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에 담긴 복음, 텐트메이커 사역의 향기
우리 감리교회는 2016년 1월 14일, 제31회 총회 임시입법의회를 통해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이중직(二重職)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연간 경상비 3,500만 원 이하의 미자립교회 담임목사는 해당 연회 감독의 허락을 받아 이중직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국내 주요 교단 가운데 최초로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사례로, 이후 타 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2019년 10월 열린 제33회 총회 입법의회에서는 이중직 허가 없이 다른 직업을 갖는 목회자를 교역자 범과로 처벌하는 조항이 상정되었으나,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논의되지 못한 채 폐회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교단 차원의 제도적 노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이중직 목회’, 현실과 과제
‘이중직 목회’ 허용 이후,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합법적으로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 택배, 개인 사업 등 다양한 직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일자리는 노동 강도가 높아 목회 사역과 병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이중직을 허용하는 것을 넘어,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목회자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다시금 주목받는 것이 바로 ‘텐트메이커(Tent Maker) 사역’입니다. 사도행전 18장 3절에 등장하는 사도 바울은 고린도에서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와 함께 텐트를 만들며 자비량으로 사역했습니다. 바울에게 ‘텐트메이킹’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과 만나 복음을 전하는 접촉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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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메이커 사역과 커피의 만남
‘텐트메이커’라는 용어는 사도 바울의 사역에서 유래했습니다. 바울에게 텐트 제작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사람들과 교제하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이러한 텐트메이커 사역의 원리는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18세기 모라비안 교도들은 상인과 장인으로서 복음을 전했으며, 현대에는 의료인, 교사, IT 전문가 등이 직업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커피 산업은 선교지에서 효과적인 텐트메이커 사역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커피, 선교의 새로운 가능성
전 세계적으로 카페 운영은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 중 하나입니다. 선교지에서는 종교 활동을 이유로 비자를 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카페 운영은 합법적인 비자 발급의 통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는 선교사들이 카페를 운영하며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그들을 복음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커피 농장 운영이나 공정무역 커피 판매를 통해 선교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후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 선교의 자립을 돕는 방식입니다.
카페는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신앙적인 주제도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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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향기 속에 담긴 복음
커피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에티오피아와 예멘의 신비주의자들이 밤늦도록 기도하고 묵상하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커피는 본래부터 영적인 성찰과 깊은 연관이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날의 텐트메이커 사역에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닙니다. 커피를 통해 관계를 맺고, 대화를 나누고, 삶을 공유하는 가운데 복음이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식탁을 나누며 복음을 전하셨듯, 현대의 목회자들은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감리교회가 ‘이중직 목회’ 허용 결정을 내린 것은,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텐트메이커 사역의 가능성을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그 향기 속에 담긴 복음의 가능성을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커피를 통한 이중직 사역의 가능성을 바라보며, 오늘 작은 교회들, 임대교회들이 이중직 사역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고, 더욱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를 소망합니다. 이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응원하겠습니다.
최우성(태은교회 담임목사. 강원대학교 커피과학과 교수, 감리교신학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Ph.D, D. Min)
최우성 ws_4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