라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장로님이 한 분 쓰고 나머지는 권사님들이 쓰셨어요. 그 뒤로부터 제가 1년에 300일을 새벽기도를 했는데-65일은 아버지에게 맞는 날이라서 못 가고-제가 교회 갈 때마다 당번이 늘 기다리고 있다가 ‘상복아, 오늘은 나다’ 그러면서 안아줬어요. 이게 교회 행사가 됐어요. 저를 안아주면 열 번이면 아홉 번은 다 우셨어요. 그걸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6년을 했어요. 이러니까 교인들이 저를 보면 자식 같은 거죠. 그래서 저는 어른들과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애들과는 원래 잘 지냈고요. 이게 대안공동체였어요. 이렇게 6년간 울어주면 제게 무슨 변화가 생길까요? 그냥 은혜와는 좀 다른 감정이었고 다 회복되었어요. 어른 7명이 그렇게까지 안고 자주 울어주면 이걸 겪은 사람은요. 쓸쓸함, 외로움, 억울함 이런 것조차 다 깊이 스며들어요. 십자가의 은혜가 뼛속 깊이까지 그냥 감정 속까지 다 들어가요. 그래서 저에게 있던 눌려있는 감정의 찌꺼기 자체가 싹 없어졌어요. 이런 건 제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감정은 노력하는 게 아니에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안아준다는 게 이렇게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절감했다. 안아주면서 나오는 어떤 에너지가 있나 보다. 그것도 아주 큰 에너지가 말이다. 그걸로 인해 우리들은 뼛속까지 깊게 새겨져 있던 나쁜 쓴 뿌리들이 한 번에 다 바람처럼 날아가 버리는 기적이 일어나는 거 아닐까.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안아준다는 게 이렇게까지 큰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지 몰랐다. 앞으로는 포옹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또는 포옹이 필요한 나 자신을 위해 안아줘야겠다.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잘 분석해 보면 상처 뒷면에 좋은 게 붙어있다는 거예요. 이 손등이 시커멓지만 반대를 뒤집어보면 시커멓지 않거든요.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밝은 면이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산에서 컸어요. 그래서 사람의 외로움을 직시하게 됐어요. 그리고 저는 가난했고 아무도 저를 돌보는 이가 없었어요. 그래서 하나님이 진짜 아버지로 날 돌보시는 걸 알았어요. 제가 한센병 할아버지와 알코올 중독 아버지를 돌봤거든요. 그랬더니 병든 사람을 돌보는 전문 능력이 생겼어요. 그것처럼 우리가 손등 앞면만 생각하지 말고 뒷면도 생각하게 되면 현재의 고통을 견딜 수 있지 않을까요?”
그의 생각은 여느 사람들과 많이 달랐다. 생각의 깊이가 달랐다고나 할까. 일반인이 생각하기 힘든 생각들을 털어냈다. 그래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하고 계속 감탄하며 들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사람이 평범하게만 살면 어떤 변화나 깨달음이 없을 수 있겠다는 것. 그는 한센병 할아버지와의 생활, 아버지의 폭력 등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 아니 깊이 성장했다. 그래서 지금 그 성장을, 배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며 변화시키고 있다. 한 사람의 변화가 이렇게 놀라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건 큰 교훈이었다.
이 기사는 계간 ‘치유’ 11호에 실렸습니다.
 |
||
-1구좌에 10,000원
-후원비는 <치유> 잡지 제작비로 사용됩니다.
-정기구독 신청계좌 신한은행 110-541-777944 (예금주:최윤희)
정기구독자가 되시면
-<치유> 잡지 선교사역에 동참하게 됩니다.
-발행과 동시에 어디서나 편히 책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구매-광화문, 목동, 잠실, 천호, 일산, 평촌, 인천, 대구, 울산
온라인 구매-인터넷 교보문고(‘계간 치유’로 검색)와 쿠팡(‘계간 치유’, ‘치유 잡지’로 검색) 등
값 10,000원
최윤희 aa2291415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