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권력과 교회>, 김진호, 창비, 2018)
세상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교회가 세속사회의 자정역할을 해주기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런 일말의 기대를 품고 지금의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미 상당부분, 교회는 사회가 바라는 이런 마음과 시선을 외면한 지 오래다. 세상 속의 교회가 감당해야 할 거룩한 사명과 책임, 책무에는 소홀하고 소위 가진 자를 위한, 기득권의 기독교가 되어 가고 있다. 교회가 권력의 거래와 흥정의 대상이 되는 순간이 비일비재하다. 교회가 권력을 낳고 권력은 교회를 대상화하여 특수 관계를 만든다. 서로를 향유하고 그런 사이 목적관계는 더욱 견고해져 간다. 한국교회가 부패로 시름하는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드러난 수많은 현상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들의 입맛대로 혹은 스스로 주도해서 혐오를 생산, 선동하고 권력에 기생해 달콤한 힘의 부스러기에 취해 있는 현실이 그러하고 자본주의의 방식을 따라 쉽고, 크고, 빠른 길을 택해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을 탐닉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이런 흐름에 무방비로 노출된 그리스도인 중에는 소유와 욕망의 상징인 명품을 찾는 심리 그대로 대형브랜드교회를 쇼핑한다. 혹은 정치집단화 된 교회로 흘러 들어간다. 이들에게는 그곳의 일원이라는 일종의 기만적 포만감과 소위 인맥창고 안에서 누리를 각종 혜택, 욕망의 발현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린다. 대신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그러니까 부서져 내리는 사람들의 상처, 그 안에 갇힌 채 신음하는 이들을 찾아가 머물고 함께 하는 일은 번거롭고 불편해 한다. 단순하고 맹목적인 숭배자로서의 교인들이 양산되기 쉬운 이유다. 이미 교회 안에 깊숙이 내재해 있는 이런 일련의 현상들을 그리스도인은 어떤 시각과 어떤 해법으로 다가가야 할까.
오늘 소개하는 ‘권력과 교회’는 저자 김진호 목사(한백교회)가 4명의 교수와 나눈 대담형식으로 지금의 한국교회가 만나 현실과 상황에 대한 아프고 다루기 힘든 주제들에 대해 논한다.
1장 [기독교인은 왜 보수적인가]에서는 강남순 교수(TCU 신학대학원)를 통해 수많은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목사세습과 평신도 권력세습이 여전히 가능한 이유와 교회 비리의 온상이 된 재정불투명성, 그리고 개신교 내에 수많은 혐오의 정서의 일어나는 이유 등 한국교회의 뿌리 깊은 보수화의 문제들을 파헤친다.
2장 [대형교회, 그들만의 세상]에서는 박노자 교수(오슬로 국립대학)에게서 기득권의 안식처로 자리 잡은 대형교회의 현주소를 짚는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대형교회의 비율이 높은 이유와 그 형성과정, 기업의 CEO 역할을 자처하는 목회자 그리고 교회가 먼저 나서 일부 자본가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일에 기여하는 대신 노동자의 시선을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 지적한다.
3장 [예수천국 불신지옥]에서는 한홍구 교수(성공회 대학교)를 통해 교회 내에 자리 잡은 반지성주의의 뿌리를 찾는다. ‘태극기부대’와 ‘극우화 된 교회’가 결국 종교적 광기 혹은 광신도 현상과 어떻게 맥을 같이 하는지, 근현대사에 숨은 폭력성과 극우 행동주의에서 그 원류를 찾아 현 교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진단한다.
4장 [욕망의 하나님 나라]에서는 김응교 교수(숙명여자대학교)로부터 ‘보스적 목회자’를 비롯한 교회 시스템의 문제, 진정한 교회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논한다. 교회를 떠나 세상 속에서 떠도는 가나안 신도 현상, 이웃사랑을 말하던 교회가 증오와 혐오의 주체가 된 이유,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는 시대 속에서 제 몫을 감당하며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본다.
목회자가 아니라 목회기술자가 늘어간다. 교회공동체가 아니라 이익집단이 되어간다. 교회가 교회다운 제자리를 찾아가는 길이 그리 밝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미 상당히 멀어진 진리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두고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 견디는, 그야말로 영적인 안간힘이 필요하다. 주저하고 망설일 새 없이 충분히 감당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의 교회는 외롭고 고단한 정화의 작업을 감당할 결단이 있어야 그나마 희미한 미래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만날 교회의 앞날은 어디로 향해 있는가. 현실이 아무리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그 지점이 결코 어둡지 않기를.
백성창 목사 (이천창전교회)
백성창 이천창전교회
