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환경적 변화와 그로 인한 깊은 상실감을 경험하고 있다. '솔라스텔지아(solastalgia)'라는 단어는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복잡한 감정을 정확히 포착한다. 이는 단순한 향수병과는 다른, 고향에 있으면서도 느끼는 독특한 상실감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환경이 눈앞에서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며 겪는 깊은 고통과 무력감, 그리고 그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포괄하는 이 용어는, 현대인의 새로운 형태의 슬픔을 대변한다.
전통적인 장례식에서 곡을 하고 연도를 올리며 집단적 애도의 시간을 가지듯, 환경적 상실에 대한 우리의 애도도 적절한 형식과 표현 방식을 필요로 한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표현이나 일회성 행사를 넘어, 공동체가 함께 경험하고 치유하며 성장하는 지속적인 과정이 되어야 한다. 최근 한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처럼, 눈물과 슬픔을 통해 기후변화의 현실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치유와 변화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 된다.
우리의 몸은 객체이자 주체로서 자연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살아있는 존재다. '소마(soma)'로서의 몸은 단순한 물리적 실체나 기계적 도구를 넘어, 감정과 기억, 영성이 깃든 마음과 긴밀하게 연결된 총체적 생명체다. 이러한 통합적 관점은 우리가 다른 생명체와 맺는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게 하며, 모든 피조물이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근본적 진리를 인식하게 한다.
교회와 같은 신앙 공동체는 이러한 애도와 치유의 중요한 터전이자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 특히 교회는 그 본질적 특성상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눌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일부 교회에서 선구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지구 돌봄 서클이나 환경 상담 프로그램은 환경 문제에 대한 영적, 정서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며, 개인과 공동체의 치유를 돕는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환경 교육을 넘어서, 참여자들이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깊이 있게 나누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안전한 나눔의 공간에서, 우리는 환경 위기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을 진솔하게 나누고, 이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얻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공동체적 경험은 개인의 내면적 치유를 넘어, 환경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과 희망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진정한 애도는 단순한 슬픔의 표현이나 감정의 분출을 넘어서는 깊이 있는 여정이 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의 내면에서 시작되어 공동체적 차원으로 확장되며, 궁극적으로는 적극적인 변화와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는 통합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여정에서는 과학적 지식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환경 교육이 필수적이며, 동시에 영성적 차원에서의 창조세계 돌봄이 균형 있게 어우러져야 한다. 이는 마치 나무의 뿌리와 가지가 서로를 지탱하며 성장하는 것처럼, 지식과 영성이 서로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관계를 맺어야 함을 의미한다. 다양한 형태의 워크샵, 심층적인 독서 모임, 실용적인 실천 가이드 제작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우리의 애도는 보다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다면적 접근은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하고, 실천의지를 강화하며, 궁극적으로는 더 효과적인 환경 보호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위스의 빙하 장례식과 같은 상징적인 의례는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도 환경적 상실에 대한 의미 있는 공동체적 애도의 의식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의식은 단순히 한 번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구를 향한 깊은 책임감을 새롭게 인식하고, 일상에서의 구체적인 실천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이는 우리가 함께 나누는 애도의 시간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여정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깊은 슬픔과 아픔이 새로운 희망의 씨앗으로 자라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담대하고 의미 있는 변화의 발걸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러한 공동체적 애도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지지하며 더욱 강한 연대의식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ecomiho@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